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note] "워크아웃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더벨|이 기사는 04월12일(10:20) 머니투데이가 만든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2006년 무리한 사업 확장의 후유증과 중국산 저가 휴대폰에 밀려 4000억원의 적자를 내며 무너진팬택.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이 없는 상태에서 회사가 유동성 위기에 처하자 채권단을 일일이 설득하고 설명을 하러 다녔다.
하지만 여의치 않았다. 다행히 2007년 기촉법이 부활했고 구사일생으로 그해 4월 워크아웃에 돌입할 수 있었다. 당시 임희영 전무는 “기촉법이라는 법률적 지원이 없었다면 회사가 스스로 채권단을 설득하고 채무 유예 요청을 하거나 하면서 영업이 정상화되지 못하는 등의 어려움에 봉착했을 것”이라고 했다.
팬택은 워크아웃 돌입 이후 2007년 3분기부터 지난해 4분기까지 10분기 연속 흑자를 내고 워크아웃 졸업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중견 휴대폰 제조업체 VK모바일은 기촉법 적용을 받지 못하고 법정관리에 들어간 회사다. 2006년 7월 법정관리를 신청했으나 거의 1년동안 채권액(약 2000억원)을 확정 짓지도 못했다. 회생채권 변제율은 15% 정도에 불과했다.
회사 관계자는 "만일 기촉법 적용을 받아 금융권의 리파이낸싱을 통한 채권조정이 있었다면 100% 채권변제도 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법정관리를 통해 자력으로 갱생한 케이스는 거의 전무할 것"이라고 했다. 그렇게 이야기 한 게 2007년 초였다. VK모바일은 끝내 회생하지 못하고 지난해 12월 회생절차마저 최종 폐지돼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기촉법을 바탕으로 추진되는 '워크아웃'과 도산법을 근거로 진행된 '법정관리'의 두 가지 대조적 사례다. 사례에서 보듯이 워크아웃은 일종의 혜택이다. 채무 조정이 빠르고 출자전환이 가능할 뿐 아니라 경우에 따라 신규 신용공여를 받을 수 있다. 주채권은행 입장에서도 비협약 금융기관까지 법률적으로 강제할 수 있는 워크아웃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채권회수율은 워크아웃이 100%를 넘었고, 법정관리의 경우 청산가치 수준인30.7%에 그쳤다.
워크아웃을 신청한대우자동차판매가 팬택의 뒤를 이을 지, VK모바일의 처지가 될 지는 현재로서는 알 수가 없다. 다만 지금까지 상황은 워크아웃으로 방향을 잡고 있어 회생 작업의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크다. 그러고 보면 대우차판매가 왜 그토록 워크아웃을 원했는지,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왜 이를 고심 끝에 수용했는지 알 수가 있다.
하지만 워크아웃만 개시되면 만병통치약이라는 생각은 다소 안일한 판단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05년말 당시 기촉법 대상 65개사 중 구조조정 완료 기업은 40개사로 성공률은 60%였다. 실패한 기업이 40%였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일몰된 기촉법이 2007년 다시 부활한 이후에도 워크아웃 실패 사례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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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체인C&우방은 2008년말 워크아웃을 신청했고 그 해 12월 초 채권금융기관 96%의 찬성으로 워크아웃 개시가 확정됐다. 회생 기대감은 높았다. 하지만 채권단 내에서 추가 자금지원안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결국 워크아웃 본인가에 실패, 채권단 공동관리 체제는 중단됐다. 지난해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C&우방의 사례는 워크아웃만 돌입하면 모든 게 다 풀린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는 충고다.
안타깝게도 대우차판매는 자동차판매를 통한 영업가치가 '제로(0)'에 가깝다는 것이 GM대우와의 결별 이후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는 워크아웃의 성공 가능성을 낮추는 요인이다. 논란의 여지는 있겠지만 회생작업 이후에도 자동차판매 영업이 정상화될 지는 미지수로 보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다.
대우차판매가 기대어 있는 사업은 오직 인천 송도의 53만8600㎡(약 16만평) 부지 개발 뿐이기 때문이다. 역대로 부동산 개발 사업을 기대하고 워크아웃이 추진된 적은 많지 않았다.
건설회사의 워크아웃이 성공한 사례는 주로 수주와 연관된 것이었다. 부동산 개발이 아니었다.
2001년 워크아웃에 돌입해 2006년말 워크아웃을 졸업했던 현대건설 한 관계자는 "현대건설은 수주산업이었다. 공사물량의 수주가 안되면 건설회사는 멈추게 된다. 공공 공사 입찰자격에서 (법정관리는) 결격 사유다. 민간공사도 대외 이미지가 추락해 주택사업 수주가 곤란한 처지에 도달했을 것"이라고 했다. 워크아웃이 수주산업인 건설업의 영속성에 도입이 될 때 성공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대우차판매의 워크아웃이 다소 무리한 워크아웃이라는 점을 인지하고 있는 듯하다. 대우차판매 워크아웃설이 불거진 초기부터 고심에 고심을 거듭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법정관리 상태에서) 감정가격이 1조2500억에 달하는 대규모 부지를 팔더라도 당장 매입할 곳이 있겠느냐"며 "제값을 받지 못할 바에는 차라리 워크아웃을 통해 송도 부지를 개발하고, 여기서 얻어지는 이익으로 차입금을 상환 받는 쪽으로 방향을 세운 것 같다"고 분석했다. 워크아웃의 목적이 '기업 회생'보다 '채권 회수'에 있다는 뜻이다.
무리한 워크아웃일수록 대우차판매 회생에는 더 많은 비용이 투입될 수밖에 없다. 채권단과 대우차판매가 기업 회생에 전력을 다하는 그림을 그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