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김부선 난방비리 잡으라 했더니 브로커 등장

[단독] 김부선 난방비리 잡으라 했더니 브로커 등장

조성훈 기자
2014.11.20 07:20

브로커까지 개입..아파트 회계감사 복마전..당국 실태조사 시급

내년부터 300 가구 이상 공동주택에 대한 외부감사가 의무화된다. 이런 가운데 현행 아파트 회계감사 분야에 무자격 브로커가 개입해 회계사 자격증을 빌려주고 겉핥기식 감사를 진행하는 사례가 판치고 있다.

19일 회계업계에 따르면 현재 상당수 아파트 단지에서 무자격 브로커들이 일부 회계사들과 결탁해 부실 회계감사를 진행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이 결과 회계감사 의무화가 오히려 비리 아파트 관리자측에 면죄부만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재 아파트 회계감사는 입주민 10분의 1 이상이 요청하거나 입주자 대표회가 결정하면 시행할 수 있으며 의무사항은 아니다. 그러나 관리비 비리에 따른 분쟁이 심화되자 정부는 지난해 주택법을 개정해 내년부터는 300가구 이상 아파트 단지의 회계감사를 의무화했다.

아파트 회계감사 분야 전문가인 고한용 회계사는 "현재 전국 1만9000여개 아파트 단지 중 회계감사를 받고 있는 곳은 매년 5% 정도인데 이중 절반 이상에 브로커들이 개입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아파트 회계감사는 감사보수가 너무 낮아 저가로 겉핥기식 감사를 주선하는 브로커들이 판을 치고 있어 아파트 외부감사 의무화가 오히려 아파트 비리에 면죄부만 주는 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고 회계사에 따르면 회계감사 브로커로는 아파트 관리사무소나 용역회사 경리 직원 출신들이 주로 브로커로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회계감사와 관련한 입찰공고가 나오면 사전에 협의된 특정 회계사 명의로 수십만원대에 저가 수주한 뒤 형식적인 감사보고서를 만들어 제출한다는 것이다. 브로커들이 외부감사 업무를 다량 수주하면 계약된 회계사들이 형식적인 감사보고서를 작성하거나 아예 브로커가 작성한 감사보고서에 승인도장만 찍어주고 감사보수를 나눈다는 것이다.

실제 한국공인회계사회에 따르면 아파트 부실감사와 관련, 윤리위원회에 회부돼 제재를 받은 회계사는 지난해부터 11월 현재까지 20명이 넘는다. 이중 일부 회계사는 혼자서 연간 100여 단지 이상의 외부감사를 도맡아 처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300가구 이상 아파트 단지 한 곳에 대한 회계감사에 물리적으로 최소 2~3일 가량이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브로커와 연계된 자격증 빌려주기를 의심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고 회계사는 "외부감사시 회계사가 현장을 방문해 회계장부와 서류를 살피는게 원칙이지만 브로커와 계약한 회계사들은 고작 전산상 재무제표만 확인하는 수준"이라며 "관리사무소측도 이를 눈감아 주고 있는데 브로커들과 금전적으로 연계된 것으로 의심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브로커들에 대한 단속은 물론 부실감사에 연루된 회계사에 대한 징계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공인회계사의 책무를 규정한 공인회계사법이 있지만 아파트의 경우 일반기업과 달리 법률에 규정된 외부감사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국공인회계사회가 내부 윤리규정 위반으로 조치하고 있지만 솜방망이 처벌이 대부분이다. 한국공인회계사회 관계자는 "아파트 관리비 분쟁 과정에서 회계사에 대한 부실감사 신고가 접수되지만 감사비용이 적어 대부분 경미한 처분을 받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브로커가 활개치는 것은 구조적인 문제점도 크다는 지적이다. 아파트 입주자대표들의 회계감사를 단순 비용으로 인식하는데다 부실이나 비위가 노출될 것을 우려해 이같은 형식적 외부감사를 선호하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아파트 감사보수는 수십만원대에 불과한 형편이다. 일반기업과 달리 외부감사를 위한 증빙 서류나 재무제표 작업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감사환경도 열악하다.

윤승한 한국공인회계사회 감리위원장은 "대단지 아파트라도 책정된 감사보수가 많아야 100만원 정도에 불과한데 소규모 비상장사 외부감사 비용이 최소 1000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정상적으로 회계사가 수주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수박겉핥기식 회계감사가 이뤄질 수 밖에 없는 구조로 김부선씨가 제기한 난방비리 같은 문제를 바로잡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한편, 서울시는 이같은 문제점을 인식해 최근 제도개선에 나섰다. 아파트 비리조사를 전담하는 서울시 공동주택관리지원센터 관계자는 "외부감사 대상인 아파트의 입주자대표 등 관리자측이 직접 외부감사인을 선정하는 구조는 유착의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외부감사를 의무화한 개정 주택법에 외부감사인 선정과정에 대한 규정은 별도로 없어 외부감사인을 시가 지정하는 방안을 서울시 공동주택관리준칙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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