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민관을 중심으로 국민 의료비 부담에 관한 논의가 활발하다. 지난 8일 보건복지부가 공청회를 열어 '건강보험 지속가능성 제고 및 필수의료 지원대책'을 발표했고 같은 날 보험연구원도 '실손의료보험(이하 실손보험) 제도 정상화를 위한 과제'를 주제로 정책세미나를 개최했다.
민관 모두에서 건강 관련 보험제도와 재무건전성, 지속가능성 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배경에는 내년부터 새로 적용되는 국제회계기준 IFRS17도 있다. 회계라는 개념에 익숙하지 않은 일반인 입장에서는 국제회계기준 변경이 피부에 와닿지 않고 보험회사에만 관련된 화두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IFRS17은 보험사의 손익계산 방식을 변경하고 민간회사의 손익은 '제2의 건강보험'으로 불리는 실손보험 가격에 지대한 영향을 준다. 실손보험은 '의료비 부담'과 직결되고 회계제도 변경은 결국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도 영향을 미치는 영역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기존 회계기준과 구별되는 IFRS17의 가장 큰 특징은 지금 보유한 보험계약에서 발생할 '미래손실'(예상금액)을 '즉시부채'로 인식한다는 점이다. 지금까지는 '미래손실'을 연간손실로 처리해 타 부문에서 발생하는 이익과 상계하면서 실손보험을 운영했다. 그러나 IFRS17이 시행되는 내년부터는 이런 방식의 처리가 어렵다.
보험계약 만기시점까지 예상현금흐름이 모두 부채평가에 포함되는데 가격에 인위적인 제어가 이뤄지게 되면 그 효과가 연쇄적으로 미래 현금흐름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결국 보험회사에 상당한 부담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자본감소로 인한 지급여력비율 하락, 손익악화로 인한 경영리스크에 직면할 수 있는 것이다.
실손보험료 인상 범위와 관련해 보험업계와 금융당국이 계속 입장차를 보이는 이유도 결국은 회계제도 변화와 직결된다. 보험업계가 실손보험으로 보게 될 손해는 부채다. 손해를 줄이기 위해 손해율에 부합하는 합당한 보험료 인상을 주장하는 것이 결코 무리는 아니다. 물론 금융당국은 적절한 수준에서의 인상을 조율하고자 한다.
물가지수와 소비자 피해를 고려하는 금융당국의 입장은 이해한다. 다만 지금과 같은 식의 가격규제가 또다른 시장왜곡을 발생시키는지에 대해 통계적 분석 등을 통해 고찰해볼 필요가 있다는 제언을 하고 싶다. 그리고 그 결과에 따라 현행 가격규제를 완화·조정하는 것을 검토해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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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소비자도 변화하는 정책과 시장환경 속에서 주체적인 판단능력을 갖춰 스스로 결정해나갈 필요가 있다. 가령 '보험료가 많이 올랐지만 혜택이 크므로 계약을 유지하자'는 수동적인 생각은 잘못된 판단으로 이어질 수 있다. "다음에는 보험료가 더 많이 오를 텐데 계속 계약을 유지해 보험료를 분담하는 것이 유리할까" 하고 스스로에게 물어본 뒤 판단하고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기고한 내용은 소속기관의 공식의견이 아니며, 기고자의 개인적인 의견임을 미리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