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한은법 3번째 좌절…'통과가 기적'?

[기자수첩]한은법 3번째 좌절…'통과가 기적'?

신수영 기자
2011.07.05 16:36

"국회 본회의는 둘째 치고, 법사위 통과 자체가 기적이었다." 지난달 30일 한국은행법 개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것을 두고 한은 안팎에서는 이런 말이 나왔다.

한국은행의 금융기관 조사권을 강화한 한은법 개정안은 이날 국회 통과가 무산됐다. 법사위는 통과했지만, 본회의 의결 직전에 상정이 취소됐다. 한나라당 정무위원회의 반발이 주된 이유였다. 같은 당 소속이면서도 기획재정위원회(한국은행)냐 정무위원회(금융위원회)냐에 따라 편이 갈린 셈이다.

재정위보다는 기득권을 뺏길 일이 걱정인 정무위가 더 다급하다. 금융기관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금융위와 금감원이 정무위 소관이기 때문이다.

한은으로서는 낙담할 노릇이다. 2009년 12월부터 1년 반을 기다린 법안이다. 오죽 사연이 많았으면 법사위 통과만도 '기적'이라 평할 정도다.

한은법 개정안을 두고 그동안 한은은 적어도 세 번 좌절했다. 당시 기획재정위원회가 개정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누더기가 된 것이 한번. 10여명의 의원들이 낸 법률안에 '정부·한은·국민경제자문회의 태스크포스', 공청회 의견 등이 합해져 처음과는 모양이 많이 달라졌다. 여기에 정무위위원회가 소위 '맞불 법안'을 내며 세월이 그냥 흘렀다.

그러다가 기회가 왔다. 저축은행 사태를 계기로 다시 한은법 개정 논의의 불씨가 살아났다. 그러나 또 다시 좌절했다. 지난 3월 국회 법사위 소위에 상정됐지만 윤증현 기재부 장관이 정무위 반대를 이유로 난색을 표하면서다. 4월 국회에는 법안이 상정조차 되지 않았다.

그리고 지난달. 가장 방점이 찍혔던 '단독조사권' 부분이 삭제된 한은법이 법사위를 통과했다. 한은으로서는 아쉬움이 컸지만, 개정이 안 된 것보다는 나았다. 공동검사권을 보장받고 2금융권에 대한 자료 제출을 요구할 수 있게 됐다. 설립목적에는 물가안정 외 '금융안정'이 추가돼 중앙은행의 금융시장 감시 기능이 강화됐다.

그러나 이 개정안은 결국 본회의의 벽을 넘지 못하며 한은에 세 번째 좌절을 안겼다. 한은은 "유동성을 지원하는 기관에 대해 최소한의 정보는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살릴 수 있는지 여부를 보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중앙은행을 '돈을 찍어내 지시하는 대로 갖다 주는' 기관으로 전락시키지 말라는 요구다.

1년 반을 끈 한은법 개정안은 핵심이 빠진 채 8월 임시국회로 넘어갔다. 이때도 처리될지는 미지수다. 여전히 국회는 패가 갈린 상태다.

국회가 상임위 간 싸움을 내려놓고 진정으로 금융안정을 위한 방안이 무엇인지 논의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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