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반기 해외건설수주액이 20년래 최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과 중동 수주액이 대폭 감소하면서 전체 수주 규모가 쪼그라들었다.
21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에 따르면 올 상반기 해외건설 수주 규모는 112억8000만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2006년 상반기 85억2000만달러 이후 최악의 기록이다. 올 상반기 해외건설 수주 규모는 최근 10년 중 최저 수주액을 기록한 2019년(119억2000만달러)과 비교해도 6억4000만달러가 낮은 수준이다. 지난해 상반기 310억달러에 비해선 약 3분의1에 불과하다.
손태홍 건산연 건설기술·관리연구실장은 "상반기 부진만으로 연간 실적을 단정하기 어렵지만 과거 하반기 평균 수주를 적용해도 올해 연간 수주는 최근 5년 평균 연간 실적(358억5000만달러)을 밑돌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상반기 수주 부진은 유럽과 중동 수주가 급감한 영향이 크다. 지난해 상반기 유럽과 중동지역 수주는 각각 196억8000만달러, 55억7000만달러에 달했지만 올 상반기는 4억1000만달러, 12억7000만달러에 그쳤다. 이는 전년 대비 각각 97.9%, 77.2% 줄어든 규모다. 전체 해외 건설 수주에서 유럽과 중동 지역이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63.5%, 18.0%에서 올해 3.6%, 11.3%로 축소됐다.
해외건설업계는 중동 위기 해소에 기대를 걸고 있었지만 최근 미국과 이란간의 교전이 재개되며 이런 기대마저 무색해져 버렸다. 지난 6월 미국과 이란 간에 종전 양해각서(MOU)가 체결되는 등 중동 지역 지정학적 위기가 잦아드는 모습이 보이면서 건설업계는 정부와 함께 '중동 인프라 협력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는 등 해외 수주 재개를 위해 발빠르게 움직였지만 최근 미국과 이란 간의 무력 충돌이 재점화하면서 해외건설 수주 시장에도 다시 먹구름이 끼는 모양새다.
손 실장은 "4개월 넘게 지속되고 있는 미국·이란 간 군사 충돌과 호르무즈 해협의 통항 불안은 하반기 해외건설 수주의 핵심 하방 위험 요인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유가가 다시 반등하기 시작한 것도 부담이다. 지난 1일 배럴당 71.57달러를 기록한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지난 21일 기준 배럴당 91.01달러까지 상승했다. 20일 만에 약 27.2%가 급등한 것이다. 해외 수주 부진과 고유가는 올해 대형 건설사 연간 실적에 상당한 악재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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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정부는 중동 인프라 TF 구성 등이 중동 건설시장 정상화에 앞서 수주 가능성을 사전에 타진하기 위한 차원이었던 만큼 수주 여건이 추가 악화한 것으로 보긴 힘들다는 판단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전반적인 상황과 분위기가 정리돼야 인프라 사업 등을 협의할 수 있는 만큼 (교전 재개로 인해 수주 시점이) 늦어지는 영향은 있을 수 있다"면서도 "국내기업의 중동 진출을 위한 행정적 준비는 차질없이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