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회 과학문학공모전 당선작
△장편 대상=김백상 '에셔의 손' △중·단편 대상=김초엽 '관내분실' △중·단편 우수상=해당없음 △중·단편 가작 5편=김선호 '라디오 장례식', 오정연 '마지막 로그', 김초엽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김혜진 'TRS가 돌보고 있습니다', 이루카(필명) '독립의 오단계'
△장편 대상=김백상 '에셔의 손' △중·단편 대상=김초엽 '관내분실' △중·단편 우수상=해당없음 △중·단편 가작 5편=김선호 '라디오 장례식', 오정연 '마지막 로그', 김초엽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김혜진 'TRS가 돌보고 있습니다', 이루카(필명) '독립의 오단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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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 첫날 지민은 병원에 갔다. 의사가 전통적인 방식으로, 청진기를 이용해 태아의 심장 소리를 들려주었다. 태아의 심장은 임산부보다 두 배나 빠른 속도로 뛴다. 그만큼 생의 의지가 강하기 때문일까. 의사는 조심스레 미소를 지으며 심장박동수도 정상적이고, 태아도 건강한 상태라는 말을 건넸다. 지민의 굳은 표정을 본 카운터의 간호사는 그녀가 임신 때문에 긴장하고 있다고 생각했던 모양이었다. 요 몇 주 동안 자주 얼굴을 봐서 꽤 익숙해진 간호사가 친근하게 말을 걸었다. “많이 긴장되죠? 저도 지금은 다 자란 딸이 하나 있는데, 어떻게 그 시기를 다 버텼는지 모르겠다니까요. 그래도 애기가 밖에 나오면 그때부터 진짜 고생이니까요. 지금은 마음 편히 먹고, 좋은 생각만 하세요.” 고생이 많았다고 말하는 그녀에게서는 정작 자신의 딸에 대한 애정이 묻어났다. 지민은, 그녀의 모성애는 어디서 온 것인지 생각했다. 막상 뱃속에 태아가 있고, 그 심장소리를 듣기까지 했는데 애정이 샘솟지는 않았다. 뱃
집에 도착하니 이미 늦은 저녁이 되어 있었다. 식사를 준비하던 준호가 지민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오늘 도서관에 가겠다고 일주일 전부터 말을 해왔으니, 만남이 잘 성사되었는지를 궁금해하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지민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못 봤어. 분실이래.” “분실?” “응. 검색이 안 된다고 하더라.” 준호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 “자기가 뭘 잘못 챙겨갔겠지.” “그런 거 아니야.” “카드 확인해봤어? 어머님 카드는 맞고?” “여보. 나도 그 정도는 다 알아서 챙겨.” 무심코 신경질적인 대꾸가 튀어나왔다. 준호도 조금 놀란 듯한 표정을 지었다. 지민은 무안한 기분이 되어 입을 다물었다. 뜻밖의 일에 예민해진 모양이었다. 준호는 머쓱해 하며 사과했다. “미안. 분실이라니. 그런 이야기는 처음 듣다 보니…” 지민은 대꾸 없이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 준호의 반응이 저런 것도 이해가 된다. 지민에게도, 마인드 도서관에서 마인드가 분실되었다는 이야기는 황당하다 못해 어이가
“관내 분실인 것 같습니다.” 사서의 말에 지민이 눈썹을 찡그렸다. 분실이라니? “무슨 말씀이세요?” “그러니까… 도서관 내에서 마인드가 분실된 겁니다. 검색 결과가 없고, 반출된 흔적도 없습니다.” “그럴 리가 없는데요. 분명히 이거, 여기서 받은 건데요.” 지민이 들고 있던 카드를 다시 뒤집어 확인했다. 이 도서관에서 발급된 카드가 확실했다. 복잡한 고유부여코드와 도서관의 이름이 선명히 새겨져 있었다. 지민이 황당해 하며 물었다. “일시적인 오류 아닌가요?” “죄송합니다. 오류가 아닐 거예요. 저도 이런 상황은 여기 온 이후로 처음인데…” “……그게 무슨.” 항의하려던 지민은 사서의 표정을 보고 말을 멈추었다. 사서는 곤란해 하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가 응시하던 화면은 반대편에 서 있던 지민에게도 반투명하게 비쳤다. 해석할 수 없는 복잡한 문자들이 어지럽게 떠 있다. 하지만 화면 가운데의 메시지는 지민도 알아볼 수 있었다. [김은하 : 2E62XNSHW3NGU8XTJ 인덱스
심사위원 김보영 작가는 머니투데이 주최 ‘제2회 한국과학문학상’ 장편 부문 대상 수상작 ‘에셔의 손’에 대해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주며 “다른 작품과 비교했을 때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수준이 월등하다”고 평가했다. 추리소설의 형식을 띠지만 ‘전뇌’(전자두뇌)를 활용하는 방식이 훌륭하게 SF적이고, 그 활용방식은 후반으로 갈수록 더욱 흥미롭다는 설명도 잊지 않았다. 이 작품의 주인공 김백상(40)씨는 수상 소식을 전해 듣고 “아…”하는 작은 탄식만 내뱉고는 “내가 받아도 되는 상인지 모르겠다”고 겸손해 했다. ‘에셔의 손’은 네덜란드 판화가 에셔의 유명한 작품 ‘그리는 손’에서 모티브를 따왔다. ‘그리는 손’은 어느 손에서 그림이 시작됐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출발점이 모호한 양손을 통해 주체와 객체의 혼돈, 또는 모호성을 그린다. ‘에셔의 손’ 역시 전자두뇌를 통해 엮인 ‘인간 회로’ 관계들의 주·객체 판단의 모호성을 밀도 있게 담는다. “죽음은 피할 수 없는 명제이니까 당연히 받
총 응모편수는 작년보다 줄었지만 신설된 장편 부문에 예비 작가들의 역량과 열정이 집중된 것으로 이해한다. 그 증거로 응모작들의 평균 수준은 작년과 마찬가지로 높은 편이었다는 점을 꼽고 싶다. 대부분 기본기가 탄탄하고 설정도 치밀했다. 다만 완급조절은 전반적으로 미숙해 보였고 이야기의 구성이 깔끔한 작품도 적은 편이었다. 결국 SF는 과학적 상상력 이전에 하나의 문학 작품으로서 스토리텔링의 세련미를 갖춰야 한다는 점을 많은 예비 SF 작가들이 아직 깊이 새기지 못한 방증이라고 본다. 또한 주제의 다양성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점도 아쉬웠다. SF만큼 무한상상을 펼칠 수 있는 분야가 또 있을까. 이 세계와 우주에는 아직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하는 많은 존재들, 많은 사건들, 많은 의미들이 가득할 것이다. 인공지능이나 유전공학 같은 당대의 사회적 이슈는 물론 중요하지만, 그런 제재들에만 몰리는 현상은 썩 바람직하지 않다. 게다가 SF는 그런 시사적 소재들도 최대한 원거리에서부터 접근해 들어가
"SF(Science Fiction·공상과학소설)에 클리셰(예술 작품에서 흔히 쓰이는 소재)가 많은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한국 SF는 다릅니다. 여성혐오 문제 등 우리 사회만의 문제와 역사와 이슈를 SF라는 방법론을 통해 얘기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박상준 서울SF아카이브 대표) 28일 서울 중구 청계천로 문화창조벤처단지(옛 한국관광공사 건물)에서 머니투데이가 주최하는 '제2회 과학문학공모전 시상식 및 과학문화토크콘서트'가 열렸다. 1부 시상식이 끝나고 2부에서는 심사위원으로 참가한 박상준 서울SF아카이브 대표, 김창규 작가, 김보영 작가, 배명훈 작가가 심사 총평과 한국 SF의 미래에 대해 함께 논의했다. 먼저 수상작에 대해서는 칭찬과 격려, 날카로운 비판을 함께 건넸다. 장편과 중·단편 대상작인 '에셔의 손'(김백상)과 '관내분실'(김초엽)에 대해서는 큰 이견이 없었다. '에셔의 손'은 '전뇌'(전자두뇌)라는 설정을 추리소설 형식으로 풀어낸 사이버펑크물이다. 배명
2017년 머니투데이 ‘제2회 한국과학문학상’ 장편, 중·단편 당선자 7명이 선정됐습니다. 장편 대상, 중·단편 대상 및 가작 5편 당선작 전문은 머니투데이 온라인(www.mt.co.kr)에 공개합니다. 중·단편 우수상은 ‘해당없음’으로 결론 났습니다. △장편 대상=김백상 ‘에셔의 손’ △중·단편 대상=김초엽 ‘관내분실’ △중·단편 우수상=해당없음 △중·단편 가작 5편=김선호 ‘라디오 장례식’, 오정연 ‘마지막 로그’, 김초엽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김혜진 ‘TRS가 돌보고 있습니다’, 이루카(필명) ‘독립의 오단계’ ◇심사위원(예심 및 본심) △박상준 서울SF아카이브 대표 △이정모 서울시립과학관장 △김창규 SF작가 △배명훈 SF작가 △김보영 SF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