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주요 금융그룹이 앞다퉈 전북특별자치도에 대규모 인력을 파견하며 금융허브 구축에 협조하고 나섰다. 정부의 '5극 3특(전국 5대 초광역권 및 3대 특별자치도) 정책에 호응하는 차원인데, 전북특별자치도의 해묵은 숙원이 해결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KB금융에 이어 우리금융까지 전북혁신도시 내 인력배치 및 거점 조성 계획을 발표했다. 세 금융그룹은 기존 대비 전주 상주 인력을 2배 가까이 확대키로 했다.
포문을 연 건 KB금융이다. 지난달 28일 전 금융권 최초로 전북혁신도시 내 KB금융타운을 조성하겠다고 발표했다. KB은행·KB증권·KB자산운용 등 주요 계열사를 입점시켜 전문성과 운용 역량을 모은 네트워크 허브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당초 기존 임직원 150명에서 250명으로 인력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가 이를 다시 380명으로 늘렸다.
신한금융은 하루 뒤 전북혁신도시에 그룹 차원의 자산운용·자본시장 핵심 허브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신한펀드파트너스가 지난해 국민연금의 사무관리사를 되찾으면서 올 초부터 전주NPS본부를 개소하고 업무를 준비해왔다. '신한금융허브'에는 신한은행뿐만 아니라 신한투자증권, 신한자산운용, 신한펀드파트너스 등이 동원되며, 기존 130명 인력을 300명 이상으로 확대한단 계획이다.
우리금융도 26일 전북에 금융인프라를 구축한다고 밝혔다. 우리자산운용 전주사무소, 기업금융 특화채널인 '전북BIZ프라임센터', 우리신용정보 전주영업소 등을 신설하고 '디노랩'을 통해 전북 소재 스타트업을 육성한다. 현재 200명 수준인 전주 근무 인력을 300명 이상으로 확대한다. 전북지역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상 1조6000억원 규모의 자금 공급 계획도 발표했다.
이들이 전북에 모여드는 배경엔 세계 3대 연기금으로 꼽히는 국민연금공단이 있다. 국내 주식시장 시가총액의 약 7~8%를 차지하는 국민연금은 자산운용사 입장에서 놓칠 수 없는 '큰손'으로, 운용사들이 밀착할 유인이 충분하다. 국민연금이란 거대 자본을 중심으로 자산운용사, 수탁은행, 사무관리회사 등이 모여들며 금융 생태계를 구축하게 되는 것이다.
정부의 정책적 요구도 무시할 수 없다. 이재명 대통령은 '청년이 모이는 자산운용 중심의 전북 금융특화도시 조성'을 대선 공약으로 내건 바 있으며, '5극3특' 지역균형발전을 국정과제로 내세웠다. 특히 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30일 국무회의에서 "국민연금공단이 전주로 이전했는데 전주에 도대체 무슨 도움이 되나"라며 "국민연금공단이 운용자산을 배분할 때 그 지역에 있는 운용회사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검토해 달라"고 지시했다.
전북도는 지난달 29일 전주 금융중심지 개발계획을 금융위원회에 제출했으며, 금융위원회도 곧바로 '전북특별자치도(전주) 금융중심지 지정 신청 평가'에 대한 용역을 발주했다.
일각에선 이 대통령의 전북 띄우기가 정치적 포석과도 무관치 않다고 본다. 전북을 제3금융중심지로 지정하려는 노력은 문재인, 윤석열 정부에서도 시도됐으나 민간의 호응이 따라오지 않아 실패했다. 이 대통령은 전북 금융허브뿐 아니라 새만금 개발사업 정상화에도 각별히 힘을 쏟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전북 새만금 지역 AI 데이터 센터 등 구축에 9조원을 투자키로 하자 이 대통령은 공개 환영 메시지를 냈다.
진보 진영 내에서 전남·광주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외돼 있었던 전북을 TK(대구경북) 출신인 이 대통령이 적극 띄우면서 본인의 정치적 영향력을 키울 전략적 거점으로 삼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현 정부에서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과 정동영 통일부 장관, 한병도 민주당 원내대표 등 전북 출신 인사들이 대거 실세를 차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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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금융권 관계자는 "전북엔 국민연금이란 구심점이 있기에 제2금융중심지인 부산국제금융센터와 상황이 조금 다르다"며 "다만 현재 각 금융사가 아직 구상 단계에 있으므로 실제 각 조직이 시너지를 내면서 금융허브로서 기능을 키워나갈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