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정비사업 개선 방안 논의
행정절차 중복·통합 진행 제안
이주비·공사비 갈등 등도 과제

정부가 이달 중 주택공급 대책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서울 주택공급의 핵심 수단인 정비사업의 속도를 높여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인허가 기간 단축뿐 아니라 공사비와 금융비용, 이주비 부담, 조합·시공사간 분쟁 등 착공을 가로막는 '병목'을 함께 풀어야 실제 공급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현대건설 사업장 분석에서는 시공사 선정 이후 착공까지 평균 60개월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용선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대한건축학회 공동주최로 열린 '서울 주택가격 안정을 위한 정비사업 활성화 방안' 세미나에서는 정비사업 기간을 단축하고 사업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개선 방안이 논의됐다.
한은철 나우동인건축사무소 설계사업부문 부사장은 서울시의 신속통합기획과 통합심의 도입으로 과거 약 5년이 걸리던 정비계획 수립·구역지정 기간이 빠르면 1~2년까지 단축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하나의 단계가 끝나야 다음 단계가 시작되는 방식에서 벗어나 여러 절차를 중복·통합해 진행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인허가 절차를 줄여도 행정기관간 엇갈린 해석이 지연의 또다른 요인이 된다는 점이다.
영등포구의 한 재건축사업은 공공보행통로를 둘러싼 부서간 이견으로 약 2개월, 성동구의 한 재개발사업은 비슷한 문제로 3개월 이상 사업이 늦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 부사장은 정책변경 시 적용기준을 명확히 하는 경과조치와 부서간 이견을 조정할 별도 협의기구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인허가 이후 실제 착공까지 걸리는 시간은 더 길다. 박영국 현대건설 도시미래가치사업3팀장은 "서울에서 현실적으로 주택공급을 늘릴 대안은 정비사업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현대건설 사업장 분석결과 시공사 선정 이후 착공까지 평균 약 60개월이 소요됐다. 정비계획 변경과 통합심의, 사업시행인가, 관리처분인가 등이 늦어질수록 공사비와 금융비용이 불어나고 조합원 분담금 증가로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이주비 문제도 사업속도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현행 이주비 대출은 종전자산 LTV(주택담보인정비율) 40%, 최대 6억원 수준이다. 대형 건설사들이 시공사 보증을 통해 추가 이주비를 지원하지만 정비사업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면 건설사 자체 지원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박 팀장은 중견 건설사까지 정비사업에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시공사가 보증하는 추가 이주비에 정부 기금이나 보증상품을 연계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사업성이 떨어지는 지역에는 용적률 인센티브뿐 아니라 금융·이주비 지원을 병행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독자들의 PICK!
공사비를 둘러싼 조합과 시공사간 갈등도 해결과제로 꼽혔다. 권영준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계약 단계부터 공사비 산정과 물가변동 기준을 구체화하고 증액분을 객관적으로 검증할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조합장 해임이나 시공사 교체 등이 반복되면서 사업이 장기간 표류하지 않도록 관련 절차와 요건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용선 의원은 "서울은 가용토지가 부족해 정비사업을 통한 주택공급이 매우 중요하다"며 "오늘 제시된 제안들이 정책으로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