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은 요즘 '죽일놈'이다. 국민의 '혈세'로 달러를 받았다. 정부의 지급보증까지 요구한다. "외환위기를 잊었나" "도덕적 해이에 빠졌다"는 비판에 코너로 몰렸다.
국내 은행의 '달러가뭄'은 유난하다. 원인은 외화대출이다. 은행들은 외화대출과 수출입금융 때문에 달러가 필요하다. 한때 외화를 원화로 바꿔 대출을 했다는 '오해'를 사기도 했지만 규제 때문에 쉽지 않다. 외화대출 붐이 일다가 글로벌 신용경색을 만나 '달러 가뭄'이 시작됐다는 게 대체적 시각이다. 당연히 은행탓이 크다.
정부도 한몫했다. 정부는 2001년 외화대출 용도제한을 폐지했다. 이후 외화대출 잔액은 447억달러에서 6월말 현재 889억달러로 급증했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8월 실수요 목적으로 한정했다. 기존 운전자금대출의 만기 연장도 막았다. 선제적 조치였다.
하지만 오래가진 않았다. 중소기업의 요구가 빗발치자 올 1월말 비제조업체의 외화대출을 허용했고, 3월말 운전자금 만기 연장을 허용한다. 환율이 급등하자 27일 연장기간을 2배 늘린다. '환율급등→외화대출 만기연장→은행권 외화 재차입 수요 폭증'이 계속된다.
기업의 '환투기' 성향도 짚고 넘어갈 문제다. 환차익과 저금리 메리트가 외화대출을 부추겼다. 원화대출보다 5%포인트 이상 금리가 낮았다. 환율이 떨어질 거란 관측도 우세했다. 지난 6월말 기준 889억달러의 외화대출잔액 중 500억달러가 엔캐리트리에드 거래 등 환투기성 자금이란 추산이 나오는 이유다.
누구의 잘못인가를 따지자는 건 아니다. 다만 '은행 죽일놈'을 만들어 해결될 일은 아니란 얘기다. 외환위기와는 경우도 다르다. 은행이 자구책으로 내놓은 은행장 연봉삭감과 외화유동성은 연관성이 없다.
그보다는 외화대출에 대한 장기적인 정책 마련과 은행의 차입구조 개선, 중소기업의 환투기심리 차단이 효과적이다. 당장은 달러 공급이 불가피할지라도 장기적으론 외화대출 비중을 축소하기 위한 3자의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