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억짜리 눈발이 흩날리네요."
서울 지역에 예년보다 빨리 첫눈이 내렸다. 한 대형 손해보험사 직원들이 펑펑 쏟아지는 첫눈을 보기 위해 창가로 우르르 몰려들었다. '첫눈' 덕분에 낭만에 빠지기도 잠시, 직원들은 이내 한숨을 내쉬었다.
한 직원은 "오늘도 자동차 사고 엄청 나겠다"면서 "눈 한번 내렸다 하면 하루 만에 보험금으로 수십억원이 나가는데 첫눈 온다고 무턱대고 웃을 수만은 없는 게 현실"이라며 푸념을 늘어놓았다.
그냥 '엄살'로만 받아 넘길 일은 아니다. 지난달 손보사들의 자동차보험 평균 손해율은 100%에 육박(97.7%·집계 마감한 10개사 기준)했다. 손해율은 보험사가 가입자로부터 받은 보험료 가운데 가입자에게 지급한 보험금의 비율을 뜻한다.
업계에선 사업비 등의 비용을 감안할 경우 적정 손해율을 77%로 보고 있다. 쉽게 말해 손해율이 77%를 넘어서면 보험사 입장에선 '남는 게 없는 장사'라고 할 수 있다. 올 상반기(4월~9월) 누적손해율은 86.0%로 급등했다. 지난달 손해율이 100%를 넘긴 손보사가 3곳이나 나왔다.
자동차보험 영업적자는 지난해 보험료를 2.5~3% 가량 인하하면서 예고됐다. 업계가 과당경쟁을 한 측면도 없지 않지만, '정치시즌'을 맞아 분위기상 '비자발적'으로 내릴 수밖에 없었다는 게 업계의 하소연이다.
더구나 금융당국은 보험료 인상을 사실상 원천적으로 막고 있다. 보험료 인상이 적자를 면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지만 누구도 먼저 총대를 멜 수 없는 노릇이다. 업계 관계자는 "보험료를 무조건 통제할 게 아니라 사고가 많이 나면 바로 올리고, 사고가 적게 나면 바로 내리는 탄력적인 운용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보다 현실 가능한 해결책도 논의해 봐야 한다. 예컨대 자동차보험을 사람 기준이 아닌 차량 기준으로 바꿔 보험가입자가 보유한 자동차 각각에 대해 할인할증률을 따로 적용하는 방안은 조기 시행 가능하다. 최고 할인 등급을 받은 보험가입자가 본인 명의로 자녀에게 차를 사주면 자녀는 최저 수준으로 보험료를 내기 때문에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있었다.
자동차 중고부품을 사용해 보험료를 할인해 주는 상품도 활성화 돼야 한다. 중고부품에 대한 소비자의 부정적인 시각이 바뀌어야 하지만, 알게 모르게 작용하고 있는 대형 자동차부품회사의 '압력'도 풀어야 할 숙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