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IC단말기 교체 '동상이몽'

[기자수첩]IC단말기 교체 '동상이몽'

전혜영 기자
2014.09.16 16:23

"솔직히 지금 누가 총대를 메고 서두르고 싶겠습니까. 버틸 수 있는 한 눈치 보면서 '교통정리'가 될 때까지 기다리는 거죠."(A 대형 가맹점 관계자)

16일 IC(집적회로) 카드 단말기 교체 사업을 위해 국내 신용카드사들과 대형가맹점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여신금융협회 주최로 IC 단말기 교체 관련 주체들이 모두 모여 첫 설명회를 가진 것. 하지만 '온도차'는 예상대로 컸다. 자발적인 참여를 요청하는 카드업계의 '러브콜'에도 대형 가맹점의 반응은 여전히 미지근하다.

금융당국은 지난 4월 보안이 취약한 마그네틱(MS)방식의 가맹점 단말기를 IC단말기로 전환키로 결정했다. 내년까지 IC단말기로 교체를 완료한 후 2016년부터 모든 가맹점에서 IC 결제를 의무화한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IC단말기의 설치비용 주체가 누구냐는 것이다. 중소형 영세 가맹점의 경우 정보유출의 '원죄'를 진 카드사들이 1000억원의 분담금을 조성해 단말기 교체 비용를 지원키로 했다. 하지만 대형 가맹점의 경우, 신용카드 결제승인 대행사인 밴(VAN)사와의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결정은커녕 손을 놓다시피 한 상황이다.

단말기는 가맹점이 비용을 부담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밴사들은 그간 관행적으로 대형 가맹점에 카드 단말기를 무료로 보급해왔다. 하지만 이번에 갑자기 단말기 교체가 결정되자 막대한 비용 부담 때문에 반발하고 있다. 대형 가맹점들은 그간 무상으로 지급받던 단말기를 국가 정책 때문에 스스로 교체하기는 다소 억울하다며 버티는 형국이다.

이날 설명회에서는 IC단말기 인증기관으로 선정된 한국기계전기전자시험연구원(KTC), 금융보안연구원(SA) 등이 대형 가맹점을 대상으로 최근 제정된 보안표준을 공개했다. 하지만 대형 가맹점의 반응은 심드렁하기만 하다.

대형가맹점 한 관계자는 "솔직히 지금 중요한 건 보안표준이 아니지 않느냐"며 "중장기적으로 교체를 안 할 수는 없겠지만 먼저 이해관계자들이 납득할 수 있게 합리적으로 정리가 되는 것이 시급한데 자발적 참여만을 요구하는 상황이 답답하다"고 털어놨다.

카드업계는 중간에서 속이 타 들어간다. 십시일반으로 적지 않은 규모의 기금도 마련했지만 생색은커녕 본전도 못 찾을 위기다. 금융당국의 적극적인 개입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문제가 되는 영세가맹점의 포스(POS)단말기 40만점 정도를 교체해 나갈 건데 이게 마무리 되도 대형 가맹점이 교체작업에 참여하지 않으면 말짱 헛수고"라며 "지지부진한 교체작업이 속도를 낼 수 있도록 당국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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