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안다리걸기
'우리말 밭다리걸기' 2탄입니다. 씨름에서 상대의 바깥다리뿐 아니라 안다리도 걸어 넘어뜨리듯 1탄에서 못다 파헤친 잘못된 우리말을 바로잡아 보자는 취지입니다. 2탄에선 1탄의 맞춤법에 이어 무심코 잘못 쓰는 어휘와 문장이 없도록! 우리말의 원리를 쉽고 흥미롭게 알려드리겠습니다.
'우리말 밭다리걸기' 2탄입니다. 씨름에서 상대의 바깥다리뿐 아니라 안다리도 걸어 넘어뜨리듯 1탄에서 못다 파헤친 잘못된 우리말을 바로잡아 보자는 취지입니다. 2탄에선 1탄의 맞춤법에 이어 무심코 잘못 쓰는 어휘와 문장이 없도록! 우리말의 원리를 쉽고 흥미롭게 알려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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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잘~하는 짓이다." 어릴 적 부모님이나 어른들께 이런 얘기 들은 적 있을 겁니다. 정말 잘했다는 뜻은 물론 아니죠. 칭찬으로 이 말을 듣는 사람은 없을 텐데요. 우리가 자주 쓰는 말 중에는 원래의 뜻과의 반대되는 느낌의 것들이 있습니다. 오늘은 그런 말을 몇 개 모아 봤습니다. ◆ 호구= 남에게 쉽게 이용 당하는 사람을 뜻하는 말이죠. 하지만 원래 뜻은 '호랑이의 입'(虎口)입니다. 호랑이가 내 앞에서 입을 벌리고 있다면 당연히 무섭겠죠. '호구에 들어갔다'라고 하면 매우 위험한 상황을 얘기하는 겁니다. 그런데 지금은 뒤쪽에 붙은 말이 떨어진 '호구'가 위험한 상황에 잘 빠지는 어수룩한 사람을 가리킵니다. ◆ 진상= 배려심이 줄어든 요즘 세상, 또 많이 쓰이는 말이 이 진상인데요. 원래 이 말은 '임금에게 지방의 특산물 등을 바치는 것'을 말합니다. 당연히 좋은 물건이었겠죠. 하지만 이 말은 '허름하고 질 나쁜 물건'을 가리키는 말로도 쓰이게 됐습니다. 진상의 폐단이 반영된 것
나는 내 속 단어장에서 '추파'라는 낱말을 꺼내 만져보았다. 가을 추, 물결 파. 가을 물결. '예쁘구나, 너. 예쁜 단어였구나......' (김애란 ‘두근두근 내 인생’ P.195) 추파(秋波). 왠지 고상한 연애감정보다 이성을 은근히 떠보는(?) 행동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가을물결'이라니... 늦가을 끝자락도 겨우 잡고 있는 지금, 책 글귀를 보니 마음이 물결처럼 흔들립니다. 그러고보니 가을이 말 앞에 붙으면 거의 시가 되죠. 가을햇살, 가을비, 가을언덕, 가을우체국, 가을하늘... 어쩌다 가을물결을 말하는 ‘추파’가 이성에게 집적대는 눈길로 바뀌었을까 궁금합니다. 가을엔 하늘도 높고 날씨도 화창해 물도 맑고 아름답습니다. 물결은 끊임없이 움직여 어떤 신호를 보내는 것처럼 느껴지죠. 가을의 그 맑고 잔잔하고 아름다운 물결이 곧 추파인데요. 여인의 고운 눈빛과 같아서 이를 추파라고 했는데요. 시간이 지나 남녀 가리지 않고 '이성의 관심을 끌기 위해 은근히 보내는 눈길'이 되었습니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은 '2015년 세종도서 교양 및 문학나눔 부문 선정도서'로 본지 나윤정, 김주동 기자의 '우리말 밭다리걸기'(도서출판 들녘) 등 965종을 선정했다고 27일 밝혔다. 이번 도서 선정은 최근 1년간 발행된 신간도서 중 작은도서관, 사회복지시설, 병영도서관 등에 보급할 도서를 뽑은 것으로 출판 및 국민 독서문화 증진을 도모하는 사업이다. 올해 교양부문에는 1007개 출판사의 도서 5565종이, 문학나눔 부문에는 520개 출판사의 도서 2447종이 접수되면서 전년 대비 접수종수가 각각 25.4%, 38.3% 증가했다. 교양나눔 부문 도서 선정에는 한국과학기술원 등 학회 및 단체의 추천을 받은 전문가 및 출판도서평론가 등 85명의 3단계 합의제 현장심사와 수요자 추천도서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됐다. 교양부문 선정도서 455종에는 크리스티안 루더의 '빅데이터 인간을 생각하다'(도서출판 다른) 등 철학·심리학·종교·사회과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시각과 분석이 담긴 도서
국내 프로야구는 진작에 끝났지만, 21일까지 이어진 국가 대항전 '프리미어12'에서 대한민국이 극적인 우승을 하며 야구 팬들에게 또 하나의 즐거움을 줬습니다. 야구를 얘기할 때 빠질 수 없는 말 중에는 '루(베이스)'가 있는데요. 이 말은 어디서 나온 걸까요? 같은 뜻이 담긴 낱말로 우리가 자주 쓰는 것에 '보루'가 있습니다. 담배 얘기 말고 "최후의 보루"라고 할 때의 그 보루입니다. 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쌓은 시설을 말하는데요. 군사용 작은 성곽으로 이해하면 됩니다. 마지막 보루가 적에게 무너지면 큰일이겠죠? 자연스레 '최후의 보루'란 꼭 지켜야 할 대상을 뜻하게 됐고, 마지막으로 기댈 수 있는 것을 뜻하기도 합니다. 다시 야구 얘기로 돌아가, '루'란 말 자체로 보루를 뜻합니다. 공격수가 1루에서 3루까지 상대의 보루를 하나씩 밟아 들어가 '최후의 보루'인 홈베이스를 밟으면 점수가 나는 것, 야구 경기의 기본적인 진행 방식이죠. 야구의 원래 이름인 영어 'Baseball[베이
갑자기 추워진 이맘때면 떠오르는 제철 생선들이 있죠. 명태, 과메기, 삼치, 아귀…. 이중 별미로 과메기를 꼽는 분들 많으실 텐데요. 저는 명태가 더 생각나는 늦가을입니다. 13년 전 한 신문을 보고 찾아간 강원도 거진항 때문인데요. 거진은 '명태축제비'가 세워질 정도로 명태가 유명하죠. 요즘이야 휴대폰 몇 번만 두드리면 맛집들이 요란스레 등장하지만, 그때는 신문에서 본 온기 어린 허름한 식당의 생태찌개가 몹시도 맛깔스레 느껴졌나 봅니다. 비릿하고 적막하던 항구가 활기를 띠는 아침, 소박한 생태찌개로 허기를 채우면 어디서도 느껴보지 못한 바다내음을 만끽할 수 있었는데요. 살과 뼈는 국이나 찌개를, 알과 내장은 젓갈을 담가서, 꼬리와 지느러미는 볶아서 국물을 내는 데 쓰는 그야말로 '버릴 것 하나 없는' 명태. 이 명태는 말린 상태나 크기, 보관 상태에 따라 이름이 각각 다른데요. 어떤 이름들이 있을까요? 우선 갓 잡은 싱싱한 명태는 '생태'라고 합니다. 말린 것으로는 '북어' '노가
"난 보균자다!" ○○경찰서는 음식점과 파출소에서 5시간 동안 난동을 피운 혐의(영업방해)로 ㄱ씨를 입건했다고…. 한 형사 사건 기사의 일부인데요. 여기서 '입건'이라는 말, 왠지 느낌이 무섭습니다. '감방에 간다는 뜻인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입건이란 사'건'이 성'립'됐다, 곧 범죄 혐의가 있어 수사하겠다는 뜻입니다. 사실 보통 사람들에게 형사나 재판 관련된 말들은 평생 동안 직접 겪을 일이 없일지도 모릅니다. 그래선지 그 뜻을 정확히 배운 기억도 없는데요. 사실 관련 낱말들은 왠지 좀 어렵습니다. 오늘은 그 중에 신문 기사에 자주 나오는 낱말을 설명해 보겠습니다. 입건 이후 수사를 한 경찰이 법의 심판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검찰로 사건을 넘깁니다. 기사에서는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라는 표현을 많이 씁니다. 송치란 피의자와 관련 서류를 배'송' 조'치'한 것으로 이해하면 됩니다. 검찰이 사건을 재판으로 넘기는 경우 '기소'한다고 하는데요. 이는 공'소'(공적인
"깨방정 떨지 마! 정신없어." 어릴 적 한번쯤 들어본 엄마의 단골 잔소리 중 하나죠. 정신없이 뛰어다니거나 쓸데없는 말을 하면 주저 없이 들려오곤 했는데요. 방정이 '바른 말이나 행동을 하다'란 뜻이므로 '깨다'와 '방정'이 합쳐져 '방정을 깨다' 즉 '깨방정'이라고 생각했는데 '개방정'이 맞다는 걸 알고는 깜짝 놀랐습니다. 사전을 찾아보니 '개방정'만 있고 '깨방정'은 없습니다. 국립국어원에 문의해보니 깨방정이 무슨 뜻인지 정확한 의미를 알 수 없고, 개방정을 잘못 쓴 말인지도 모르겠다고 하네요. 개방정도 2008년에야 표준어가 됐다고 합니다. 결국 방정에 비속어 '개-'가 붙어 '온갖 점잖지 못한 말이나 행동을 낮잡아 이르는 말'이 된 건데요. 깨방정이라면 귀엽게 까부는 몸짓(?)쯤으로 여길 텐데 개방정이라니… 들으면 정말 기분이 나쁠 것 같은데요. 이렇게 방정에는 좋은 뜻, 나쁜 뜻 둘 다 있다는 사실, 여러분은 알고 계셨나요? '위 학생은 품행이 방정하고 다른 사람에 모범
'응답하라 1988'의 주 배경 중 하나인 '성균이네' 집은 번듯한 양옥이라고 합니다. 지금이야 아파트가 대세지만 그 시절에는 양옥이 꽤 많았습니다. 당시 젊은 층은 좋은 날 친구들끼리 경양식 집에 모여 돈가스를 썰기도 했는데요. 보통 생일이 그런 날이었죠. 주제로 돌아가서, 위에 나온 양옥, 양식에는 공통적으로 '양'이 들어가 있습니다. 이것은 서양을 뜻하는데요. 한옥, 한식의 반대되는 낱말들이죠. 우리말에는 이런 식으로 '양'이 들어가는 말이 꽤 많습니다. 개중에는 양배추, 양주, 양복 등처럼 '서양'과 관련된 말이라고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것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것들도 있는데요. 다음 말들은 '어, 그래?' 할지도 모릅니다. 조상들은 발과 신 사이에 버선을 신었습니다. 요즘 우리는 '양말'을 신지요. 여기서 양말은 말 그대로 풀면 서양 버선을 뜻합니다. 막연하게 양쪽에 신어서 붙은 말이라고 생각했다면 오해입니다. 마루에 많이들 까는 '양탄자'도 역시 서양식 탄자를 뜻하는
"개수작 부리는 거 아니야~~" 한 개그프로그램을 보다 웃기지만은 않은 막말에 놀랐습니다. 불현듯 '수작'이 무슨 뜻이기에 얕잡아보는 '개-'가 붙어 개수작이 됐을까. 궁금합니다. 그러고보니 수작은 '개' 말고도 '허튼' '뻔한' 등의 수식어가 붙고 '부리다' '떨다' '걸다' 등의 서술어가 쓰이는데요. 듣기에 썩 좋은 말은 아니죠. 수작은 어쩌다 이런 말들과 짝을 이루게 됐을까요.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수작의 뜻은 다음 3가지입니다. 1. 술잔을 서로 주고받음 2. 서로 말을 주고받음. 또는 그 말 3. 남의 말이나 행동, 계획을 낮잡아 이르는 말 어떤 연관이 있나 궁금한데요. 수작의 한자는 '갚을 수, 술 수'(酬) '술부을 작'(酌) 즉 '술을 주고받는다'는 뜻입니다. '작'(酌)은 술을 의미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자작'(자기 스스로 술을 따라 마시는 것) '대작'(상대방을 마주 대하고 술을 마시는 것) 등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술을 마신다고 다 나쁜 것은 아닐 텐데 '수
"□□ 열고~ □□ 닫고." 2014년 7월까지 방송된 '개그콘서트-시청률의 제왕' 코너에서 인기를 끌었던 말인데요. □□에 들어갈 기호 ( )를 뜻하는 말을 '가로'로 생각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발음이 비슷해서일 텐데요. 맞는 말은 '괄호(정확히는 소괄호)'입니다. 활(弧 호) 모양으로 묶는다 또는 맺는다는 것을 한자(括 괄)를 써서 말한 겁니다. 자주 쓰는 말 중에 '괄'이 들어가는 것들이 좀 있는데요. 몸의 어떤 기관의 출입구를 오므라들게 하여 묶는 근육, 우리는 '괄약근'이라고 합니다. 항문, 요도 등에 필요한 근육이지요. '일괄'적으로, '포괄'해, '총괄'하는…. 책이나 업무용 글에서 볼 것 같은 이 말들은 비슷비슷한 뜻입니다. 풀어서 설명하자면 '하나(1)'로 묶고, 온통 '포'함해 묶고, '총'합해 묶는다는 거겠죠. 학교에서 국어시간에 배우는 것 중에 '두괄식', '미괄식'이란 말에도 '괄'이 들어가는데요. 글의 중요 내용이, 즉 결론이 머리에 맺어졌냐 꼬리에 맺어졌냐
"엄마, 우리반 애가 병원에 입원해서 학교에 안왔어요." "엄마, 이 노래 좋지? 노래가사가 진짜진짜 재밌어요." 지난 주말, 오랜만에 아들과 동네공원을 거닐었는데요. 시원한 바람과 파란 하늘을 느끼며 가을임을 실감하던 터, 신나 떠드는 아들의 모습이 흐뭇하다 문득 반복되는 단어가 거슬립니다. "병원에 입원이 아니고 '입원', 노래가사가 아니고 '가사'라고만 해도 충분해. 결국 같은 말이거든. 이건 중언부언…" 아차, 모처럼 엄마와의 데이트 시간이 또다시 잔소리가 되려던 찰나 '다행히' 멈추었는데요. 이렇게 같은 말, 즉 겹말인 줄 모르고 쓰는 건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도 마찬가지일 텐데요. 입버릇처럼 쓰는 겹말, 어떤 게 있을까요. "올가을엔 처갓집에 가서 농사일 좀 거든 뒤 해안가 모래사장에 들러야겠어요." 여기서 겹말은 무엇일까요? 처갓집, 농사일, 해안가, 모래사장입니다. 바르게 고치면 처가, 농사, 해안, 사장(沙場: 모래사, 마당장)이라고 쓰면 됩니다. 훨씬 간단명료하죠?
"맷돌 손잡이가 뭔지 알아요? 그걸 어이라고 해요. 맷돌 돌리다가 손잡이가 빠지면…. 지금 내 기분이 그래." 영화 '베테랑' 속 조태오(유아인 분)의 대사 일부입니다. 관객들로부터 명대사로 꼽히기도 했는데요. 어이없다의 '어이'가 맷돌 손잡이라는 내용입니다. 하지만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이야기는 아니고 몇 가지 설 중의 하나인데요. 우리가 잘 쓰는 말 중에는 '□□없다'는 있지만 '□□있다'는 없는 말들이 있습니다. 이 중에는 □□의 뜻을 정확히 알 수 없는 것들도 많은데요. 오늘은 '○○없다'에 대한 설을 뒤쫓아 보겠습니다. '어이없다'는 '어처구니없다'와 같은 뜻입니다. 뜻밖의 상황에 기가 막힌다는 뜻이죠. 여기서 '어이'는 유아인의 대사 내용보다는 절구에 넣은 음식을 빻을 때 쓰는 '공이'에서 나왔다는 설이 더 퍼져 있습니다. 하지만 이 역시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것은 아닙니다. 국립국어원에 따르면 '어이가 없다'는 표현은 19세기 문헌에서 처음 나온다고 합니다. '어처구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