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은행업계의 최대 화두 중 한 가지는 '생산성'이다. '저금리' 기조가 고착화되고 분기마다 실적이 쪼그라든 탓에 "월급은 많이 받으면서 몸값을 못 한다"는 비판에 시달린다. 은행원들은 억울하다. "회사가 어려워진 것은 알지만 노동 강도도 점점 세지고 있는데, 월급을 깎으란 말이냐"는 푸념들이 쏟아지고 있다.
실제로 일선 영업현장 대부분의 은행원들은 날이 갈수록 강해지는 노동 강도에 울상을 짓고 있다. 지난해 6월에는 한 시중은행 직원이 실적압박에 대한 스트레스를 호소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어 논란이 되기도 했다.
한 시중은행 지점장은 "경기침체와 저금리 등 객관적인 영업 환경은 날로 악화되데 영업실적 평가하는 기준은 오히려 올라가니 답답할 노릇"이라고 말한다. 일선 직원들 역시 신규상품 출시 때마다 떨어지는 이른바 '할당' 때문에 자신의 주머니를 털어 가짜 실적을 올리는 사례가 다반사다.
한 은행원은 기자에게 "순이익을 직원 수로 나눠 '생산성'을 계산하는 언론 보도를 보면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은행이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해야 한다고 지적해 놓고, 정작 신사업 정착까지는 조금도 기다리지 않은 채 분기마다 생산성이 떨어진다고 비판한다는 것.
그러나 정부와 언론, 그리고 여론이 은행업에 대해 이처럼 날카로운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한국 은행업의 태생적 한계에 기인한다. 은행업은 부실해질 때마다 '공기(公器)'라는 이유로 국민 세금으로 조성된 공적자금을 이용해 살아남았다. 반면 경영이 잘 될 때는 유독 중소기업·서민들에게만 문턱을 높여 왔다.
결국 '제 살을 깎는' 생산성 향상은 은행 경영진과 직원들이 감수해야 할 몫으로 남는다. 최근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이 '시니어' 직원 중 신청자를 대상으로 정년을 연장하는 대신 성과에 따라 급여를 지급하기로 함에 따라 생산성 향상의 선례가 될 지 관심이 모아진다.
다만 이 같은 생산성 향상에 앞서 경영진의 뼈를 깎는 노력이 전제돼야 한다. 지난 19일에는 갈등을 거듭하던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 내정자와 박병권 국민은행 노동조합 박병권 위원장이 손을 맞잡았다. 두 사람은 만남에서 "인위적인 구조조정보다는 생산성을 높일 다른 방법을 찾겠다"고 합의했다. SC은행에 이어 국민은행까지 노·사 협의를 통한 생산성 향상의 묘안을 찾을 수 있을지 기대되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