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아직도 여진 계속 '평생 1억 보장 실손'

[기자수첩]아직도 여진 계속 '평생 1억 보장 실손'

신수영 기자
2013.11.18 05:30

"100% 보장받는 실손의료보험에 가입할 마지막 기회라고 했다. 평생 1억원을 보장한다는 설명을 들은 사람도 있다. 설계사들이 불완전판매를 했고 보험사도 암묵적으로 이를 용인했다."(소비자)

"계약이 갱신되는 시점에 가입금액, 보상내용 등이 변경될 수 있다는 점을 약관에 명시했다. 설명도 충분히 했고 자필서명도 받았다. 말을 바꾼 게 아니다."(보험사)

지난해 9월 손보업계가 몸살을 앓았던 '실손의료보험 보상한도 축소' 사태의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달 한국소비자원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는 '보상한도를 임의로 줄인 것은 부당하다'며 관련 보험사 6곳에 이를 원래대로 돌려놓으라는 결정을 내렸다. 보험사들이 거부의사를 통보하면서 소비자원이 의지를 관철할 방법은 법정 소송만이 남게 됐다.

이 사태는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금융당국은 입원의료비 한도를 종전 1억 원에서 5000만 원으로, 보상비율은 100%에서 90%로 줄이도록 했다. 이 조치에 8~9월 두 달간 유예기간을 두면서 절판마케팅이 벌어졌다. "밤을 새서 계약을 찍어야 할 정도"로 가입이 잇달았다. 나중에 갱신될 때 보험내용이 바뀔 수 있다는 사실은 '지금 들어야한다'는 조급함 속에 묻혔다.

3년 뒤인 2012년, 보상한도가 반 토막이 난 것을 안 소비자들은 분통을 터트렸다. 소비자원에 민원이 쇄도했다. 그로부터 다시 1년이 지난 현재, 소비자분쟁조정위는 소비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당시 조치대로 개정된 상품이 팔리고 있고 억울한 소비자와 억울한 보험사가 있다. '억울한 양측'은 불완전판매와 완전판매를 놓고 줄다리기 중이다.

그렇지만 불완전판매 여부를 떠나 한 가지 더 생각해볼 것이 있다. 사실 1억 원은 실현 가능성이 매우 적은 보상한도다. 한 대형손보사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5000만 원 이상의 실손의료비를 받아간 비율은 고작 0.04%였다.

'입원 3000만원-통원 10만원'이 대세였던 실손보험 보상한도가 '5000만-30만원', '1억-100만원' 등으로 높아진 건 손보사들의 과다경쟁 때문이었다. 그때 보상한도 올리기 경쟁에 동참하지 않았던 몇 곳은 실제로 이번 논란을 피해갔다.

설계사 말만 믿고 덜컥 보험에 가입하는 소비자 역시 줄어야 한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보장이 커지면 보험료는 당연히 따라 오른다. 필요하지 않은 과다 보장을 택해 보험료 지출을 늘리기보다 적정한 보험료에 적정한 보장을 골라야 한다. 몇 년 간 매달 몇 만 원씩을 내는 일인데, 약관을 꼼꼼히 읽고 공부하는 자세도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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