[단독]서울시 위탁형 임대관리사업, '신청 제로'

[단독]서울시 위탁형 임대관리사업, '신청 제로'

엄성원 기자
2015.11.05 05:55

낮은 보증금 한도 등 기준 현실성 떨어져…SH공사 대상범위 확대 등 제도 개선 착수

@머니투데이 유정수 디자이너
@머니투데이 유정수 디자이너

서울시의 주택임대관리업 도전이 출발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연내 200가구를 모집할 계획이지만 현실성이 떨어지는 자격조건과 인식부족 등의 이유로 단 한 건도 신청이 없다.

5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SH공사는 지난 9월 1차에 이어 이달 초부터 2차로 주택임대관리 위탁을 희망하는 임대인 모집에 나섰지만 신청 가구수는 여전히 ‘제로’(0)다.

이번 사업은 임대인으로부터 매달 관리수수료를 받고 SH공사가 주택관리업무를 대행하는 동시에 무주택 저소득 임차인에게 임대료 일부를 지원하기 위한 목적으로 도입됐다.

SH공사가 직접 주택관리를 전담, 태동 단계인 민간 주택관리사업의 선진화를 꾀하고 임대료 지원을 통해 서민주거안정도 노린다는 취지다. SH공사는 올해 200가구 등 향후 5년내 1000가구 모집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뚜껑을 열고 보니 신청이 단 한 건도 없을 정도로 인기가 저조하다. 신청자가 전무하기 때문에 저소득 임차인들을 위해 마련해놓은 임대료 지원 예산도 고스란히 남아 있다.

SH공사 관계자는 “지난 9월 진행된 1차 모집에서는 신청 가구가 전혀 없었고 2차 모집도 큰 기대를 걸 수 없는 상황”이라며 “현 상태로는 사실상 목표 달성이 어렵다”고 말했다.

관련업계는 물론 SH공사 내부에서도 예견된 흥행실패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위탁관리 조건으로 내건 전세 보증금 상한선이 서울시내 평균을 크게 밑도는 데다 임차인 모집에 대한 책임도 지지 않아 임대인들의 시선을 끌어 당길만한 요소가 거의 없다는 지적이다.

SH공사는 위탁관리 대상을 임대보증금 1억8000만원(월세 전환 총 임대료 90만원, 전·월세 전환률 6% 기준) 이하인 서울시내 주택으로 한정하고 있다. 이는 서울시내 전세 평균가격(2억8763만7000원)보다 1억원 이상 낮다.

공실 발생시 임차인 모집 책임을 지지 않는 것도 약점으로 꼽힌다. SH공사는 모집 요강에 ‘공실 발생시 임차인 모집을 보조할 수는 있으나 임차인 확보 책임은 지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임대관리업계 한 관계자는 “전세보증금이 1억8000만원 이하인 임대주 가운데 일부러 비용을 내고 주택관리를 맡기려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며 “이 같은 조건으론 앞으로도 흥행을 기대하기 힘들 것”이라고 꼬집었다.

전세 보증금 1억8000만원짜리 집의 관리를 SH공사에 위탁하려면 매달 2만7000원의 관리 수수료(1억8000만원X전·월세 전환율 6%÷12개월X수수료율 3%)를 내야 한다.

SH공사 관계자는 “일정 수준의 임대료 수입을 보장하는 자기관리형이 아니라 임차인 확보 등을 보장하지 않는 위탁관리형이다 보니 임대인들이 크게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며 “비용을 지불하고 임대관리를 맡기는 형태가 국내 임대시장에선 아직 생소한 것도 흥행 부진의 한 원인”이라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자 SH공사는 대상 주택 범위 확대 등 빠른 제도 개선을 추진할 방침이다. SH공사 관계자는 “대상 주택 전세 보증금 한도를 상향하는 등 내부적으로 제도 개선을 검토하고 있다”며 “당장 다음달 3차 공고 때부터라도 새 기준을 적용하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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