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구'는 쉬운 사람? 원래는 무서운 건데…

'호구'는 쉬운 사람? 원래는 무서운 건데…

김주동 기자
2015.12.08 13:21

[우리말 안다리걸기] 15. 원래 뜻과 반대로 쓰이는 말

[편집자주] '우리말 밭다리걸기' 2탄입니다
MBC '진짜사나이'의 한 장면. 군대에서 많이 쓰이는 '고문관'이란 말은 고통을 주며 신문하는 '고문'과는 관련 없는 말입니다. /사진=방송화면 갈무리
MBC '진짜사나이'의 한 장면. 군대에서 많이 쓰이는 '고문관'이란 말은 고통을 주며 신문하는 '고문'과는 관련 없는 말입니다. /사진=방송화면 갈무리

"참 잘~하는 짓이다."

어릴 적 부모님이나 어른들께 이런 얘기 들은 적 있을 겁니다. 정말 잘했다는 뜻은 물론 아니죠. 칭찬으로 이 말을 듣는 사람은 없을 텐데요.

우리가 자주 쓰는 말 중에는 원래의 뜻과의 반대되는 느낌의 것들이 있습니다. 오늘은 그런 말을 몇 개 모아 봤습니다.

◆ 호구=남에게 쉽게 이용 당하는 사람을 뜻하는 말이죠. 하지만 원래 뜻은 '호랑이의 입'(虎口)입니다. 호랑이가 내 앞에서 입을 벌리고 있다면 당연히 무섭겠죠. '호구에 들어갔다'라고 하면 매우 위험한 상황을 얘기하는 겁니다. 그런데 지금은 뒤쪽에 붙은 말이 떨어진 '호구'가 위험한 상황에 잘 빠지는 어수룩한 사람을 가리킵니다.

◆ 진상=배려심이 줄어든 요즘 세상, 또 많이 쓰이는 말이 이 진상인데요. 원래 이 말은 '임금에게 지방의 특산물 등을 바치는 것'을 말합니다. 당연히 좋은 물건이었겠죠. 하지만 이 말은 '허름하고 질 나쁜 물건'을 가리키는 말로도 쓰이게 됐습니다. 진상의 폐단이 반영된 것으로 보이는데요. 반대되는 뜻이 나란히 사전에 쓰여있습니다.

 요즘은 '이기적이고 못된 행동을 하는 사람'을 이렇게 부르지요. 두 번째 뜻이 확대된 것으로 보입니다. 아직 사전에는 이 뜻이 오르지 않았습니다.

◆ 고문관=군대에서 많이 쓰이는 말인데요. 앞의 사례와 비슷합니다. 고문관은 전문적인 문제를 물어올 때 의견을 말하는 직책을 맡은 사람입니다. 당연히 어떤 분야에 지식과 경험이 풍부하겠죠. 그런데 미 군정 시기의 고문관들이 한국어가 서툴고 우리 물정에 어두워 어수룩하게 행동한 것에서 '어수룩한 사람'을 뜻하게도 됐습니다. 고문관 때문에 군대에서 단체 얼차려를 받기도 하겠지만, 고통을 주며 신문하는 '고문'과는 관계 없는 말입니다.

이 밖에 '밥맛'은 아니꼽거나 상대하기 싫은 사람을 말할 때 쓰이는데요. 사전에는 없는 말입니다. 대신 '밥맛없다'가 아니꼬와 상대하기 싫다는 뜻으로 사전에 나오는데요. 맛있는 밥이 나쁜 뜻으로도 쓰이니 왠지 안타까운 마음도 듭니다.

마무리 문제입니다. 다음 중 비꼬거나 낮잡는 말이 아닌 것은?

1. 예식장 오는데 옷 입은 거 봐라. '가관'이네.

2. 반짝이 신발까지… '점입가경'인걸.

3. 뭔 '영감쟁이' 같은 말이야?

4. 하객들 풍선 날리기는 멋진걸! '장관'이야.

정답은 4번.

1번과 2번은 원래 '볼 만하다', '점점 재미있어지다'의 의미지만 여기서처럼 비꼬는 뜻으로도 쓰입니다. '영감쟁이'는 늙은 남자를 낮잡아 부르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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