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관준 토스플레이스 산업디자이너 인터뷰
토스의 결제 단말기 '프론트' 디자인 맡아… 최초의 세워진 디스플레이 형태
올해 터미널2 제품 출시… 보안 인증 간소화로 또 하나의 혁신 도전

요즘 소규모 매장이나 카페에서 세로로 세워진 흰색의 단말기가 자주 보인다. 매장 인테리어와 분위기를 해치지 않은 채 조용히 있다가 손님이 결제하려는 순간에 존재감을 드러낸다. 토스(비바리퍼블리카) 자회사 토스플레이스가 만든 결제 단말기 '프론트'다.
결제 단말기는 일상에서 늘 마주하는 제품이지만 정작 소비자가 떠올리는 브랜드는 없다. 프론트는 대한민국 결제 단말기 시장에서 처음으로 손님이 먼저 기억하는 제품이 됐다. 이 성공은 여러 명으로 이뤄진 팀이 아니라 단 한명의 디자이너 손에서 이뤄졌다.
류관준 토스플레이스 산업디자이너는 프론트 디자인을 전적으로 혼자서 담당했다. 토스플레이스 입사 전에는 삼성전자 디자인경영센터에서 미래의 '갤럭시' 휴대폰 디자인을 고민하기도 했던 능력 있는 디자이너다.
류 디자이너는 토스 입사 일주일 만에 프론트의 디자인 초안을 뒤집어엎는 패기를 보였다. 그는 "토스에 합류하기 전에 만들어진 디자인 시안은 가게 사장님이 실제로 작동하기엔 복잡한 구조물로 돼 있었다"며 "처음부터 설계를 다시 하는 게 좋을 거 같아 어렵게 이야기를 꺼냈다"고 설명했다. 디자이너가 프로젝트 결정권자가 될 수 있고, 팀원의 결정을 존중해주는 사내 문화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프론트는 비스듬한 각도로 세워진 형태의 디자인이 특징이다. 류 디자이너는 화면이 세로로 세워진 형태가 프론트 디자인의 '고유성'이라고 강조했다. 비스듬한 각도에서 고객을 올려다보는 세로형 화면 덕분에 초기 계획에는 없었던 '키오스크 모드' 기능이 탄생했다. 손님 얼굴을 인식해 결제하는 '페이스페이'도 이 세워진 화면 덕분에 가능했다.
프론트 디자인은 기교 없이 간단하다. 단색으로 돼 있으며 토스 브랜드 상징인 '푸른색'은 찾아볼 수 없다. 중립적인 디자인이기에 동네 슈퍼마켓부터 최고급 오마카세 식당까지 두루두루 쓰일 수 있다.
여기에는 '디자인은 정직하다'는 류 디자이너의 철학이 담겼다. 그는 "단말기가 정직함을 벗어나고 자기주장을 한다면, 고객이 단말기에 집중할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중요한 건 단말기가 그 자체가 아니라 고객이 디스플레이에서 보는 UI(사용자 환경)와 그것을 통해 느끼는 결제 경험"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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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로로 비스듬히 세워진 고유 디자인은 지난해 말 출시된 2세대 프론트에도 그대로 적용됐다. 2세대 제품에선 여러 개선이 있었다. 애플페이 보편화로 중요도가 높아진 NFC(근거리무선통신) 결제 기능을 제품 정면으로 옮기고, 카드 리더기를 사장님이 직접 교체하기 쉽게 탈부착 형태로 디자인한 게 특징이다.

오프라인 결제 단말기 시장의 경쟁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토스플레이스의 프론트는 지난 5월 기준 전국에 약 13만5000대가 보급됐다. 이 시장에 네이버페이가 '커넥트'라는 이름의 결제 단말기를 내세워 참전한다.
류 디자이너는 "애플이 아이폰을 처음 공개하고 나서 결국 스마트폰 폼팩터가 정해진 것처럼 이 폼팩터는 토스가 처음 시작했고, 이제 하나의 기준이 됐다. 경쟁사에서도 세울 수 있는 디스플레이 형태를 채택했다는 점에서 오히려 안도감을 느꼈다"며 "앞으로 서로 결제 단말기를 더 발전시켜 나가는 선의의 경쟁을 기대한다"고 했다.
토스플레이스는 올해 '터미널2' 제품을 출시하며 결제 단말기 시장에서 새로운 혁신을 준비한다. 터미널은 인터넷이 끊겼을 때 사장님이 백업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영수증 출력용 결제 단말기다. 1세대 제품은 '너무 크다'는 사용자 피드백을 반영해 2세대 제품은 크기를 절반가량 줄였다.
터미널 2세대 제품이 가져올 가장 큰 혁신은 보안 인증의 간소화다. 결제 단말기는 새로 출시할 때마다 보안 인증을 새로 받아야 하는데 이 과정이 제품 개발만큼이나 오래 걸린다. 터미널 2는 탈부착할 수 있는 '카드 리더기'와 세트로 이뤄져 있다. 앞으로 카드 리더기만 보안 인증을 받으면, 이 리더기가 부착되는 다른 결제 단말기는 별도로 보안 인증을 받지 않아도 된다.
류 디자이너는 "단말기 제조사 입장에서 여러 제품을 출시할 때마다 따로 보안 인증을 받지 않아도 되기에 혁신적"이라며 "앞으로 이런 방식의 보안 인증이 하나의 기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