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8일 진행된 농협중앙회 국정감사는 예년에 비해 다소 싱거웠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지난해 다소 격앙된 반응을 내비쳤던 최원병 농협중앙회장도 올해는 여유가 있어 보였다. 국감이 끝나고 국회의원들을 배웅하던 최 회장의 표정 역시 밝았다. 결과적으로 농협중앙회의 올해 국감 점수는 나쁘지 않았다.
물론 진땀을 뺀 이도 있다. 전태민 농협중앙회 IT본부장이다. 농협의 전산 등을 총괄하는 전 본부장은 의원들의 숱한 호출을 받았다. 수차례 전산사고를 일으킨 농협의 고질적인 문제를 감안하면 충분히 납득되는 대목이다. 하지만 올해는 특이한 점이 포착됐다. 과거처럼 전산사고 재발방지를 위한 질책보다는 보상 문제에 집중됐기 때문이다.
그 중심에는 안랩(옛 안철수연구소)이 자리잡고 있다. 안랩은 농협에 백신을 제공하고 있는 곳이다. 올해 3월 발생한 농협 전산사고의 일정부분 책임이 있는 셈이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이 부분을 집중 공략했다. 다수의 새누리당 의원들은 "안랩으로부터 왜 보상을 받지 않느냐"며 농협을 압박했다.
의원들의 계속된 질의에 전 본부장은 "안랩과 두달동안의 협상과정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안랩에서)협상에 잘 응하지 않고 있다"며 "협상이 원만하게 진행되지 않으면 소송에 나설 것"이라고 반복적으로 답변했다. 농협에 따르면 피해금액은 50억원 수준으로 집계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질의와 답변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우선 농협을 피해자로 보는 관점이다. 농협이 백신문제로 피해를 당한 것은 사실이지만, 농협의 관리책임으로 인해 더 큰 피해를 본 이들은 농협 고객들이다. 농협이 안랩에 소송을 제기한다면, 농협의 고객들도 농협에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는 이야기와 같다.
논점이 흐려진 점도 아쉽다. 새누리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안랩의 책임론이 거듭 거론된 것은 이유야 어떻든 정치적인 접근이다. 모두가 아는 것처럼 안랩의 창업자는 안철수 의원이다. 안 의원을 겨냥했다는 의미다. 안랩에 대한 책임공방은 농협과 안랩 양자협상을 통해 해결하면 된다. 농협 국감에서는 더 큰 그림을 그렸어야 했다.
농협이 내년 국감에서 적어도 전산문제와 관련해 정말 좋은 점수를 받았다고 평가받는 길은 하나다. 책임공방을 떠나 농협중앙회 IT본부장이 더이상 호출받지 않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