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카드 사태의 마무리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요."
카드3사의 고객정보 유출 사태를 바라보며 한 금융사 직원에게 건넨 질문이다. 그는 "윗분들이 옷을 벗겠죠. 어느 선까지, 몇 분이나 벗을지가 관건입니다"라고 답했다.
그의 대답대로 카드사태의 결론은 금융권 '윗분'들이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모습으로 귀결될 것이다. 우선 카드3사 수장을 비롯한 금융사 임원들은 대거 사퇴 또는 사의를 밝히고 처분을 기다리고 있다.
다만 일부 금융사 안에선 누가 옷을 최종적으로 물러나야 할지를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전임 최고경영자(CEO) 때 벌어진 일인데, 현 CEO는 억울하지 않나", "금융지주사도 문제다, 아니다 카드사만 문제다", "IT 담당이 책임져야지, 다른 임원들은 무슨 죄인가" 등의 말들이 무성하다.
정부의 책임론에 대한 침묵도 아이러니하다. 일례로, 금융감독원은 지난 17일 유출정보 공개로 국민의 분노가 폭등한 후에야 부랴부랴 대책마련에 나섰다. 18~19일 사태가 확산되자 금감원 고위 인사는 금융사 임원들을 한밤중에 불러 호통 쳤고, 금융사에게 관련자들의 인사 조치를 직접 요구하기도 했다.
반면 금감원 스스로는 '책임'을 묻는 질문에 입을 굳게 닫는다. 정보가 유출된 지난 2년 동안 감독 소홀의 비판을 피할 수 없는데도 말이다. 또 검찰 발표로 사태가 처음 공개된 지난 8일부터 개인들의 유출정보 확인이 시작되며 국민적 공분이 일어난 17일 저녁까지 10여일 동안 대책을 준비했지만 정작 국민들의 불안감 확산을 막지 못했다.
카드사태는 점차 진정되고 있다. 불안한 고객들의 '카드런'은 줄었고, 전쟁터였던 각 금융사의 영업점도 안정을 되찾고 있다. 결국 몇몇 인사들은 자리를 떠날 것이다.
사태 직후 각 금융사와 금융당국은 모두 국민 앞에 머리를 숙였다. 그리고 '수습이 먼저'라며 책임론은 조금씩 시기를 미뤘지만 이제는 책임론이 거세질 것이다. 물론 이번 사건은 금융사나 금융당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의 `비정상`이 극명하게 드러난 사례다. 그리고 정부의 총체적 관리 부실의 문제임이 드러나고 있다.
한 금융사 보안담당자는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지난 수년간 금융사들의 비슷한 보안사고가 반복된 것도 '보안은 비효율적'이라는 윗분들의 고정관념 때문입니다.사건 직후엔 보안을 외치다가도 시간이 지나면 금세 잊곤 합니다." 시간이 지나도 두 눈 부릅뜨고 감시해야 한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