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웃어야 하는 건지, 울어야 하는 건지"
지난 29일 '임금 5% 삭감'이 결정된 금융감독원 한 직원의 말이다.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는 심정으로 임금 삭감에 나선 금감원이다. 예산을 앞세운 정부의 압박이 그 만큼 거셌다는 방증이다.
내부에선 "굳이 총대까지 멜 필요가 있느냐"는 볼 멘 소리와 "지난 1년 밤낮으로 금융위기 극복에 매진한 결과가 이거냐"며 허탈해 하는 직원도 상당했다. 노조의 반대도 있었다. 노사 합의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직원들 사기를 고려해 추석이나 지나고 공개하자"며 발표 시점도 조심스럽게 저울질 했다.
하지만 '어차피 깎일 것 등 떠밀려 하진 않았다는 명분이라도 챙기자'는 주장에 반대의 목소리가 묻혔다. 임금이 70억 원 가량 주는 대신 성과 중심 연봉제를 확대키로 했다. 능력 있는 직원을 우대하겠다는 의미다.
당장 한국은행과 산업은행, 금융공기업들이 술렁거리고 있다. 한은 출신 금감원 직원들은 친정으로부터 "5%를 깎기로 한 게 정말이냐"는 전화를 많이 받았다. "한은이 받는 충격이 쾌 컸던 모양"이라고 한 국장은 전했다. 다른 금융공기업 노조들로부터 "도대체 왜 그랬느냐"는 핀잔과 항의도 받았다. 노조위원장은 연락두절 상태다.
'공무원 보수'는 2008년 2.5% 인상 후 올해와 내년 사상 두 번째로 2년간 동결됐다. 어려운 경제여건과 민간의 파급효과 등을 고려했다는 후문이다. 금융공기업 임금 삭감 등 공기업 보수체계 개편을 독려하기 위한 측면도 크다.
공직사회가 경제위기 극복에 동참하는데 솔선수범하자는 취지에 반대할 이유는 없다. 금감원 조치 역시 시중은행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연초 '급여 자진 반납' 때도 그랬다. 금감원이 깃발을 들고 은행들이 뒤를 따르는 형국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현실이다. "위에선 칭찬을 받을지 모르겠지만 집 사람한테는 구박 받겠다"는 말이 우스개 소리로 들리지 않는 이유다. 잇따르는 '빨래 짜기식' 대책으로 떨어진 직원들에 대한 사기 진작책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