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교보생명 사태의 본질

[기고]교보생명 사태의 본질

이홍 광운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2022.02.07 13:19
이홍 광운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이홍 광운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외국계 사모펀드인 어피니티컨소시엄(이하 어피니티)과 교보생명과의 풋옵션 분쟁은 2012년 대우인터내셔널이 보유한 교보생명 지분 24%를 어피니티가 사들이며 신창재 회장과 맺은 계약에서 시작됐다. 3년 뒤 교보생명을 상장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자신들의 주식을 공정가격으로 되사야 한다는 게 계약의 주요 내용이다.

하지만, 상장이 경제상황 등의 이유로 무산됐고, 어피니티는 2018년 가지고 있는 주식 전량을 주당 40만 9000원(총 인수가 2조 122억원)에 사라고 요구했다. 신 회장 보유주식 33.7%를 모두 팔아도 이 돈을 만들기 어려웠다. 당시 교보생명 가치는 주당 20만원 선이었다. 특히 어피니티는 신 회장의 주식을 사들인 새로운 대주주와 협력해 교보생명의 경영권을 쉽게 뺏을 수 있었다.

신 회장은 결국 주식인수를 거부했고, 어피니티는 이 사건을 2019년 3월 국제상사중재위원회(ICC)에 회부했다. 2021년 9월 판정이 나왔다. 계약위반은 있었지만 공정가격책정에 문제가 있어 주식을 사 줄 의무는 없다는 것이다. 실질적으로 신 회장의 손을 들어줬지만 계약의 유효성을 빌미로 어피니티는 신 회장의 주식과 주택 등을 가압류했다. 법원이 가처분 이행 청구를 기각하자 다시 주택을 가압류했다.

이런 상황에서 교보생명은 2022년 상반기 내의 상장계획을 밝혔다. 그런데 어피니티는 계약이행 없이 가압류 해제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상장이 쉽지 않다. 대주주 지분에 법적 문제가 있으면 상장심사는 사실상 불가능해서다. 왜 어피니티는 원하는 상장을 하겠다는데도 응하지 않을까? 답은 간단하다. 처음부터 이들의 목적은 교보생명의 적대적 인수를 통한 이익창출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 사건은 기업에 대한 본질적인 두 가지 질문을 하게 만든다. 기업은 누구의 입장에서 경영해서 하는가? 그리고 한국의 기업들은 적대적 인수로부터 자유로운가?

앞의 질문에 답해보자. 기업을 바라보는 시각은 두 가지다. 주주의 이익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는 시각(주주 자본주의)과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는 시각(이해관계자 자본주의)이다. 앞의 시각에 따르면 기업은 사회를 위해 일체의 기부행위도 해서는 안 된다. 주주에게 갈 돈이 줄어들어서다. 뒤의 시각은 기업에는 고객, 종업원, 사회, 공급자, 정부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있고 주주도 이들 중 하나이며, 기업은 이들 모두를 위해 존재해야 한다는 것이다.

교보생명 사건은 두 시각의 충돌을 보여준다. 어피니티는 2대 주주인 자신의 이익을 충실히 대변하라고 요구했다. 신 회장은 교보생명이 적대적 인수로 혼란에 빠지면 많은 이해관계자들이 다칠 수 있다고 봤다. 교보생명 사건은 기업은 주주 자본주와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중 어떤 가치를 중시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사회에 던지고 있다.

다른 하나는 건강한 기업들을 적대적 인수에 무방비로 노출시키는 것이 옳은 일인가에 대한 질문이다. 사모펀드가 등장하면서 기업들이 경영권 문제에 휘말리는 일이 늘어났다. 사모펀드들은 지분인수를 목적으로 투자를 하는데 자금력이 약한 기업들은 이들의 제안을 쉽게 받아들이고, 경영권 분쟁에 휘말리게 된다. 이런 일들은 개별 기업 입장에서는 방어하기 어렵다. 의결권 주식이 한주라도 많으면 경영권을 차지하는 법제도 때문이다.

이 때문에 다른 주주들을 서로 자기편으로 끌어드리려는 정치판이 기업에서 벌어진다. 이런 일에 휘말리면 건강한 기업들도 쉽게 무너진다. 이것을 막기 위해 여러 나라들이 차등의결권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미국이 대표적이다. 쿠팡이 미국에 상장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쿠팡은 보통주 1주당 29개의 의결권을 갖는 주식을 발행해 지분 2%로 의결권 58%를 행사할 수 있다. 경영권 방어에 문제가 없다는 말이다. 한국에서는 이런 제도가 필요 없는 것일까? 교보생명 사건은 이 질문을 사회와 정부에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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