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유리천장을 깨는 사람

[기자수첩]유리천장을 깨는 사람

정현수 기자
2013.12.29 15:54

'유리천장을 깨는 사람(Glass ceiling cracker)'.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이 트위터에 올린 자기소개글 중 일부다. '유리천장'은 1986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에서 인용한 이후 세계적으로 유행한 단어로, 조직 내에서의 보이지 않는 여성차별을 의미한다. 차기 미국 대통령 후보로도 거론되는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이를 극복해나가는 대표적인 여성리더로 꼽힌다.

최근 국내에서도 '유리천장'이라는 단어를 심심치 않게 접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은 여성들의 지위 향상과 함께 유리천장이 서서히 깨지고 있다고 진단한다. 최초의 여성 대통령의 탄생은 서막이었다. 특히 금융권의 '유리천장'이 가장 강하게 진동했다. 가장 보수적인 집단 중 한 곳으로 꼽혔던 한국은행에서 설립 62년만에 첫 여성 임원을 배출한 것이 좋은 예다.

하이라이트는 지난 23일 권선주 기업은행장의 내정이었다. 권 내정자는 국내 첫 여성 은행장이다. 여성 은행장의 탄생과 함께 연말 은행권 인사는 요동쳤다. 연말 임원인사를 진행한 은행들은 저마다 '여성'을 강조했다. 실제로 신한은행은 최초의 여성 부행장보를 배출했고, 하나은행도 첫 여성 전무를 선임했다. 외환은행과 농협은행에서는 각각 최초의 내부출신 여성 임원, 여성 본부 부서장을 배출했다.

최근 만난 한 시중은행 임원이 "요즘 같은 시기에서 여성 임원을 배출하지 않으면 시대에 뒤떨어지는 은행으로 취급받는다"고 말할 정도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여성 임원들의 약진을 '운'으로 바라보는 시선이다. 능력보다는 '여성'이라는 점이 오히려 더 부각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남성 임원 승진 대상자가 역차별을 받았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결국 차별을 극복하고 리더가 된 여성들조차도 여전히 차별의 굴레를 벗어날 수 없는 것이다. 여풍(女風)이 바람으로만 그치지 않으려면 사회적 인식 변화와 함께 여성리더들도 능력으로서 오해와 편견을 뿌리쳐야 한다. '여성리더'라는 단어에서 '여성'을 뺄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본다. '여의사', '여교사', '여검사' 등에서 사용된 불필요한 접두사도 마찬가지다. 더 이상 '유리천장을 깨는 사람'이 필요 없을 그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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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수 기자

머니투데이 경제부 정현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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