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자 가입 문턱 낮추는 대신 최소 자기부담금 등으로 보험료 상승 요인 완화 …위기의 실손보험 새시장 되나

금융당국과 보험업계가 1년 간 공들여 만든 유병력자 실손의료보험(이하 유병자 실손보험)이 베일을 벗었다. 과거의 병력으로 실손보험에 가입하기 어렵던 유병자들에게 가입문턱을 낮춰주는 대신 최소 자기부담금 등을 신설해 보험사의 부담도 줄여줬다. 무리한 보험료 책정으로 유명무실해진 노후 실손보험과는 다르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오는 4월부터 고혈압, 당뇨병 등으로 약을 복용하고 있는 만성질환자나 수술·입원 이력이 있는 유병력자도 가입할 수 있는 실손보험이 출시된다.
이 상품은 가입 시 18개 항목을 심사하는 기존 실손보험과 달리 6개 항목만 심사하고 최근 2년만 치료이력 등이 없으면 된다. 기존에는 5년간의 병력을 심사했다. 5년간 발병 및 치료 이력을 심사하는 중대질병도 암 1개로 줄였다. 기존에는 암 뿐 아니라 백혈병, 고혈압, 협심증, 심근경색, 뇌출혈 및 뇌경색, 당뇨병 등 10개 질병이 포함됐다. 간단한 투약만 하고 있어도 가입이 불가능했던 기존 실손보험과 달리 고혈압 등 경증 만성질환자도 가입이 가능해졌다.
유병자 실손보험은 과거의 병력으로 보험 가입을 거절당하기 십상이던 유병자들이 실손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보험 사각지대를 없애자는 취지에는 마련됐다. 상품 설계에만 꼬박 1년이 걸린 이유는 보험료 책정을 두고 당국과 업계 간 이견이 컸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유병자 실손보험이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한 상품인 만큼 보험료가 높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비싼 보험료가 가입자에게 부담이 되는 점을 우려했다. 업계는 일정 부분 공익성을 감안하더라도 무리하게 보험료를 인하하면 보험사들이 판매를 꺼려 노후 실손보험처럼 유명무실한 정책성 보험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맞서왔다.
당국과 업계는 고심 끝에 가입자의 자기부담률 30%와 최소 자기부담금(통원 2만원, 입원 10만원)을 설정하는 보완장치를 통해 보험료 상승 요인을 완화시키기로 했다. 투약을 제외한 대다수 질병, 상해에 대한 진료를 보장하지만 도수치료 등 3개 비급여 특약은 보험료 상승 문제로 제외했다. 보장한도도 회당 20만원, 연간 동일질병·상해 당 5000만원으로 제한했다.
유병자 실손보험의 반면교사가 된 노후 실손보험의 경우 급여 자기부담률이 20%(비급여는 30%)이고 최소 자기부담금은 없다. 보장한도는 회당 100만원, 연간 한도는 통원과 합산해 1억원이다. 유병자 실손보험이 보장하지 않는 처방조제까지 보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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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유병자는 일반 실손보험 가입자에 비해 리스크가 크고 확실한데 비슷한 수준의 보험료를 받으라고 하면 상품이 지속될 수 없다"며 "이번 상품은 유병자에게 보험 가입 문을 열어주면서 보험사가 일방적으로 부담을 안고 가야 하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판매해 볼 만 하다"고 말했다.
다만 통계가 부족한 상황이라 갑작스러운 손해율(받은 보험료 대비 지급한 보험금 비율) 급증 등에 대한 우려는 있다.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정액형 유병자 건강보험 상품의 통계를 기반으로 만든 상품이라 실손 통계를 정확히 반영하는데 한계가 있다"며 "막상 상품이 판매됐을 때 손해율이 급격히 치솟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