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인구절벽-사람들이 사라진다]<1>일할사람 줄어든다
#인천 서부산업단지 소재 대성주철공업. 주물제조공장인 이곳에서 바쁘게 움직이는 기술자들 중 절반 정도는 머리가 희끗희끗하다. 이들이 힘겨운 걸음으로 무거운 쇳물을 조형 틀에 옮겨 놓는다. 전체 기술자 28명 가운데 17명은 50~60대. 40대 이하 젊은 인력은 모두 외국인 근로자로 이들은 4년 8개월이 지나면 본국으로 돌아가야 한다. 주물 기술을 처음 접할 뿐 아니라 언어도 잘 통하지 않는 외국인 근로자들을 교육시키는 데는 꼬박 2년이 걸린다. 이들은 숙련 노동력이 될 즈음 국내 노동 시장을 떠난다.
#서울 중화동에 있는 아웃도어 의류를 전문으로 제작하는 태광어패럴. 이곳에서 일하는 25명의 평균 연령은 47세다. 주변 봉제공장보다는 규모가 큰 편이고 일거리도 꾸준히 있는 편이지만 신규 인력을 구하기는 만만치 않다. 이 업체는 중랑패션지원센터를 통해 몇 달째 새로운 '삼봉사'(미싱 바늘이 3개인 기계로 박음질하는 사람), '오바사'(원단을 자르고 감침질을 하는 미싱기를 다루는 인력)를 구하고 있지만 통 연락이 오지 않는다.
생산현장에서 젊은이들이 사라지고 있다.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줄면서 현장이 고령화되고 있다. 이 추세가 이어지면 2030년부터 한국 경제의 성장 시계는 멈춘다.
이미 주조·금형·용접·열처리 등 제조업의 근간이 되는 뿌리기업의 경우 40대 이상의 비중이 60%에 육박한다. 뿌리기업 종사자수는 우리나라 제조업 총 종사자수의 11%(41만명)를 차지하고 있다.
5일 국가뿌리산업진흥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연령별 종사자 비중이 40대 34.5%, 50대 24.3% 로 40대 이상 비중이 58.8%에 달한다. 20대 비중은 8.7%에 불과하다.
뿌리기업에서 젊은이를 찾아보기 힘든 것은 없는 것은 노동인구 감소와 중소기업 취업기피가 더해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생산현장의 고령화 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고령자가 많다보면 아무리 기술직이라고 해도 작업 능률은 떨어진다"며 "취업인구의 고령화로 생산성 하락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인력문제가 심화될수록 앞선 세대들이 갈고 닦았던 산업 현장의 경험 또한 그대로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대성주철공업 관계자는 "인력을 고용한다고 해도 일을 알려줘야 할 관리자들이 50대~60대"라며 "이들마저 은퇴하면 사실상 주물 산업을 이어갈 후손들이 없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영세하고 임금이 낮은 사업장일수록 젊은이들의 발길이 끊긴지 오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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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해 7월 외국인근로자를 고용한 경험이 있는 업체 2101개 업체를 대상으로 '인력수급 사정'을 조사한 결과, 조사대상 기업의 63.6%가 '인력증원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들 기업의 근무인원은 평균 24.84명, 부족인원은 업체당 2.65명으로 인력부족율이 9.6%로 집계됐다.
특히 △비료 제조 △폐기물 수집 ·처리 △신발 제조 △시멘트 제조 등 업종은 인력부족률이 20%를 넘어섰다.
상봉동·망우동·면목동·중화동 등 서울 중랑구 일대엔 2260개의 사업장(2012년 기준)에서 1만1800여명이 근무하고 있지만 이들 종사자의 평균 연령은 50대 초중반에 달한다. 이 중 근로자수가 10명 미만인 사업장도 약 80%에 이른다.
김병희 서울시 중랑패션지원센터장은 "중랑구 봉제공장 어디를 들어가봐도 다 고령화가 심한 사업장"이라며 "현재 봉제 인력들은 70~80년대 봉제 기술을 배웠던 50~60대가 전부"라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인력 7~8명이 근무하는 아주 소형화된 공장에서 대규모 수출 물량을 소화하기에는 무리가 있고 주로 내수 임·가공 하청 위주의 생산활동만 겨우 하는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저출산과 베이비부머 세대의 고령화로 인해 젊은 인력들이 기피하는 제조업 분야의 고령화는 한층 더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정선영 한국은행경제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연령별 인구비중의 변화로 인해 40세 이하 고용비중은 축소된 반면, 40세 이상 고용비중은 확대돼 근로자의 평균연령도 증가했다"며 "베이비부머들이 장년층으로 이동하고 20~30대 고용비중이 축소되면서, 고용의 무게중심도 청년층에서 장년·고령층으로 이동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