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재무구조 악화된 대기업 대거 포함..채권단 "시장 안심시킬 충분한 규모 자구계획 유도"
"지난 7~8년간 대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이 없었다. 부실이 계속 이연돼온 상황이다. 이번 정부에서는 부실 대기업을 정리하고 간다."
지난해 동양그룹 사태 이후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대기업 구조조정을 선언했다. 방식은 제2의 STX, 동양을 막기 위한 선제적 구조조정이다. 올해 채권단과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맺는 대기업이 대거 늘어난 것은 이 때문이다.

◇엄격해진 평가방식, 재무구조개선약정 대상 2배로= 올해 재무구조개선 약정 체결 대상이 지난해 6개에서 올해 13개로 대폭 들어난 이유는 대기업들의 경영실적은 악화됐고 재무구조 평가 방식은 엄격해졌기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분석한 올해 63개 상호출자제한집단 중 민간 기업집단의 지난해 총 매출액은 1357.4조 원으로 전년(1373.5조 원) 대비 16.1조 원 (1.2%) 감소했다. 매출액은 소폭 감소했지만 당기순이익은 50.5조에 그치며 전년 대비 대폭(9.8조 원, 16.3%) 줄었다.
대기업 재무구조 평가방식은 촘촘해졌다. 우선 채권단의 관리를 받게 되는 주채무계열 선정 기준을 기존에는 전체 신용공여액의 0.1% 이상에서 0.075% 이상으로 확대됐다. 이에 따라 지난해에는 신용공여액이 1조6152억원 이상인 대기업이 주채무계열 대상이었지만 올해는 1조2251억원 이상이면 채권단 관리 대상에 포함됐다. 그 결과 주채무계열이 지난해 30개에서 올해 42개로 대폭 늘어났다.
재무구조 평가방식은 부채비율 구간을 세분화해 평가의 정밀성을 높이고 최근 경영실적 반영비율을 높였다. 채권단 평가에서 '정상' 판정을 받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법정관리를 신청했던 웅진그룹,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맺은지 1년도 안돼 무너져 버린 'STX그룹' 같은 사례를 막기 위한 조치다.
부채비율 구간 세분화로 과거에는 부채비율이 200%인 계열이나 249%인 계열이 동일한 기준점수를 받았지만 올해는 점수가 달라졌다. 또 지금까지 3년 단순평균으로 반영하던 매출액영업이익률, 이자보상배율의 평가 방식은 최근 사업연도 실적에 가중치(5:3:2)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채권단 관계자는 "최근 1년 평가비중이 절반을 차지하면서 작년에 어려웠던 경기상황이 고스란히 반영됐다"고 밝혔다. 실제로 새로 약정 대상에 포함된 대기업들 대부분이 지난해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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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비재무평가 항목을 계량화한 점도 크게 작용했다. 작년 평가 때만 해도 참고사항 정도로 유명무실했던 지배구조위험, 영업전망 등 비재무평가를 5단계로 점수화해 재무평가항목에 합산한 것이다.

◇재무구조개선 대상 대기업은 어디?= 13개 재무구조개선 약정 대상 대기업 중 상당수는 이미 채권단에 의한 관리가 이뤄지고 있는 곳들이다.
STX그룹은 그룹이 공중분해돼 법정관리 및 채권단 자율협약 하에 있고 금호아시아나는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중이다. 성동조선, SPP조선은 채권단 자율협약에 따라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다. 한진과 동부그룹은 채권단과 약정을 맺고 수년째 있고 재무구조 개선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번에 새롭게 약정 체결 대상에 포함된 현대그룹, H그룹, 또다른 H그룹, E그룹, D그룹, H중공업은 최근 경영상황이 악화된 곳들이다. 현대의 부채비율은 2012년 404.1%에서 2013년 540.5%로 치솟았고 H그룹은 188.2%에서 2013년 200%(220.5%)을 넘어섰다. E그룹은 191.2%→197.4%, D그룹은 171.3%→174.8%, H중공업은 148.4%→158.6%로 각각 상승했다. 또다른 H그룹은 140.8%에서 133.8%로 소폭 감소했지만 2012년 1230억원에 이어 지난해 2460억원이 순손실을 기록하는 등 2년 연속 적자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들 대기업은 이미 자체 재무구조 개선 노력을 시작한 상황이다. 현대는 지난해 12월 금융계열사 및 LNG 등 벌크 전용선 사업부 매각 등 3조3000억원의 자구계획을 발표하고 이미 일부 매각을 완료했다. D그룹은 지난달 말 2000억원대의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했고 또다른 H그룹도 지난해 회사채 신속인수 지원을 받은데 이어 자구계획을 실행 중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약정 체결 과정에서 해당 대기업과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되지만 충분한 자구계획 수립을 통해 시장 불안을 해소하는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