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채안펀드, 여신금융사 우선 지원을

[기고] 채안펀드, 여신금융사 우선 지원을

이강세 여신금융협회 상무
2008.12.24 11:00

글로벌 금융위기로 시작된 국내 금융시장의 불안이 계속되고 있다.

정부는 은행 차입금에 대한 외화지급보증과 한·미 통화스와프를 통해 외화유동성을 공급했다. 한국은행도 지난 10월 이후 4차례에 걸쳐 무려 기준금리를 2.25%포인트 낮추고 은행, 증권사 및 자산운용사들이 보유한 통안채 및 국고채 등을 RP 방식으로 유동성을 지원했다. 최근에는 기업어음(CP)매입도 검토하는 등 금융시장 안정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말 결산을 앞둔 은행들이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유지를 위해 대출을 꺼리고, 증권사나 자산운용사들도 펀드환매 요구에 대비해 회사채 투자에 소극적이다보니 자금시장 경색은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 더구나 수신기능이 없이 회사채나 CP 발행에 의존하는 여신금융사들은 유동성 악화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어 금융시장의 큰 불안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10월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를 조성해 은행채, 회사채, ABCP, P-CBO, 여전·할부채를 매입하겠다는 채권시장 안정화 대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정부 발표 후 2개월이 지나는 동안 시장금리는 오히려 상승했고, 은행 등 채권보유 금융기관의 차입금 만기 상환 요구가 거세져 자금시장 경색이 심화되고 있다.

이 와중에도 여신금융사는 더 큰 어려움을 호소하는 건설·조선·해운업계의 사정을 감안해 대출 연장 등 정부의 기업 지원 노력에 적극 동참하고 있지만 정작 여신금융사들의 경우 채권을 보유한 금융기관들의 만기도래 차입금에 대한 상환 요구가 갈수록 심해져 어려움이 가중되는 실정이다.

이번 유동성 위기는 1997년 외환위기나 2003년 신용카드 사태와 달리 국내 기업 또는 금융사의 부실경영이 아니라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비롯됐다. 실제 여신금융사의 대출자산은 매우 건전한 편으로 1개월 이상 평균 연체채권 비율이 2~3% 정도로 제2금융권 중에서는 아주 낮은 수준이다. 수익성도 나쁘지 않아 2007년도 당기순이익이 1조1000억원, 올 3분기까지 7000억원에 달하고, 총자산수익률(ROA)도 1.2%로 은행의 0.8%를 상회했다.

오랜 기다림 끝에 지난 17일 채안펀드가 운용사를 선정하고 우선 5조원 규모로 출범했다. 그러나 내용을 보면 여신금융업계는 실망감을 금할 수 없다. 지원대상이 제한된데다 여신금융사 지원규모도 업계의 유동성 갈증을 해소하기엔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운용지침에 따르면 여신금융사 중 투자대상은 회사신용등급 'A-' 이상으로 하되 이중 'AA-' 미만 회사채에는 신용보강을 요구한다. 신용카드사와 일부 캐피탈사를 제외하고 대부분 여신금융사가 회사채 신용보강이 필요하다. 현 상황에서 은행 및 증권사 등을 통한 신용보강이 극히 어려운 점을 감안하면 정부 차원의 신용보강을 기대할 수밖에 없는데 또 얼마나 많은 시간을 기다려야 할지 모른다. 마치 응급환자가 애타게 수혈을 기다리고 있는데 제때 피가 공급되지 않는 모습과 같다.

여신금융사가 자동차 판매금융과 여타 실물 산업부문에 직접 여신을 제공하며 사금융 수요까지 흡수하는 중소서민금융기관으로서 주요한 역할을 수행한다는 점에서 여신금융사의 부도위험 노출은 여신금융사 만의 문제가 아니라 가뜩이나 어려움을 겪는 우리나라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채안펀드에 출자하는 은행 등 금융기관 입장에서 가급적 신용도가 높은 채권을 투자대상으로 하고 싶은 심정은 십분 이해한다. 하지만 지금은 비상시기인 만큼 금융시장 안정화에 정부와 민간부문이 함께 총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 채안펀드 지원규모 확대로 여신금융사가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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