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년 이상 논란이 됐던 ‘동소문동 행복기숙사’가 최근 건축허가를 받았다. 기숙사는 성북구 돈암동 한신한진아파트 입구와 돈암초등학교에서 도보로 1분거리에 위치한 국유지(5164.4㎡)에 건축된다.
주민들은 기숙사가 들어서면 교통혼잡이 가중되고, 초등생들이 자유분방한 대학생들의 행동을 무분별하게 따라 할 것을 걱정했다. 해당 부지를 공원으로 조성해 달라고 했지만, 성북구는 토지 소유자의 계획안이 법적 하자가 없어 허가했다.
행복기숙사는 대학생들에게 저렴하게 거주지를 제공한다는 취지다. 하지만 정부 지원을 받는 성북구 내 대학, 주변 지역 활성화를 바라는 성북구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져 추진됐다.
김영배 성북구청장은 건축허가 후 주민들과의 만남에서 “관내 대학들의 요청이 많았고, 법적인 하자가 없어 허가를 낼 수밖에 없었다”며 “주민들을 설득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숙사 건립 과정에서 인근 아파트 주민과 학부모들은 상처를 입었다. 공익사업을 이유 없이 반대했다는 오명을 얻게 되어서다. 사업주체측은 공청회와 설명회로 주민과 학부모를 설득하려 했지만, 파행으로 더 지체할 시간이 없다고 주장한다.
주민들의 의견은 다르다. 처음부터 법대로 하는데 왜 참견이냐는 식이었다는 것이다. 건축주인 한국사학진흥재단은 주민과 학부모들을 지역이기주의로 몰았다. 건축 허가를 받기 위해 성북구도 압박했다.
성북구청도 주민들이 항의 방문 시 구청장실 등의 문을 잠그며 대화를 거부했다. 성북구를 찾은 조희연 교육감과 대화를 시도하자 김 구청장은 소리를 지르며 막았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미래 기숙사 거주 대학생들도 ‘잠재적 범죄자’로 몰리며 혐오 대상으로 둔갑되기도 했다.
한 돈암초 학부모는 “초등학생들이 대학생들의 흡연과 애정행각 등을 무분별하게 따라 할 것을 걱정하자, 사업을 진행하는 사학재단의 A 본부장은 ‘요즘 초등학생들도 담배 피우고, 알 건 다 아는데 문제가 되겠냐’고 했다”고 분노했다. 이어 “이런 사람들과 무슨 대화를 하겠냐”고 반문했다.
지난해 전국 4년제 대학의 재학생 대비 기숙사 수용률은 20.1%에 불과하고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등 주요 10개 대학 주변의 전용면적 33㎡ 이하 임대료는 보증금 1454만원, 월세 50만원에 달한다.
대학생들이 치솟는 월세와 부족한 기숙사 탓에 심각한 주거난에 처해 있는 것은 이곳 주민들도 안다. 법적 하자가 없고 공익적이라고 해도 각 기관들이 얽힌 이해관계를 좋게 포장하고, 주민 동의 없이 진행하는 것은 옳지 않다.
민주주의와 지방자치의 기본은 주민 협치다. 시간이 더 들며 더디게 진행되더라고 그 땅에서 생활해야 되는 이들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 앞으로 이 기숙사의 대학생들은 주민들의 따가운 시선을 받으며 학창시절을 보내야 될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