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내 사업할래"…'996·구직난' 지친 중국 Z세대 1인 창업 열풍

"차라리 내 사업할래"…'996·구직난' 지친 중국 Z세대 1인 창업 열풍

송지유 기자
2026.09.2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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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스타트업씬] 9월 4주

[편집자주]  '글로벌 스타트업씬'은 한주간 발생한 주요 글로벌 VC(벤처캐피탈) 및 스타트업 소식을 전달하는 코너입니다. 이에 더해 국내 스타트업 시장에 미칠 영향과 전망까지 짚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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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청년들이 직장 내 치열한 경쟁 또는 심각한 실업난에 지쳐 1인 스타트업 창업에 나서고 있다. 사진은 중국 한 기업의 엔지니어들로 기사 내용과 무관함. /사진=블룸버그
중국 청년들이 직장 내 치열한 경쟁 또는 심각한 실업난에 지쳐 1인 스타트업 창업에 나서고 있다. 사진은 중국 한 기업의 엔지니어들로 기사 내용과 무관함. /사진=블룸버그

상하이의 한 무역회사에서 근무하던 우쑹윈(35)씨는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로 만성 수면장애를 겪다 2024년 퇴사했다. 창업을 결심한 그는 AI(인공지능)를 활용해 수면 상태를 기록하고 명상 콘텐츠를 추천하는 애플리케이션 '타이드플로우'(TideFlow)를 개발했다. 우씨는 "아직은 유료 고객 수가 많지 않아 적자 상태지만 회사에 다녔을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행복하고 성취감도 크다"고 말했다.

중국 청년들이 직장 내 치열한 경쟁 또는 심각한 실업난에 지쳐 1인 스타트업 창업에 나서고 있다. AI의 발달로 기술 배경이 없는 비전공자도 기획부터 개발, 마케팅까지 나홀로 업무가 가능해지면서 2030세대의 1인 창업이 사회현상으로 확산하고 있는 것이다.

AI 활용한 '나홀로 창업' 급증…"실업난 해법" 정부도 적극 지원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 관영 매체를 인용해 지난해 중국에서 새로 설립된 1인 기업이 700만개를 넘어섰다고 전했다. 이는 전년 대비 42% 증가한 수치로 이들 중 상당수가 생성형 AI를 핵심 도구로 운영하는 스타트업이다.

실제 중국 항저우의 한 스타트업 인큐베이터 '홍허브'(Honghub)가 1500개 1인 기업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1인 AI 창업가 중 75%는 대학에서 코딩·개발 등 기술을 공부하지 않은 비전공자였다. AI 전용 마이크 장치를 개발 중인 25세의 창업가 아빈 천 씨는 "과거엔 기술적인 한계에 부딪혀 구상에만 그쳤던 일들을 이제는 바로 실행할 수 있다"며 "AI가 창업 환경을 바꿔놨다"고 말했다.

청년들의 1인 창업이 급증하는 또 다른 배경에는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다. 중국 정부는 1인 창업을 미국과의 AI 패권 경쟁, 청년 고용난 해소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풀 수 있는 카드로 보고 다양한 지원 방안을 내놓고 있다. 항저우·선전 등 각 지방 정부도 주거·사무공간을 비롯해 AI 컴퓨팅 바우처를 제공하는 등 청년 창업을 장려하고 있다.

민간 차원의 지원도 늘고 있다. 지난해 9월 홍콩 투자자 조니 저우가 항저우에 설립한 홍허브가 대표 사례다. 이 공간에는 50개 이상의 1인 기업이 입주해 있으며 상당수가 최대 5만달러의 초기 창업자금을 지원받았다. 입주 창업자의 약 3분의 1은 연쇄 창업가, 3분의 1은 빅테크 기업 출신이다.

AI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과 정부의 각종 지원이 맞물리자 '996'(오전 9시 출근·오후 9시 퇴근·주 6일 근무) 직장 문화에 지쳤거나 대학을 졸업한 뒤에도 수년간 취업에 실패했던 청년들이 대거 창업 전선으로 뛰어들었다. /사진=블룸버그
AI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과 정부의 각종 지원이 맞물리자 '996'(오전 9시 출근·오후 9시 퇴근·주 6일 근무) 직장 문화에 지쳤거나 대학을 졸업한 뒤에도 수년간 취업에 실패했던 청년들이 대거 창업 전선으로 뛰어들었다. /사진=블룸버그

AI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과 정부의 각종 지원이 맞물리자 '996'(오전 9시 출근·오후 9시 퇴근·주 6일 근무) 직장 문화에 지쳤거나 대학을 졸업한 뒤에도 수년간 취업에 실패했던 청년들이 대거 창업 전선으로 몰렸다고 WSJ는 짚었다. 중국 전문 컨설팅업체인 후통리서치의 궈산 파트너는 "AI가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할 것이라는 우려가 많지만, 현재 중국에선 1인 창업을 늘리는 새로운 고용 창구가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1인 창업 열풍 뒤에는 냉혹한 현실도 존재한다. '내권'(內卷)으로 불리는 중국 특유의 출혈 경쟁으로 실질적인 수익을 내는 기업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홍허브의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절반 이상은 월 매출이 1000달러에도 못 미친다고 답했다.

상하이 소재 벤처캐피탈(VC)인 BVF 관계자는 "1인 창업자의 상당수가 이미 존재하는 것을 베끼는 수준이어서 투자 대상을 찾기 쉽지 않다"며 "장기 전략이 없는 스타트업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한계 때문에 1인 기업 열풍이 중국의 청년 실업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대안이 되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알리바바를 창업한 마윈처럼 거대 테크 기업을 일구는 것이 이전 세대의 목표였다면, 현재 Z세대는 소소한 생계 유지와 삶의 주도권을 되찾는 것에 더 큰 가치를 둔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WSJ는 짚었다. 미국 뉴욕의 한 유통기업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일하다 귀국해 AI 게임을 개발 중인 하오위 리우(29) 씨는 "AI 시대 감원 바람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내 사업을 하기로 했다"며 "직장 생활의 톱니바퀴에서 벗어나 언제든 쉴 수 있는 자유가 창업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말했다.

"우주 수송 내게 맡겨라"…우주 예인선 스타트업에 뭉칫돈
임펄스 스페이스의 궤도 전송차량 미라/사진=임펄스스페이스
임펄스 스페이스의 궤도 전송차량 미라/사진=임펄스스페이스

우주 궤도 간 화물 운송 기술을 개발하는 미국 스타트업 '임펄스 스페이스'(Impulse Space)에 투자금이 몰렸다. 스페이스X의 창립 멤버가 독립해 발사체가 아닌 우주 수송 사업을 하는 것 자체를 높게 평가한 투자자들이 많았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임펄스 스페이스는 최근 시리즈D 투자 라운드에서 8억800만달러(약 1조1000억원)를 유치했다. 당초 5억달러 유치를 계획했으나 막판에 자금이 몰리며 계획을 훨씬 초과하는 규모로 라운드를 마감했다. 이번 투자에는 137벤처스, 럭스캐피탈, 밸로에쿼티파트너스 등 기존 주요 투자자들이 대거 참여했다. 누적 투자금은 10억달러(약 1조4000억원)를 웃돈다.

임펄스 스페이스는 2021년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설립됐다. 창업자이자 CEO(최고경영자)인 톰 뮬러는 스페이스X의 창립 멤버로 팰컨9 로켓에 사용된 멀린 엔진을 주도적으로 개발한 우주공학 분야 베테랑이다.

임펄스 스페이스는 우주 궤도에 진입한 위성이나 화물을 목표 궤도나 목적지로 이동시켜 주는 '우주 예인선' 개념의 우주선과 엔진을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주요 기종인 '헬리오스'와 '미라'는 다른 고객의 탑재체를 싣고 더 높은 궤도로 진입할 수 있도록 추진력을 제공하는 역할을 맡는다.

수십년 간 로켓 엔진을 개발해 온 뮬러는 임펄스 스페이스를 창업하며 '우주 라스트 마일' 사업 모델에 주목했다. 당시엔 "뮬러가 왜 또 다른 발사체를 만들지 않냐"는 반응이 많았지만, 최근엔 "시장의 맹점을 정확히 짚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에 조달한 자금은 인력 확충과 우주선 제품 개발에 투입할 계획이다. 뮬러는 블룸버그TV와 인터뷰에서 "이번 라운드는 고객과 투자자들이 우리가 하는 일을 얼마나 좋아하는 지 보여주는 결과"라며 "우주와 AI의 결합이 가속화하면서 업계 전체에 활력이 일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우주 스타트업 시장에선 대형 투자가 잇따르고 있다. 미국 '스토크스페이스'(Stoke Space·재사용 로켓 개발)가 10억달러를 유치한 데 이어 유럽의 '디익스플로레이션컴퍼니'(The Exploration Company·우주 수송)도 4억5000만달러 규모의 라운드를 마무리했다.

"리스크 관리보다 고수익 우선"…AI에 직접 투자하는 패밀리오피스들
초고액 자산가들의 가문 자산을 운용하는 '패밀리오피스'(Family Office)가 AI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초고액 자산가들의 가문 자산을 운용하는 '패밀리오피스'(Family Office)가 AI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초고액 자산가들의 가문 자산을 운용하는 '패밀리오피스'(Family Office)가 AI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안정적인 자금 관리가 최우선이었던 슈퍼리치들이 벤처캐피탈(VC) 펀드가 아닌 AI 핵심 기업에 직접 자금을 넣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미국 IT·투자 전문매체 테크크런치는 딜로이트 집계를 인용해 전 세계 패밀리오피스 운용자산이 2024년 기준 5조5000억달러이며 2030년에는 9조5000억달러로 규모가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처럼 거대한 자본력을 가진 패밀리오피스 시장의 가장 큰 변화는 위험 투자 비중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JP모간 프라이빗 뱅크의 최신 조사에서도 전 세계 패밀리오피스의 65%가 인플레이션 및 지정학적 위기 속에서도 AI를 최우선 투자 분야로 꼽았다.

미국 실리콘밸리 자산관리 플랫폼 아틀라스캐피탈의 듀안 팔 자문위원은 "3년 만에 3배 수익 나는 그린에너지 딜과 3개월 만에 3배 되는 AI 딜이 있다면 어디에 투자하겠냐"며 "패밀리오피스들이 후자를 택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투자 방식의 변화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과거 패밀리오피스들은 VC 펀드에 운용을 맡기는 자금출자자(LP) 역할에 주로 머물렀다. 하지만 최근엔 펀드매니저에게 자금을 위탁하고 약 10년간 자금이 묶이는 구조에서 벗어나 직접 기업 지분을 매수하거나 구주(세컨더리) 거래에 나서고 있다. 팔 위원은 "패밀리오피스들이 원하는 종목은 AI 리더들"이라며 "단일 종목에 직접 자금을 투입하려는 젊은 세대 자산가들의 성향이 반영된 결과"라고 짚었다.

실제로 장외 거래시장에선 앤스로픽·오픈AI 등 대표 AI 기업 지분을 확보하려는 물밑 경쟁이 치열하다. 스타트업 분석 기관인 피치북은 이들 선도기업의 지분이 현재 벤처 자본시장에서 가장 격렬한 각축전이 벌어지는 '최고의 노른자위 자산'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일각에선 AI 스타트업의 몸값이 지나치게 부풀려졌으며 향후 시장 거품이 꺼질 경우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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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지유 기자

국내외 벤처투자 업계와 스타트업 생태계 전반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한 발 더 나간, 한 뼘 더 깊은 소식으로 독자 여러분과 만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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