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론스타 4902억 깎고 가격협상 타결...외환銀 임직원 반발 등 장벽 남아
1일 저녁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한 행사장. 김승유하나금융지주(123,500원 ▲1,000 +0.82%)회장의 표정은 밝았다. 김종열 하나금융 사장과 김정태 하나은행장도 마찬가지였다. 김 회장은 "아직 계약과 관련해선 아무 말을 할 수 없다"고 했지만 "내일 발표하겠다"는 말을 덧붙였다.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와 기싸움을 벌여 온 가격협상이 타결됐다는 것을 사실상 인정한 것이다.
외신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가격은 3조9157억원. 론스타의 외환은행 보유 지분(51.02%)을 주당 1만1900원에 인수키로 한 것이다. 하나금융과 론스타는 지난 해 11월 4조6888억원에 첫 계약했다. 이후 론스타의 대주주 적격성 문제로 계약을 연장한 지난 7월엔 4조4059억원(주당 1만3390원)에 재계약했다.
지난 달 18일 금융당국이 론스타에 매각명령을 내린 이후 가격협상에 본격 돌입, 재계약 당시보다 총 매매금액의 11%인 4902억원(주당 1490원)을 깎은 셈이다. 협상 과정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론스타를 상대로 5000억원 가량을 인하한 건 하나금융도 만족할 만한 수준으로 많이 깎은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시장에선 당초 가격인하폭이 적게는 5%, 많아도 10%를 넘지 못 할 것으로 봤다. 외환은행 주가가 계약 당시보다 많이 떨어졌지만 양측이 외환은행 '순자산가치'를 기준으로 매매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이다. 론스타가 협상 초기 기존 계약대로 가격을 책정해야 한다고 맞선 배경이다.
론스타는 특히 금융당국이 내린 강제 매각명령 이행기간이 6개월이란 점을 협상에서 십분 활용했다. 중국계 은행 등 다른 인수자를 찾을 수 있다는 논리로 압박했다. 론스타가 협상의 주도권을 갖고 있는 형국이었던 셈이다.
하나금융은 반면, 가격을 깎지 않고 협상도 지지부진할 경우 론스타에 대한 국민 정서가 더욱 악화될 것이란 논리를 설득했다. 그럼에도 론스타가 가격인하폭을 최소화할 것을 요구하자 김 회장은 외환은행 인수 포기 가능성까지 암시하며 막판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한국 시장을 빨리 떠나길 원한 론스타도 하나금융 외에 대안을 찾기도 여의치 않자 가격인하에 응한 것 같다"고 전했다.
하나금융이 외환은행 인수를 사실상 확정지으면서 은행업계에도 지각변동이 일 전망이다. 하나금융이 외환은행을 인수하면 지난 3분기 말 기준으로 총자산이 333조원에 달한다. 우리금융지주(372조원)와 KB금융지주(364조원), 신한금융지주(337조원)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이다. 덩치가 비슷한 4대 금융지주가 선도은행 경쟁을 벌이는 구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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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프라이빗뱅킹(PB)에 강한 하나은행과 외환, 무역금융에서 압도적인 외환은행이 합쳐지면 상당한 시너지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외환은행의 해외 네트워크가 더해지면 해외 진출 전략에서도 단연 두각을 나타낼 것으로 전망된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외환은행 인수가 최종 결정되면 당장 내년부터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경영전략을 구체화하는 작업에 착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은 장벽도 있다. 가격인하폭을 두고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 외환은행 노동조합 등 금융권 노조와 시민사회단체, 정치권 등에서 론스타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박탈해 국부 유출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기 때문이다. 하나금융 피인수에 반대해 온 외환은행 임직원들의 반발도 넘어야 할 산이다.
김기철 외환은행 노조위원장은 "하나금융과 론스타가 어떤 가격에 합의를 했든 경영권 프리미엄이 붙은 가격"이라며 "정치권과 힘을 모아 금융당국의 인수 승인을 막기 위해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