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도-약산금일농협 합병 택한 이유는
개인회생 및 파산 등 개인채무자 구제제도가 자칫 금융기관의 경영을 압박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 제도를 악용하는 도덕적해이가 일부 지역 금융기관의 존립을 위협하는 사례가 나타난 데 따른 것이다.
12일 농협에 따르면 전남 완도농협과 인근 약산금일농협이 경영난으로 이달 말을 목표로 합병절차를 밟고 있다.
이 지역 주민들은 이상기온 여파로 김, 미역 등 주요 수산물 생산이 여의치 않은 데다 유가 급등 등으로 비용이 늘어 생활형편이 어려워졌다. 그 여파로 지역농협의 연체율도 높아졌다. 하지만 이들 두 단위조합이 합병으로 내몰린 것은 개인회생·파산 신청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농협중앙회는 이와 관련해 지난해 도서지역을 중심으로 개인회생·파산 신청이 급증해 조합 파산이나 출자금 소멸 등 농·어촌 공동체가 붕괴될 가능성이 있다며 제도 개선을 정부에 건의하기도 했다.
실제 한 지역의 주민 상당수가 일제히 파산 등을 신청하면 해당 지역에 기반을 둔 금융기관은 버티기 어렵다. 일부 지역에선 신청자격이 없는데도 법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빚을 완전히 털어버리는 경우도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단위농협이나 지역 금융회사들이 직면할 수 있는 문제로 솔직히 말하면 심각하다"고 말했다. 그는 "2004년부터 시행된 개인회생제도 개선방안을 지난해 유관기관에 제출해 법무부 등도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시중은행 등도 남의 일이 아니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일부 단위농협이 소위 전문가들의 '작업'에 사실상 망하게 됐다"며 "이런 현상이 은행권으로 번지면 피해가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관계자는 "개인의 신용회복도 중요하지만 금융기관의 건전성 역시 보장돼야 한다"며 "개인의 채무가 부적절하게 탕감되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금융기관에 넘어간다"고 말했다.
은행권은 특히 채무자의 도덕적 해이를 사전에 차단하는 장치가 갈수록 느슨해지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개인이 채무를 조정받는 방법이 다양해지고 있다"며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차원이지만 악의적인 채무자를 가려내기 위한 제도 정비도 시급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