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어려울수록 '상생'의 미덕 곱씹어야

[기자수첩]어려울수록 '상생'의 미덕 곱씹어야

신아름 기자
2014.07.21 12:15

"시멘트 업계는 바보입니다."

반년 넘게 끌어온 시멘트 가격 협상이 우여곡절 끝에 타결된 지난 15일. 한 시멘트 업체 관계자는 이 같은 말을 내뱉었다. '타결'이라는 말만 놓고 보면 협상 당사자인 시멘트업계와 건설업계가 만족할 만한 수준의 합의를 이룬 것처럼 들리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게 그의 얘기였다.

이번 협상에서 시멘트업계는 시멘트 가격을 기존 가격대비 1.9% 오른 톤당 1400원 인상키로 하는 데 최종 사인했다. 당초 요구했던 톤당 4000원(5.4%) 인상에 한참 못 미치는 액수다. 시멘트 가격이 고정돼있던 지난 2년간의 합계 물가상승률인 3.5%의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시멘트 업계에서 '안 하느니만 못한 협상'이라는 푸념이 터져나온 이유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 협상 과정을 조금 상세히 들여다봤다. 양측의 의견이 팽팽하게 맞선 가운데 건설업계는 최후통첩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종 협상 자리에서 1400원 인상안을 던진 뒤 더 이상의 에누리는 없다고 버티기에 들어간 것. 장고 끝에 시멘트업계는 이 제안(?)을 울며겨자먹기로 수락했다고 한다. 인상요인이 충분함에도 지난 2년간 동결돼있는 시멘트 가격을 이번에도 올리지 못하면 외부 여건 변화에도 가격 동결이 고착화되는 나쁜 선례를 남기게 되는 만큼 어떻게든 올려야 한다는 일념에서였다.

이 같은 일련의 과정을 되짚어볼 때 두 업계는 '협상'을 했다기보다 '강요'를 주고받았다는 말이 더 어울렸을 듯싶다. 이른바 '갑'의 위치에 있는 건설업계가 '을'인 시멘트업계에 일방적으로 가격을 통보하고 사실상 '양자택일'(all or nothing)을 강요한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물론 건설업계의 사정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꽁꽁 얼어붙은 건설경기는 좀처럼 풀릴 기미가 보이질 않고 견실해보였던 건설업체들마저 하루아침에 쓰러져나가는 마당에 남의 사정을 봐주기란 쉽지 않았을 게다. 하지만 어려울수록 서로 양보하고 돕고 살아야 한다는 말은 냉혹한 기업들의 세계에서도 진리로 통한다. 특히나 서로 협력해나가야 할 관계에 있다면 두말 할 나위가 없다. 내가 어렵다고 협력업체를 쥐어짜는 건 공멸의 지름길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마침 건설업계와 레미콘업계 간 레미콘 가격 협상이 요즘 한창 진행 중이다. 수도권에 이어 지방권까지 가격협상을 하려면 일정이 빠듯해 이번 주 안으로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것이 건설업계와 레미콘업계의 공감대다. 이번에는 건설업계가 시멘트 가격 협상 때와는 다른 태도를 보여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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