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차 무역투자진흥회의]우수인력 영입 벤처 경쟁력 핵심…"환영속 아쉬움 여전"

정부가 9일 무역투자진흥회의를 통해 발표한 '벤처·창업 붐 확산 방안'에는 전향적인 조치들이 담겼다. 특히 벤처 생태계 선순환을 위한 핵심 고리인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 개선안이 포함됐다는 점에서 고무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스톡옵션 규제 풀어 벤처업계로 인재 '손짓'
스톡옵션은 자금력이 충분치 않은 벤처기업으로선 인재를 끌어들일 수 있는 유일한 카드인 셈이다. 임직원들에게 낮은 가격으로 주식을 배분, 벤처기업 성공에 따른 보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이로 인해 2000년대 초 1차 벤처붐처럼 우수한 인력을 영입해 벤처기업 경쟁력을 키우고 투자 활성화를 이끌어내는 선순환 고리를 구축하는데 동력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그동안 스톡옵션은 1차 벤처붐 이후 투자자 피해가 늘자 규제를 받았고 지난해 말 비상장 벤처기업 중 스톡옵션을 발행한 곳은 0.2%에 불과할 정도로 유명무실해졌다.
정부는 2013년과 2014년 연이어 벤처기업으로부터 받은 스톡옵션에 대해 연간 행사가액 1억원 한도 내에서 근로소득세(누진세율 6~38%)와 양도세(단일세율 10%) 중 선택해 납부하도록 개선했고 근로소득세 선택시 3년간 나눠 낼 수 있도록 했다.
그럼에도 스톡옵션 활성화가 이뤄지지 않자 추가 개선안을 마련한 것이다. 이번 방안에는 근로소득세 분할 납부 기간을 3년에서 5년으로 늘려 세금 부담을 줄였다.

예컨대 연봉 4000만원인 벤처기업 직원이 스톡옵션을 3000만원어치 받았고 주가가 3배(9000만원) 상승한 경우 현재는 매년 506만원(총 1518만원)의 세금을 3년간 분할 납부해야 했다. 제도 개선 후에는 분할납부 기간이 5년으로 연장돼 연간 부담해야 할 세금이 부담이 304만원으로 줄어든다.
스톡옵션을 받을 때의 주당 가격인 행사가격을 시가나 액면가 이하로 설정할 수 있도록 개선해 기대이익을 확대했다.
최수규 중소기업청 차장은 "행사가격을 낮게 설정하면 주식 매각시점에서 기대이익이 커져 스톡옵션의 매력을 높일 수 있다"며 "대부분의 외국에서 이를 허용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독자들의 PICK!
정부는 스톡옵션 행사가격을 시가의 80% 수준 또는 액면가 중 높은 가격 이상으로 설정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으며 구체적인 기준은 협의를 통해 추후 확정할 예정이다.
하지만 스톡옵션의 세금 납부 방식을 평가이익이 아닌 매각 후 이익을 실현했을 때 납부하는 방식으로 개선하거나 양도세로 과세하는 스톡옵션의 연간 한도를 1억원에서 3억원으로 확대해달라는 벤처업계의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연대보증', 면제대상 늘린다
벤처 활성화를 위해선 스톡옵션처럼 기대이익을 키우는 한편 창업자 연대보증과 같은 위험을 줄이는 방안을 병행해야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투자가 아닌 융자의 경우 대부분 창업자에게 연대보증을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벤처기업이 망하면 창업자도 신용불량자로 전락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사회적 안전망이 취약하고 패자부활의 기회를 좀처럼 잡기 힘든 현실에서는 창업자 연대보증 탓에 벤처 창업을 꺼리고 안정적인 길을 택할 수밖에 없다.
현재 정부 보증기관으로부터 보증서를 발급받아 금융기관의 융자를 얻은 벤처기업 중 90% 가량은 창업자 연대보증에 걸린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는 현재 기술력이 높은 기존 창업자를 중심으로 연대보증 면제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를 기술등급 BBB 기업의 연대보증 면제 대상을 현행 창업 후 1년 이내에서 3년 이내로 확대키로 했다. 기술신용보증기금의 연대보증 면제대상 기업 비중이 16.1%(연간 약 1000개)에서 35.8%(연간 약 2200개)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벤처투자 첨병 '엔젤', 소득공제 실효성 확대
벤처투자업계의 첨병으로 불리는 엔젤투자자에게 소득공제 지원을 체감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했다. 스타트업(창업 초기기업)에 투자하는 엔젤투자자는 투자 금액별로 소득공제 혜택을 받고 있으며 올해부터 1500만원 이하 금액에 대한 소득공제율이 100%로 확대됐다.
하지만 소득공제를 받으려면 투자한 기업이 기술신용보증기금 등으로부터 벤처 '인증'을 받았거나 기술성평가에서 우수한 점수를 받은 창업 3년 이내 기업인 경우로 한정된다.
엔젤투자자의 주요 투자 대상이 아이디어만 가진 스타트업이라는 점에서 이 같은 '보수적' 기준을 적용할 경우 정작 소득공제를 받는 사례가 드물 수밖에 없다. 업계에 따르면 엔젤투자금의 20% 남짓만 소득공제로 인정받은 것으로 파악된다.
이런 현실을 감안해 정부는 R&D(연구·개발)에 연간 3000만원 이상을 지출한 창업 3년 이내 기업에 투자한 엔젤투자자의 투자금에 대해서도 소득공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김성섭 중기청 벤처정책과장은 "창업 3년 이하 중소 제조업체의 연간 R&D 지출액이 평균 3340만원인 점을 감안했다"며 "이 기준에 따르면 약 9200여개 기업이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는 엔젤투자자의 잠재적 투자대상에 포함될 것"이라고 추정했다.
◇대기업, 벤처기업 M&A 유도
대기업의 벤처기업 인수를 유도해 IPO(기업공개)와 더불어 회수시장의 양대 축인 M&A에 물꼬를 트겠다는 구상도 포함했다. 최근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거래소의 지주회사 전환에 따른 코스닥의 독립성 강화 방안과 맞물려 회수시장의 활성화가 기대된다.
대기업이 벤처기업을 M&A할 경우 피 인수기업의 대기업집단 편입 유예기간을 3년에서 7년으로 늘리기로 했다. 다만 피인수기업의 경우 중소기업으로 받게 될 지원 대상에서는 배제된다.
M&A 거래가액 중 기술가치 금액의 10%를 법인세에서 공제해주는 '기술혁신형 M&A'의 대상을 확대하고 일몰 연장도 추진된다. 인수가액이 순자산 시가의 150% 이상이어야 하는 현재의 기준을 130% 이상으로 완화하고 제도 적용을 2018년 말까지 3년 연장한다는 방침이다.
또 모태펀드와 성장사다리펀드의 출자를 통해 M&A 전용펀드를 2조원 수준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벤처업계는 전향적 조치에 환영하면서도 아쉬움도 드러냈다. 한 벤처기업 고위 관계자는 "스톡옵션의 세금 납부 시점을 주식 매각한 이후로 일괄 개선했으면 실효성을 더욱 높일 수 있다"며 "창업자 연대보증 면제 비율도 전체의 절반 이상으로 높여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