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쳤는데 2000만원…외제차 수리비 어떻길래

스쳤는데 2000만원…외제차 수리비 어떻길래

신수영 기자
2013.09.11 17:18

검찰, 금감원 요청에 BMW·벤츠·렉서스 등 외제차 딜러 9곳 압수수색

#"외제차는 피하고 보는 것이 상책이었는데…" 마티즈 운전자 박모씨는 지난 가을 서울 광화문 한복판에서 일어난 사고를 생각하면 속이 쓰리다. 차선을 변경하다가 상대 차량의 옆면을 살짝 스쳤지만, 하필 상대 차량이 외제차인 벤틀리였다. 문짝과 휀더가 긁히는 경미한 수준의 사고에 차량 수리비용만 1200만원이 넘게 나왔다. 김씨가 몰던 마티즈의 수리비(30만원대)의 40배에 달하는 금액이었다. 여기에 약 삼주간의 렌트비가 추가되면서 비용이 더해졌다. 상대 차량의 부품을 해외에서 들어오는데 보름 이상의 시간이 걸린 때문이다. 결국 보험사는 수리비와 렌트비 등을 합쳐 2000만 원에 가까운 비용을 물어줬고, 박 씨의 보험료는 크게 할증됐다.

검찰이 10~11일 폭스바겐과 아우디, 렉서스, 도요타, BMW, 메르세데스 벤츠 등 등 유명 외제차 공식 판매업체(딜러사) 9곳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에 나섰다. 수리비를 뻥튀기한 혐의다. 이번 압수수색은 금융감독원의 요청을 받아 진행됐다.

금융당국이 그만큼 수입차 수리비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사실 '스치기만 해도 수백'인 외제차 수리비는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수리비가 비싸면 보험사가 지급해야 할 보험금도 그만큼 늘어난다. 국산차 운전자의 보험료에서 나가는 돈이다. 보험사의 재정을 악화시킬 뿐 아니라 많은 국산차 운전자의 보험료가 오르는 결과를 낳게 된다는 얘기다.

11일 보험연구원과 보험업계에 따르면 외제차 보험사고에 대해 손해보험사들이 지급한 보험금(자차·대물담보 수리비)은 2011회계연도 기준으로 6420억원을 기록해 전년 5455억원에서 17% 증가했다. 전체 차 사고관련 지급 보험금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2%에서 14%로 2%포인트 가량 증가했다. 2008년 9%였던 것과 비교해서는 크게 높아진 수치다.

수리비 증가 속도도 빠르다. 국산차 수리비가 최근 4개년 평균 11%씩 증가하는 동안 외제차 수리비는 매년 30%씩 늘었다. 결과적으로 외제차 건당 수리비는 국산차의 3배나 된다는 지적이다.

업계는 외제차 수리비를 올리는 주범으로 크게 두 가지를 꼽는다. 부품 마진과 공임비다. 국산에 비해 부품비는 5.4배, 공임비는 2.2배 높은 것으로 파악된다.

무엇보다 외제차 수리비에서 59%를 차지하는 부품비를 줄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국산차는 이 비중이 41%로 훨씬 낮다. 부품비가 비싼 이유는 외제차 직영 딜러들이 부품 유통과정을 독점하고 가격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한 보험사가 자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아우디는 33%, 폭스바겐은 48% 정도 독일 현지보다 부품 가격이 비싼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공임비가 비싼 이유 역시 비슷하다. 수입차량이 드물고 수리도 까다롭다는 점을 들어 외제차 딜러들이 가격을 비싸게 책정한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외제차 딜러들이 차량 수리 방법을 배타적으로 사용하고 있어 일반 정비업체는 진입장벽이 있다"며 "부품조달이나 수리에 시간이 오래 걸린데 따른 과도한 렌트비 역시 해결할 문제"라고 설명했다.

운전자들의 외제차 수리비용과 보험료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불투명한 외제차 수리비 책정 구조를 투명하게 해야 한다고 업계는 입을 모은다. 수입차에 대한 대체부품(비OEM부품)을 활성화하는 방법도 대안으로 제시된다.

이와 관련, 최근 열린 자동차보험 수리비 합리화방안 정책토론회에서 송윤아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대체부품 사용을 활성화해 소비자 접근성과 선택권을 넓히고 부품시장 경쟁을 촉진해야 한다"며 "약관을 개선해 대체부품 사용을 공식화하는 한편 부품인증제를 도입해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부품을 선택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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