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고민에 빠진 금융당국

[기자수첩]고민에 빠진 금융당국

김익태 기자
2006.11.13 08:54

"분위기상 뭔가 하긴 해야겠지만…. 요즘 정말 일할 맛이 안난다"

'외환은행 헐값 매각' 수사와 관련해 감독당국자들의 사법처리가 거론되는 와중에 '주택금융'이 최근 집값 상승의 주범으로 지목되자 금감위·원 직원들은 말끝을 흐렸다.

주택금융이 '부동산 시장을 불안하게 만든 새로운 악의 축' 이라는 진단에 할 말은 참 많지만 애써 말을 아끼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그 이면에는 부동산대책의 실패 화살 역시 감독당국으로 향하고 있다는 피해의식이 깔려 있다.

"병의 원인을 찾아야지, 증상에만 매달리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금융은 실물에 후행할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집값 상승은 통화량 증가, 주택 수요와 공급의 부조화, 교육, 금융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인데 금융에 모든 책임이 있다는 듯한 진단에는 동의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는 거꾸로 대출규제를 통한 집값 잡기의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점을 시사한다. 그렇다고 금융이 '악의 축'으로 지목된 마당에 당국이 팔짱끼고 있을 수만도 없는 형편이다.

하지만 뾰족한 대책이 없다는데 고민이 있다. '대출 총량규제'의 경우 거론되자마자 무책임한 발상이라고 고개를 저었다. 우리 경제가 위기 상황이라는 것을 공식화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9일 대통령 주재 관계장관 회의에서 공식적으로 배제됐다.

주택담보인정비율(LTV)와 총부채상환비율(DTI)을 조정하는 것으로 가닥이 잡히고 있지만 이 역시 자신없다는 표정이다. 그 효과를 가늠할 수 없고, 자칫 실수요자인 중산층 이하 서민들의 피해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감독당국 관계자들은 정작 뾰족한 대책이 없는 것보다 외부의 시선이 힘이 빠진다는 분위기다. 실무직원들의 발목을 잡는 것은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감당할 수 있을까"라는 반문이다. 단지 '복지부동'으로 치부하기에는 뭔가 찜찜한 구석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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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익태 편집담당 상무

안녕하세요. 편집국 김익태 편집담당 상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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