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호, 1년에 한두번...미국 NASA '스페이스X' 키운 비결

누리호, 1년에 한두번...미국 NASA '스페이스X' 키운 비결

김진현 기자
2026.03.04 14:30

[MT리포트-레오(LEO)노믹스] ④ 갈림길 선 저궤도 주권 살리려면

[편집자주] 우주는 더 이상 과학자들만의 탐사영역이 아니다. 스페이스X의 저비용 발사 혁명은 지구상공 160~2000㎞ '저궤도'를 통신부터 국방, 제조, 물류까지 아우르는 지구경제의 확장판으로 만들었다. 저궤도 우주시장 규모는 지난해 이미 100조원을 넘어섰고 지금도 나날이 급팽창 중이다. 과거 대항해 시대가 바닷길을 선점한 국가들의 몫이었다면 미래 경제패권은 저궤도를 누가 빨리 차지하느냐에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각 국이 저궤도 우주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대한민국의 우주주권을 지켜낼 생존전략을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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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4차 발사가 성공하며 민간이 제작·조립을 맡은 발사체가 처음으로 정상 임무를 수행했다.   누리호 4차 발사는 한국형 발사체 최초의 야간비행이자 역대 최다인 13기의 위성이 탑재됐다. 나로우주센터 우주과학관 로켓광장에 우리나라에서 개발된 1단형 고체추진 로켓 KSR-Ⅰ, 2단형 고체추진로켓 KSR-Ⅱ, 액체추진 과학로켓 KSR-Ⅲ, 우주발사체 KSLV-Ⅰ(나로호)의 실물크기 로켓 모형 뒤로 별의 일주운동 궤적이 보이는 모습. (별의 일주운동 궤적은 30초로 2시간 촬영 후 각각의 사진 레이어 합성) 2025.12.30./사진=뉴시스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4차 발사가 성공하며 민간이 제작·조립을 맡은 발사체가 처음으로 정상 임무를 수행했다. 누리호 4차 발사는 한국형 발사체 최초의 야간비행이자 역대 최다인 13기의 위성이 탑재됐다. 나로우주센터 우주과학관 로켓광장에 우리나라에서 개발된 1단형 고체추진 로켓 KSR-Ⅰ, 2단형 고체추진로켓 KSR-Ⅱ, 액체추진 과학로켓 KSR-Ⅲ, 우주발사체 KSLV-Ⅰ(나로호)의 실물크기 로켓 모형 뒤로 별의 일주운동 궤적이 보이는 모습. (별의 일주운동 궤적은 30초로 2시간 촬영 후 각각의 사진 레이어 합성) 2025.12.30./사진=뉴시스

"전 세계 업체들이 돈다발을 싸들고 미국 스페이스X를 찾아가고 있어요. 재사용 로켓 발사로 탑승 비용을 확 낮추면서 전 세계 우주 물류를 장악한거죠. 1년에 고작 1~2회 발사하는 한국은 규모의 경제에서 게임이 안 됩니다. 미래에 우주로 가는 관문을 잃지 않으려면 발사체 부문을 이대로 방치해선 안 됩니다." (우주 관련 A스타트업 대표)

스페이스X·블루오리진 등 거대 자본을 등에 업은 글로벌 우주기업들이 기술 격차를 벌리고 있는 가운데 한국 우주산업이 더 이상 뒤처지지 않으려면 현실적인 생존전략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발사 빈도를 최대한 늘려야 글로벌 기업들과의 기술 격차 축소는 물론 산업 생태계 형성, 가격 경쟁력 확보, 해외 진출 등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발사 횟수 확대·맞춤형 기술 확보 시급

전문가들이 가장 강력하게 주장하는 해법은 발사 횟수 확대다. 현재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의 발사 횟수는 연 1~2회 수준에 그친다. 이 때문에 국내 위성 업체들조차 발사 시기를 맞추기 위해 스페이스X 등 해외 기업에 돈을 지불하고 위성을 띄우는 실정이다.

우주 정책 분야의 한 전문가는 "지금처럼 1년에 한두 번 쏘는 것으로는 산업 생태계 자체가 만들어질 수 없다"며 "국내 위성 수요를 국내 발사체가 소화하려면 누리호를 1년에 최소 6번 정도는 발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발사 횟수를 연 6회 이상으로 늘려야 '규모의 경제'가 실현되고 내수 시장 컨트롤이 가능하다는 논리다. 잦은 발사를 통해 발사체 신뢰성(헤리티지)을 쌓아야 해외고객 유치도 가능해진다. 현재 구조로는 국내 민간 업체들이 스페이스X에 돈을 싸 들고 갈 수밖에 없어 국부 유출은 물론 국내 발사체 시장의 고사 위기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누리호 4차 개요/그래픽=이지혜
누리호 4차 개요/그래픽=이지혜

당장 스페이스X와 같은 재사용 발사체 기술 확보에 사활을 걸기보다는 확실한 가격 경쟁력을 갖춘 주력 발사체를 우선 확보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의견도 있다. 대표적인 롤모델로 일본 JAXA(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와 미쓰비시중공업이 공동 개발한 'H3'가 꼽힌다.

H3는 재사용 기술 없이도 상업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한 사례다. 부품 단순화·경량화, 3D 프린팅 공정 도입 등을 통해 발사 비용을 기존 대비 대폭 낮췄다. 일본의 주력 로켓이었던 H2A보다 엔진 1기당 추진력은 강화된 반면 발사 비용은 절반 수준으로 알려졌다. H3는 2023년 1호기 발사는 실패했지만 2호기 이후 연속 발사에 성공하며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우주학계 한 관계자는 "재사용 기술 확보가 한국 우주산업의 필수조건처럼 여겨지지만 현실적으로는 H3와 같이 가성비 높은 주력 발사체 라인업을 먼저 갖추는 것이 생존에 더 유리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고도화된 재사용 기술 개발에 막대한 시간과 비용을 쏟다간 시장을 완전히 빼았길 수 있는 만큼 발사 비용이 비교적 저렴하고 안정적인 발사체를 내놓는 것이 글로벌 시장 틈새를 파고들 수 있는 실질적 해법이라는 이야기다.

"정부 보조금 지원 넘어 발사체 고객 돼야"
국내 주요 소형발사체 관련 기업/그래픽=김지영
국내 주요 소형발사체 관련 기업/그래픽=김지영

정부의 역할 변화가 필수적이라는 견해도 있다. 단순히 R&D(연구개발) 보조금을 주는 것을 넘어 정부가 민간 발사 서비스를 직접 대량 구매하는 '앵커 테넌트(핵심 고객)'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우주 분야를 연구하는 한 대학 교수는 "NASA가 민간 로켓을 적극 구매하며 스페이스X를 키운 것처럼 우리 정부도 국산 위성을 국산 발사체로 쏘아 올릴 때 과감한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공공 위성 발사 물량을 패키지로 묶어 민간과 장기 계약을 맺어주는 식의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미국 정부가 스페이스X와 로켓랩 설립 초기에 앵커 테넌트로 나서 기회를 마련해줬다"라며 "발사 기회를 최대한 많이 마련해주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지원"이라고 말했다.

발사장 인프라 부족과 복잡한 허가 절차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전문가들은 나로우주센터의 민간 개방 속도를 높이고 발사 후 추적(텔레메트리) 등 막대한 비용이 드는 인프라는 정부가 구축해 민간과 공유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또한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국방과학연구소 등이 참여해 'K-발사 허가 절차' 표준안을 마련하고 행정 절차를 간소화하는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 우주 스타트업 관계자는 "국내 민간기업들이 우주 관련 다양한 업무를 문제없이 수행하려면 반드시 국가 발사체가 필요하다"라며 "발사체 시장이 고사하지 않도록 환경뿐 아니라 인허가, 안전반경확보 등 복잡한 절차를 손질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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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현 기자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와 벤처캐피탈, 액셀러레이터 산업 전반을 취재하며 투자·혁신 흐름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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