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저축銀 부실금융 오명은 그만

[기자수첩]저축銀 부실금융 오명은 그만

반준환 기자
2006.11.03 09:45

"우리가 시중은행의 경쟁력을 갖추기는 어렵지요. 하지만 적어도 여신심사, 전략결정, 상품개발 등 가능한 부분에서는 시중은행 수준으로 실력을 올려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고민 때문에 머리가 빠집니다"

최근 저축은행사장단 세미나에서 한 저축은행 대표와 대화를 나눴다. 지난해 창립이래 최초로 순이익 500억원을 기록했다는 것이 생각나서 축하인사를 하자 대뜸 동문서답이 돌아왔다. 이어 묻지도 않았는데 시스템 개발투자, 외부인력 충원, 타업계와의 업무제휴 등에 정신이 없다는 얘기도 이어졌다. 실적이 좋음에도 장미빛 선글라스를 끼지 않고 생존을 고심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불연듯 나이테에 관한 이야기가 떠올랐다. 나이테는 계절에 따른 일조량의 변화로 형성되는데, 열대우림의 나무들은 사시사철 햇볕을 받아 성장하는 탓에 나이테가 없거나 희미하다. 가구제작에는 열대목보다는 테가 뚜렷한 한대목들의 인기가 높다. 색과 무늬가 아름다워 품격이 있을 뿐 아니라 강도도 열대목보다 높기 때문이다.

저축은행은 열대목과 한대목 어느쪽일까. 그간 저축은행은 열대목처럼 재질이 무뎠지만 이제는 서서히 성장속도를 조절하고 신사업을 개척하는 등 면모가 갖춰지고 있다는 평가다.

대부분의 금융기관이 그랬던 것처럼 저축은행도 신용위기의 직격탄을 맞아 어려운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이후 수익성을 회복하며 대부분 재기에 성공했다. 올해 영업현황을 보면 또 다른 신기록도 기대된다.

성과가 일부 대형사에 몰리고 있으며, 전체적으로 부동산 금융 이후에 특별한 수익원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는 있다. 하지만 현재 대부분 저축은행들을 방문해보면 해외투자 및 철저한 리스크관리과 고객분석, 시스템화를 통한 체질개선 작업을 진행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서민금융의 보루인 저축은행들이 잠깐의 성장에 도취되지 말고 내실을 다져 부실금융이라는 과거의 오명에 확실한 나이테를 그렸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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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준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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