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벤처투자 빛좋은 개살구? VC 2곳중 1곳 적자

[단독]벤처투자 빛좋은 개살구? VC 2곳중 1곳 적자

김유경 기자
2017.09.07 04:30

상반기 117개 벤처캐피탈 가결산 결과 51.7% 적자…우후죽순 설립으로 경쟁 치열 부실투자 우려도

‘제2 벤처붐’을 타고 벤처투자시장이 급성장하고 있지만 정작 벤처캐피탈(VC) 2곳 중 한 곳은 적자를 면치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후죽순 VC가 설립되면서 경쟁이 치열해진 때문인데 재무구조가 취약한 VC가 늘면서 ‘묻지마 투자’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6일 벤처캐피탈협회 및 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가결산 기준 117개 VC 중 51.7%(60개사)가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아직 회계법인 검토를 받지 않은 가결산 기준인 만큼 변동이 있을 수 있지만 지난해보다 적자 VC가 증가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벤처투자시장은 매년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지만 수익성은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VC업계의 신규투자금액은 2015년 사상 처음으로 2조원을 돌파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2조1503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2015년 115개사 중 40.4%가, 지난해에도 119개사 중 35.6%가 연간 기준 적자를 면치 못했다.

이처럼 적자 VC가 많은 것은 벤처투자 특성상 투자 이후 회수기간이 길어 단기적으로 실적을 올리기 어렵다는 점도 있지만 신설사가 늘면서 자금조달 및 투자경쟁이 치열해진 때문이란 지적이 나온다. 협회 관계자는 “VC가 경쟁력을 가지려면 400억원 이상 투자가 이뤄져야 하는데 현재 이 정도 하는 VC는 20~30개 수준에 그친다”고 밝혔다.

업계에선 진입장벽 완화로 이같은 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정부는 지난 7월 VC의 최소 설립자본금을 20억원으로 변경하는 내용을 포함한 ‘중소기업창업지원법 시행령 일부 개정령안’을 입법예고했다. 자본금 기준이 완화된 2005년과 2009년 이듬해에도 신규 VC가 크게 증가한 바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펀드결성 및 투자 없이 버티다가 퇴출(말소)된 일명 ‘좀비VC’도 늘고 있다. 최근 16년간 퇴출된 VC는 137개사로 연평균 8.6개사에 달한다. 같은 기간 새로 설립된 VC(109개사)보다 많은 수치다. 업계 관계자는 “적자 VC는 당장의 투자성과와 회수를 위해 무리한 투자를 지속할 수 있다”며 “결국은 ‘묻지마 투자’로 악순환을 지속하며 업계에 부정적인 이미지를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VC시장의 수익성 개선과 건전한 벤처투자 육성을 위해선 정부가 VC를 하나의 독립된 산업으로 인정하고 체계적으로 지원·관리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협회 관계자는 “VC를 벤처기업 지원수단으로만 보기 때문에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이라며 “단순히 늘어난 재원만 보고 업계에 뛰어들었다가 좀비VC가 되지 않도록 정부가 자금집행시 경쟁력을 갖춘 VC를 선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업계 스스로 부실투자의 폐해를 관리할 수 있는 자율규제프로그램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자본금 (기준) 완화로 불량 VC들이 나오면 업계의 신뢰가 추락할 우려가 있다”며 “정책적으로 자율규제위원회를 만들어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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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경 정보미디어과학부장

안녕하세요. 정보미디어과학부 김유경 정보미디어과학부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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