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매 첫날 표정]국세청 서버 다운...문의폭주, 실제 가입은 '아직'

서민의 대표 재테크 수단, 근로자재산형성저축(재형저축)이 18년 만에 부활했지만, 출시 첫 날인 6일 은행과 소비자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은행은 초반 시장 선점을 위해 '열혈' 마케팅에 나섰지만, 가입 대상자들은 신중한 표정이다.
금융권이 일제히 재형저축 상품을 출시한 이날 오전 서울시내 각 은행 창구는 다소 한산한 표정이었다. 은행 영업점들은 저마다 비과세와 고금리 등을 강조한 플래카드를 내걸었지만, 실제 소비자들은 높은 관심을 보이면서도 한시판매 상품이 아닌 만큼 금리 등을 꼼꼼히 따지겠다는 목소리가 다수였다.
KB국민은행 남대문지점 한 직원은 "어제 오후 금리가 공시된 후 전화문의는 꾸준히 오고 있다"면서도 "아직 신규 가입자는 많지 않다. 정확한 집계는 어렵지만 오전가입자는 10건 안팎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직원은 "아직 금리 눈치 보기를 하는 고객들이 있는 것 같다"며 "아직 마케팅에 본격 돌입한 게 아니고, 앞으로도 계속 가입이 가능하기 때문에 첫 날 실적에 크게 기대를 걸 필요는 없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구로디지털단지 소재 우리은행 서울디지털지점의 한 직원은 "현재(오전 11시30분)까지 대기 번호표가 61번이니까, 전체 내방객이 그 정도라는 건데 현재까지만 재형저축을 15계좌 정도 판매했다"며 "이 곳은 중소기업 직장인들이 워낙 많아 오늘은 물론 앞으로도 가입자가 꾸준히 늘어날 것 같다"고 말했다.
은행들의 낙관과 달리 가입자들의 표정은 엇갈렸다. 최근 가장 화제가 된 재테크 상품인만큼, 사회 초년생들을 중심으로 관심은 높지만 은행별 금리 차이, 7년 이상 가입해야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망설이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따.
국민은행 남대문 지점에서 만난 A씨(여·33세)는 "언론보도 등을 통해 통해 재형저축 상품에 관심을 가져 왔다"며 "국민은행이 주거래은행이고 금리도 우대금리 조건에 충족, 연 4.5%로 다른 은행보다 낮지 않아 국민은행에서 가입하기로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결혼했다는 A씨는 "7년 동안 돈을 묶어 둬야 한다는 건 부담이 있지만, 아이를 낳아 초등학교에 들어갈 쯤에는 목돈을 마련한다고 생각하면서 월 10만 원씩 가입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우리은행 서울디지털지점에서 만난 소프트웨어개발 업체 직원 B씨(27세)는 "부모님께서 강력 추천하셔서 왔다. 일단 '묻어둔다'고 생각하고 분기당 300만원씩 채워 하라고 하셨다"며 "우리은행이 월급 통장이 있고, 금리도 가장 높은 편이라 해서 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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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또 "펀드 등도 고려해 봤지만, 요즘 시장이 좋지 않아서 선뜻 들기 어렵다. 돈 쓸 일이 적지 않을 것 같아 당장은 부담스럽지만 불가피하게 해약해 세금 혜택을 반납해야 하더라도 만들려고 한다"고 말했다.
반면 은행에서 상담을 받고도 가입을 주저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한 은행 서소문지점에서 만난 직장인 C씨(30·여)는 "점심시간을 이용해 은행에서 재형저축 상담을 받았지만 여전히 고민 중"이라며 "미혼이라 목돈 쓸 일도 있을 것 같은데 7년씩이나 묵혀둬야 한다는 게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구로디지털단지 인근에서 만난 자영업자 D씨(42) "서민을 위한 상품이라고 해 관심을 갖고 있는데, 국세청 소득증명서 떼는 게 너무 복잡해서 대학생 아르바이트생에게 부탁해 겨우 끊었다"며 "너무 오래 묶어둬야 하기 때문에 고민이 있지만, 일단 소액이라도 통장은 만들어야 하지 않나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가입 대상자임을 증명하기 위한 국세청의 소득확인증명서 발급시스템 장애가 첫 날 저조한 가입 실적의 원인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재형저축은 전년도 연봉 5000만원 이하인 근로자와 종합소득 3500만원 이하 개인 사업자만 가입할 수 있다. 가입자들은 소득확인증명서를 은행에 제출해야 한다.
그러나 소득증명서를 인터넷 발급하기 위한 국세청 홈택스(www.hometax.go.kr) 시스템이 접속 장애를 일으켰다는 것. 실제로 일부 가입자들은 "국세청 사이트에서 '신청자가 몰려 출력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메시지를 보고 황당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 은행 관계자도 "국세청 사이트가 서버다운돼 실시간으로 확인이 안 된다"고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일부 은행 영업점에서는 국세청 고객들을 대신해 세무서를 방문, 서류를 발급받아 주는 '서비스'를 내세우며 고객 유치에 나서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