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부당대출 막고자 '이해관계자 체크리스트' 작업중
개인정보 수집 어렵고 자의적 판단 우려… 업무부담도 ↑

오는 7월부터 은행 임직원의 이해상충을 방지하는 지침이 시행되는 가운데 "실효성이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해관계자와 대상거래에 대한 해석의 여지가 큰 데다 시스템을 통한 방식이 아닌 임직원이 직접 체크리스트를 확인해 요식행위에 그칠 수 있다는 설명이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권은 오는 7월1일 '은행권 이해상충 방지지침' 시행을 앞두고 사내 결재시스템에 '이해관계자 체크리스트'를 반영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해당 지침은 지난해 연이은 은행권 검사에서 전현직 임직원과 가족, 거래처 등이 연루된 부당대출·임대차 계약사례가 다수 적발됨에 따라 은행연합회가 주도해 만든 자율규제다. 은행 임직원이 가계(개인)대출 1억원 이상, 법인대출 5억원 이상을 취급하는 경우 해당 거래가 이해관계자와의 거래인지 확인하도록 하는 내용이 주요 골자다.
은행권에서는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지침이 지나치게 모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이해관계자에 대한 정의 중 '기타 임직원이 본인의 공정한 업무수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하는 자'라고 한 조항이 문제가 된다. 임직원이 '이해관계자가 아니다'라고 판단하면 체크리스트를 확인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자동화 시스템이 아닌 임직원 개인의 자율 체크리스트에 맡기는 점도 "요식행위에 그친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이해관계자에 대한 개인정보 동의·수집을 하는 과정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대부분 은행이 임직원의 주관적 인식에 근거해 이해관계자를 확인해야 한다.
한 대형은행의 경우 이해관계자의 DB(데이터베이스)를 만들기 위해 정보제공 동의·수집을 진행했으나 직원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해당 은행은 지점장 이상 간부급 직원에 대해서만 일부 가족의 동의를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마음만 먹으면 지침적용 대상이 아닌 '제3자인 이해관계자'도 만들 수 있다. 실제 지난해 900억원대 부당대출이 발생한 A은행에서는 임직원의 '처형'이 지분을 보유한 법인에 부당대출을 해준 사례가 적발됐으나 처형은 생계를 같이 하지 않는 한 민법상 가족에 속하지 않아 지침에서 규정한 이해관계자에 해당하지 않는다.
실효성은 적지만 일선 지점의 업무부담 과중이 큰 편이다. 비교적 소액인 가계대출 1억원 등 은행이 취급하는 거의 모든 대출에 적용되기 때문이다. 임직원이 대출을 취급하고 체크리스트에서 확인한 내용을 지점별 '자정감사자' 등이 자정감사를 시행해 교차로 확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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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은행권 준법부서 관계자는 "이해관계자에 대한 해석의 여지가 크고 케이스가 너무 다양해 준법부서가 일일이 지침을 주기 어려워 일정 정도 지점 등에 재량권을 부여해야 한다"며 "관련업무는 늘지만 지원체계가 충분히 뒷받침되지 않으면 현장의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권에서는 결국 이해상충에 대한 개별 임직원의 의식수준에 기댈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