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급락과 반등이 반복되는 극심한 변동성 장세가 일상이 됐다. 최근 국내 증시는 미국 국채금리 상승과 인공지능(AI) 투자 수익성 논란, 반도체 업황 전망 등 대내외 변수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여기에 외국인의 대규모 매도세와 반도체 대형주에 집중된 지수 구조가 맞물리면서 시장의 출렁임은 더 커졌다. '한국형 공포지수'로 불리는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는 지난 15일 장중 57을 넘어섰다. 2010년 이후 장기 평균(20 안팎)의 두 배를 훌쩍 웃도는 수준이다. 당분간 큰 폭의 등락이 이어질 것이라는 경계심이 그만큼 크다는 뜻이다.
변동성이 이렇게 커졌는데도 개인 투자자들의 관심은 여전히 시장의 방향에만 쏠려 있다. 이달 안에 하락이 일단락되고 곧 반등해 다시 고점을 노릴 것이라는 낙관론과, 바닥은 아직 멀었다는 비관론이 극명하게 엇갈린다.
하지만 지금처럼 변동성이 클 때 단기 방향을 맞히려는 시도는 수익률을 높이는 데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산이 높으면 골이 깊다'는 증시 격언처럼, 과열로 빠르게 오른 시장일수록 돌아설 때 하락의 골짜기는 더 깊고 혹독하다. 지금 개인투자자에게 필요한 것은 섣부른 예측이 아니라 자금의 쓰임새와 목표부터 정하는 '목적기반투자(Goal-Based Investing, GBI)'로의 패러다임 전환이다.
목적기반투자는 시장 지수를 웃도는 수익률을 좇기보다, 개인이 이루려는 재무 목표와 자금의 쓰임새에 맞춰 포트폴리오를 설계하는 전략이다. 변동성 장세에서 특히 유용한 원칙은 자금의 목적별로 '명확한 목표수익률'을 미리 정하고, 목표 수익률을 달성하면 미리 정해진 비중 또는 금액으로 수익을 현금화하는 것이다. 이렇게 확보한 현금은 폭락장에서 하방 충격을 완화해 주는 든든한 쿠션이 되는 동시에 시장의 깊은 골짜기에서 남들이 공포에 던지는 우량 자산을 싸게 담을 수 있는 실탄이 된다.
나아가 확보한 현금을 바탕으로 자금의 목적과 시기에 맞춰 분산 구조를 더 세분화 할 필요가 있다. 주식과 채권, 국내와 해외 자산으로 위험을 나누고, 해외 주식은 증시 급락 때 통상 달러 강세가 손실을 일부 상쇄해 주는 환노출형을, 해외 채권은 이자 수익을 환율 변동으로부터 지키는 환헤지형을 택해 방어 체계를 정교하게 짜야 한다. 다만 환헤지에는 비용이 들어가는 만큼 헤지 비중은 투자 기간에 맞춘 조절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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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센 변동성의 파도가 자본시장을 뒤흔들 때 투자자를 지켜주는 것은 확률에 기댄 예측이 아니라 주변의 소음에 휩쓸리지 않고 미리 정한 목표수익률과 원칙을 끝까지 지키는 뚝심이다. 바다에서 바람이 거셀 때는 목적지에 빨리 닿겠다고 돛을 올려선 안 된다. 돛을 내리고 배의 중심부터 잡아야 한다. 배가 부서지지 않아야 바다가 잠잠해졌을 때 다시 항해에 나설 수 있다. 결국 변동성 장세가 끝났을 때 미소 짓는 사람은 시장의 방향을 맞힌 투자자가 아니라 목적에 맞는 목표수익률을 세우고 원칙대로 이익을 현금화해 온 냉철한 투자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