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당국 '금융강국 서포터' 되려면

[기자수첩]당국 '금융강국 서포터' 되려면

오상헌 기자
2012.09.10 16:33

지난해 중국에 이어 올해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국내 은행들의 현지법인을 둘러볼 기회가 있었다. 머니투데이가 2003년부터 10년째 진행하고 있는 '금융강국코리아' 기획 취재 일정이었다. 현지에서 만난 국내은행 법인장들에게 공통적인 질문을 던졌다. "한국이 '금융강국'으로 성장하는 데 있어 필요한 것이 무엇이냐"는 물음이었다.

현지법인장들은 무엇보다 "중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전략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금융은 '인내'와 '끈기'가 필요한 영역이다. 고객의 신뢰가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문화와 언어가 전혀 다른 해외시장의 경우는 특히 더 그렇다. 글로벌 금융회사들의 해외진출 역사는 바로 '시간과의 싸움'이었다.

하지만 한국 금융의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게 현지법인장들의 한결같은 지적이었다. "경영진들이 단기 수익성에 매몰돼 있다 보니 중장기적 현지화 전략이 부재하다"는 얘기였다.

이에 못지않게 국내 금융감독당국의 역할이 아쉽다는 지적도 적지 않았다. 척박한 불모지를 개척하기 위해 해외로 나간 국내 금융회사들에 현지 당국의 규제는 가장 큰 리스크다. 동남아시아 등 한국 금융의 진출이 활발한 이머징마켓(신흥시장)은 더욱 심하다. 인도네시아에서 만난 한 현지법인장은 "한국 당국이 금융의 세계화를 말로만 독려할 게 아니라 실제로 금융회사의 '서포터' 역할을 해줘야 하는데 실상은 그렇지 못 하다"고 아쉬워했다.

이런 맥락에서 금융감독원이 최근 국내 금융회사의 해외진출 지원서비스를 강화하겠다고 나선 건 환영할 만한 일이다. 금감원은 주요 해외 진출국 '전담 도우미'를 배치해 금융회사의 애로, 건의사항을 수렴하고 해외 진출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등 체계적인 지원에 나서겠다고 했다.

금융회사 해외진출 지원 체계가 실효성 있게 작동하기 위해선 금융회사들 못지않게 감독당국이 현지 사정을 꿰뚫고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일부 선진국 중심으로 산재해 있는 해외사무소를 지금보다 확대하고 전문 인력도 늘릴 필요가 있다. 해외진출이나 투자에 대한 사후 평가도 '결과론'에서 벗어나 보다 합리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문책이나 제재 중심으로 흐르다보면 경영진이 단기 수익에 매몰되는 악순환이 초래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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