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반쪽짜리' 제지-원료업계 상생협약

[기자수첩]'반쪽짜리' 제지-원료업계 상생협약

신아름 기자
2015.12.07 03:56

20년 가까이 반목해왔던 제지업계와 폐지 등을 공급하는 원료업계가 마침내 손을 잡았다. 양 업계가 최근 ‘국내 제지산업 선진화’와 ‘상생 발전’이란 대의를 위해 협력하기로 하고 공식 협약을 맺은 것이다. 당시 협약식에는 양 업계 관계자와 대표 협·단체장은 물론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와 국회의원 등 정·관계 인사들까지 함께 했다.

이번 협약은 얼핏 성황리에 치러진 것처럼 보이지만 협약의 세부내용을 보면 실효성에 의문이 남는다. 이번 협약은 원료업계를 대변하는 한국제지자원진흥원(이하 진흥원)의 주도로 만들어진 재활용 제지원료에 관한 단체표준(이하 단체표준)을 원료 업체들이 준수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원료업체들이 단체표준인증을 받아 일정 수준 이상의 원료품질을 담보할 수 있게 되면 제지의 품질이 높아지는 것은 물론 궁극적으로 국내 제지산업의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는 복안이다. 협약의 취지는 좋다. 문제는 원료업체들이 단체표준 인증을 받아야 할 당위성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인증을 받은 업체의 원료를 제지업계가 우선 구매해주거나 가격을 좀 더 높게 쳐주는 식의 '당근'이 없어 미봉책에 그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 업계 발전이라는 대의만을 위해 기꺼이 자금·인력·시간을 투자해 인증 취득에 나설 업체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만성적인 원료 부족현상으로 원료업체들이 우위에 서는 경우가 빈번한 국내 실정에선 더욱 그렇다.

이 같은 우려는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진흥원이 단체표준을 제정해 산업부의 재가를 얻은 때는 지난 4월. 이후 8개월이 지났지만 인증을 받은 곳은 진흥원 총 회원사의 30%대에 불과하다. 여전히 단체협약 무용론을 제기하는 회원사들도 적지 않다.

새로운 룰을 만들고 시행할 때 구성원 모두가 만장일치로 지지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하지만 반대 의견이 찬성보다 적지 않다면 재검토하고 수정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번 단체협약도 마찬가지다. 명분과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는 보완책을 마련할 때 양 업계의 충분한 공감대 없이 강행했다는 볼멘 목소리가 수그러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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