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이기형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
한국은 지금까지 지진으로부터 안전하다고 여겨졌다. 그러나 지난해 9월12일 경북 경주에서 발생한 규모 5.8 지진과 올해 11월15일 경북 포항에서 발생한 규모 5.4 지진은 우리나라가 지진으로부터 안전하지 못함을 확실하게 보여줬다.
이 두번의 지진은 인명피해와 막대한 재산피해를 불러왔다. 경주 지진으로 23명이 부상하고 9368건의 시설물이 파손돼 110억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포항 지진은 지난 20일까지 확인된 재산피해액만 610억원에 이른다.
특히 포항 지진은 도시의 인구 밀집지역에서 발생해 공동주택이나 학교 등 시설물의 피해가 많았다. 포항을 강타한 지진이 서울이나 광역시 등 더 많은 인구가 밀집된 대도시에 발생한다면 엄청만 규모의 인명 및 재산피해가 예견된다.

이런 상황에서 지진 피해에 대해 경제주체들이 어떻게 관리를 하고 있는지 점검해봐야 한다.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경우 정부가 보조하거나 경제주체들이 스스로 복구비를 부담해야 한다. 만일 보험에 가입해 있다면 건물피해를 보험금으로 신속하게 해결할 수 있어 빠른 시간 내에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재개할 수 있다.
경제주체들이 가입할 수 있는 지진보험은 정책보험과 민영보험으로 나뉜다. 정책보험인 풍수해보험은 주택과 소상공인(2018년 시범사업 예정)의 건물과 수용동산을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민영보험은 주택, 사무실 건물, 상가, 공장 등 모든 목적물을 대상으로 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 특히 정책보험은 일본, 미국, 프랑스의 지진보험처럼 손해보험회사가 인수하고 정부가 재보험을 제공하는 형태로 운영된다.
국내 정책보험은 다른 나라에 비해 가입하는 국민들에게 보험료를 55%에서 최대 92%(기초생활수급자)까지 보조해주고 정부가 일정 손해율을 넘는 손해에 대해 무제한으로 재보험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국내의 지진보험제도는 가입자의 보험료 부담 문제와 보험회사의 인수 여력을 정부가 보완해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전 세계에서 찾아 볼 수 없는 자연재해 리스크관리 모델에 해당한다.
그럼에도 국내 지진보험 가입률은 매우 낮은 상황이다. 이는 지진으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믿고 있는 '노 리스크, 노 인슈어런스'(No risk, No insurance:리스크가 없어 보험이 필요없다)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진은 더 이상 발생할 확률이 낮은 이례적인 사건이 아니라 언제든 일어나 피해를 줄 수 있는 사건이라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국내 경제주체들은 정부의 대책에만 의존한 수동적인 지진 리스크 관리에서 벗어나 스스로 적극적인 리스크 관리에 나설 때다. 경제주체들은 지진 리스크를 사전에 예방 및 경감하기 위해 주택의 임대 또는 구매시 건물 구조와 내진 설계 정도 등을 확인하고 사고와 피해 발생 가능성을 판단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지진이 발생할 경우 건물 피해에 대한 재무적인 복구 대책으로 정책보험인 풍수해보험 가입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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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수해보험에서 지진을 담보하는데 필요한 보험료도 매우 저렴하기 때문에 외국처럼 높은 보험료 때문에 가입이 어려운 것도 아니다. 예를 들어 포항의 거주자가 1억원인 아파트를 실손형 풍수해보험에 가입할 경우 연간 2000원 정도의 지진보험료를 부담하면 된다. 5억원인 경우 1만원 정도에 불과하다. 민영화재보험에 가입하면서 지진 특약을 첨부해도 보험료는 각각 4000원과 2만원 정도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지진은 모든 경제주체에게 리스크 관리의 필요성과 실행의 요구를 시사하고 있다. 특히 인구 밀도가 높은 대도시에 거주하는 국민들은 과거 수동적인 리스크 관리 인식에서 탈피해 지진보험에 가입하는 등 좀더 적극적인 리스크 관리로 인식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
특히 주택 건설 등 초기단계에서부터 건설업자의 지진 리스크 관리가 이뤄지고 거주자도 지진 피해를 스스로 대비해 지진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실행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제 한국도 지진은 '노 리스크, 노 인슈어런스'가 아니라 '예스 리스크, 니드 인슈어런스'(Yes Risk, Need Insurance:위험이 있어 보험이 필요하다)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