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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정세, 경제, 기술 등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이슈를 깊이 있게 분석하고, 현장의 목소리와 흐름을 전달합니다. 복잡한 글로벌 이슈를 쉽게 풀어내 독자들이 넓은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도록 돕는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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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망 중립성(net neutrality), 또는 '오픈 인터넷' 규칙의 핵심 근거는 '혁신'이었다. 공식적 또는 법적 정의가 존재하는 건 아니지만 팀 우는 오픈 인터넷을 혁신을 위한 "중립 플랫폼"이 된 광대역 네트워크로 제시했다. 오픈 인터넷 규칙은 인터넷 트래픽 관리를 위한 일련의 가격 및 트래픽 통제 규칙이다. 망 중립성을 지지하는 단체 '세이브 디 인터넷'은 이렇게 주장했다. "망 중립성이 없다면, 제2의 구글은 절대 나오지 못할 것이다." 실제로 수십여 국가가 망 중립성과 관련된 인터넷 규제를 10년 넘게 시행중이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이 없는 국가들도 있다. 올보르 대학의 커뮤니케이션·미디어·정보기술센터는 바로 이러한 불일치를 글로벌 규모의 자연실험 주제로 삼았다. 실험은 53개 국가의 모바일 네트워크에서 운용되고 있는 모바일 앱을 5년간 측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통념대로라면 망 중립성 규제가 엄격한 국가에서 더 많은 인터넷 혁신이 나왔을 것이다. 이와 같은 주장
1952년 8월 중순, 저우언라이 중국 총리는 소련의 독재자 스탈린을 만나기 위해 6400km 가량 떨어진 모스크바로 향했다. 저우언라이는 중국 지도자 마오쩌둥의 특사로 파견된 것이다. 당시 두 공산 국가는 동맹국이었지만 동등한 위치에 있었던 것은 아니다. 소련은 초강대국이었고 중국은 소련에 경제지원과 군사장비를 의존하고 있었다. 2년 전 마오쩌둥과 스탈린은 북한 지도자 김일성의 남침을 허락하면서 일종의 합작사업을 시작했다. 미국이 즉각 남한 지원에 나섰음에도 불구하고 스탈린은 침공 직후 김일성에게 전보를 보내 "조만간 개입주의자들이 불명예스럽게 한반도에서 쫓겨날 것이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상황은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1950년 가을,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이 이끄는 미군이 북한으로 진격하자 중국이 참전했다. 1951년 중반이 되자 침공 전 북한과 남한을 구분하던 38도선을 따라 피비린내 나는 교착 상태가 자리 잡았다. 그리고 그해 7월부터 양측의 협상이 시작
지그문트 프로이트와 그에 대한 미국 내 반대파가 의견의 일치를 보이는 지점이라면, 정신분석이 미국인의 삶을 괴롭히리라는 점이다. "그들은 우리가 역병을 들여온다는 걸 모르고 있네." 1909년 증기선을 타고 뉴욕항에 도착해 처음 미국땅을 밟았을 때, 프로이트가 칼 융에게 했다고 알려진 유명한 말이다. 농담조로 한 말이었겠지만 여기엔 일말의 진심도 담겨 있다. 억압된 미국인들은 분열된 인간 자아 안에서 경쟁하며 비등하고 있는 힘과 마주할 준비가 거의 안 되어 있다는 것이다. 프로이트가 뉴욕에 도착했을 무렵, 그는 정신분석의 대표자로 명성을 얻기 시작한 터였다. 당시 신경증 환자를 위한 새로운 대화 기반 치료법으로 등장한 정신분석은, 꿈을 해석하는 방법이자 사회적·철학적 분석의 역할도 했다. 임상 치료로서 정신분석은 "무의식적인 것을 의식적인 것으로 변용함으로써" 신경증을 치료할 수 있다고 공언했다. 이를 위해서는 리클라이너 소파에 누워 정기적 상담의 형태로 나누는 말 만으로도 충분했
프랑스의 교외지역(banlieu)에서 또 다시 폭동이 발생했습니다. 경찰이 정차명령을 어기고 도망가던 알제리계 청소년에게 총을 쏴 사망케 한 사건이 도화선이 되었습니다. 4000명 이상이 경찰에 체포되었는데, 이들의 평균연령은 17세입니다. 프랑스에선 아랍계나 아프리카계(흑인) 시민들이 밀집해서 사는 고층아파트촌에서 이런 폭동들이 주기적으로 발생하고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르꼬르뷔지에(Le Courbusier)식 건축 및 도시계획의 문제를 지적하기도 하고, 저소득층의 복지 문제를 지적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번 폭동을 일으킨 아랍계, 아프리카계 당사자들은 '인종' '차별' 문제를 첫번째 원인으로 지적합니다. 통계에 따르면 프랑스인들 전체는 경찰의 검문 경험 비율이 20% 정도인데, 아랍계 및 아프리카계 시민들은 그 비율이 80%에 이릅니다. 프랑스 경찰은 총기사용도 많습니다. 미국보다는 적겠지만 이웃국가인 영국이나 독일에 비하면 총기사용이 빈번합니다. 프랑스 경찰은 노조가 강하기 때
도시는 흥미로운 시의 대상이 된 지 오래다. 드높은 고층빌딩과 정갈한 거리는 번영과 발전의 상징이지만 도시다운 바로 그 모습을 유지하기 위해서 숨겨지는 것들이 필연적으로 존재하기에 여러 시인들로 하여금 그 역설을 주시하게 만들어왔다. 18세기의 영국시인 윌리엄 블레이크(William Blake)는 산업혁명 이후 급속히 발달하는 런던을 그리면서도 그 기저에서 포착되는 도시적 위기를 시로 노래한 바 있고, 20세기 활동했던 미국의 시인 칼 샌드버그(Carl Sandburg) 또한 오로지 나아가기만 하려는 미국의 개발논리가 구현된 도시의 풍경을 그리며 종국에는 인간과 물질의 유한성을 깨달아야 한다고 경고한 바 있다. 그로부터 십수년 뒤, 우리의 도시는 어떤 모습인가. 필라델피아 출신의 미국 현대시인 라이언 에커스(Ryan Eckes) 또한 주로 도시의 풍경을 시로 그려 온 시인이다. 다만 그의 시선은 도시 자체를 그리기보다 그 도시를 채워 넣은 사람들을 주시함으로써 조망하던 독자의 시야를
2023년 2월과 3월, 난간(南竿)읍의 린지둥(林志東) 읍장은 이메일을 확인하기위해 15분을 걸어야 했다. 언덕을 오르내리며 사람들로 붐비는 통신사 사무실에 도착하면 와이파이 핫스팟에 겨우 연결해 이메일을 볼 수 있었다. 마쭈(馬祖) 열도 사람들에게 이는 결코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었다. 타이베이에서 뱃길로 3시간 거리에 있는 이 열도는 대만의 영토이고 인기있는 관광지이다. 린지둥 읍장을 비롯한 1만4000명의 마쭈 열도 주민들의 인터넷 접속이 악화된 것은 2월 2일부터였다. 그날 중국 어선 한 척이 이 군도와 대만 본섬을 연결하는 해저 인터넷 케이블 두 개 중 하나를 끊어버린 일이 발생했다. 6일 뒤 정체를 알 수 없는 화물선 하나가 나머지 해저 케이블마저 끊어버렸다. 마지막 남은 대만 본섬과의 인터넷 연결이 끊어져버린 것이다. 마쭈 열도는 36개의 크고 작은 섬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가장 가까운 것은 중국에서 겨우 8킬로 떨어져 있을 뿐이다. 이렇게 대만 본섬에서 떨어져 있는 이
러시아 용병부대인 바그너그룹이 군사반란을 시도했지만, 벨라루스 루카셴코 대통령의 중재로 모스크바로의 진격을 멈추고 해산하기로 했습니다. 이 용병그룹의 수장인 프리고진은 일단 벨라루스로 몸을 옮겼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바그너그룹은 파죽지세로 북상해 모스크바에서 200킬로미터 떨어진 지역까지 진격했었다고 합니다. 우크라이나 전선이 교착되어 있는 상태에서 벌어진 용병부대의 군사반란이 가져올 여파가 클 것 같습니다. 이번 사태에서 눈 여겨봐야 할 것은 군벌의 활약입니다. 군사반란을 일으킨 부대도 국방부 산하의 정규병력이 아닌 용병들이고 모스크바를 방어하기 위해 배치된 부대도 체첸 특수부대입니다. 이 체첸부대는 체첸 공화국의 수반인 람잔 카디로프가 지휘하는 '사병' 성격의 부대입니다. 푸틴은 왜 정규군이 아닌 이런 병력을 가까이 두고 활용하는 걸까요? 우선, 징병(徵兵)은 가족과 이웃을 방어하는데는 유용하지만 그 외의 일에는 동기가 부족하기 때문에 침략전쟁이나 정권방어 같은 푸틴의 다양한 요
2017년 어느날, 검은색 방탄 BMW 차량이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바그너그룹 본부 바깥에 섰다. 바그너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당도했다는 이야기가 돌자 본부 안에는 정적이 감돌았다. 한 회의실에서 미팅이 진행 중이었고 프리고진은 그곳으로 직행했다. 다부진 몸에 정수리는 총알처럼 뾰족한 50대 남성인 프리고진은 보디가드에 둘러싸여 위압적인 풍모였다. 하지만 직원 상당수는 한번도 그를 만나본 적이 없었다. 민간군사기업(PMC)이 불법인 러시아에서 민간군사기업 바그너그룹은 공식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 조직이었다. 프리고진은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활동했던 터라 해당 미팅에 참석했던 한 초급 간부는 그를 못 알아봤다. 현장에 있었던 전직 바그너 직원에 따르면 그는 자신을 소개하려고 일어났다고 한다. 프리고진은 그를 노려보더니 그의 소매를 붙들고 복도로 끌고 나가 얼굴을 강타했다. 오늘날 프리고진을 못 알아볼 러시아인은 거의 없다. 바그너그룹은 세계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용병 부대가
내가 아기였을 때의 기록은 여전히 날 창피하게 만든다. 기저귀 외에는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채로 뒤뚱거리며 걷는 사진, 음식을 먹는 대신 얼굴 전체에 문지르고 있는 모습이 담긴 영상. 하지만 나도 이젠 젊은이가 아니라, 이런 민감한 자료들은 물리적인 '(사진)앨범'과 VHS '테이프' 형태로 부모님의 다락방 안에 안전하게 보관돼 있다. 내 초창기 온라인 활동(마이스페이스에 썼던 감성적인 글귀와 집에서 만든 뮤직비디오)은 인터넷이 등장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단순했던 2000년대 초반에 이뤄진 데다가 너무나 고맙게도 세월의 흐름과 함께 사라졌다. 지금은 사라진 나의 인터넷 유품 중에 무엇이 있었는지를 떠올릴 때마다 나는 깊이 안도한다. 오늘날 인터넷에서 어린 아이들의 사진과 영상을 볼 때는 더더욱 안도한다. 이들은 나와 같은 운을 누리지 못할 것이므로. 작년 12월, 나는 올리비아와 밀리라는 어린 자매가 크리스마스 선물을 여는 틱톡 영상을 봤다. 커다란 선물상자에 담겨 있던 게 여
지난 몇 년 동안 미국 국가안보 당국자들은 중국의 군사력 증강을 주시해왔다. 소련 붕괴 이후 이토록 강력한 도전자에 직면한 적이 없었던 미국은 2월에 발표한 '연례 위협 평가 보고서'에서 중국을 "거의 동등한 수준의 경쟁자"로 묘사했다. 미군에게 중국은 경쟁이 치열해지는 국제체제에서 효과적인 국방을 위해 얼마나 빨리, 얼마나 멀리 나아가야 하는지 알려주는 '지속적인 도전 과제'가 되었다. 미국의 국방전략은 아직 중국이 제기하는 핵심 도전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인상적인 대양해군과 더욱더 치명적인 미사일전력에서 드러나는 중국 인민해방군(PLA)의 급속한 현대화만 주목하다가 중국의 글로벌 세력투사의 또 다른 중요 기반인 경제적 입지를 놓칠 위험이 있다. 중국은 많은 국가의 최대 무역 파트너일 뿐만 아니라 국제무역을 가능하게 하는 주요 인프라를 상당 부분 공급하고 있다. 이러한 중국의 통제력은 특히 해상운송 분야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데, 중국 정부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아야라(가명)는 프린터에서 갓 출력해 따끈따끈한 이력서를 잔뜩 든 채, 채용 박람회로 달려갔다. 박람회장은 이미 구직자들로 가득했다. 올해 대학교 2학년인 아야라는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옛날 같았으면 UC버클리 컴퓨터공학과 학생은 이런 캠퍼스 채용박람회를 통해 이른바 'FAANG', 페이스북(현 메타), 애플,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에서 여름 인턴십을 기대할 수 있었다. 아야라의 절친한 친구도 여기서 애플 인턴십 기회를 얻었다. 하지만 이번 행사엔 FAANG 기업 중 단 한 곳도 참여하지 않았다. 스포티파이와 세일즈포스, 우버, 마이크로소프트도 마찬가지였다. 이미 몇달 전, 아야라는 이들 기업은 물론 50여 개의 다른 유명 기업 인턴십에 지원했다가 줄줄이 쓴맛을 봤다. 이들 기업이 대량 해고를 실시하기도 전이었다. 테크 기업들은 지난 1월과 2월에만 12만 명을 해고했는데, 이중 10%가 구글의 모기업인 알파벳이 진행한 정리해고였다. (메타는 박람회 직후 1만 명을 추가로 정리
인도의 모디 총리가 "윈스턴 처칠이나 넬슨 만델라급의 예우"(이코노미스트)를 받으며 미국을 국빈방문하고, 바이든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습니다.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의 가장 중요한 열쇠가 바로 인도인데 미국은 인도를 끌어들여 중국을 견제하려 합니다. 첨단 군사기술의 중국 이전을 제한한다는 의미와 함께 중국 제조업에 대한 세계 경제의 의존을 줄인다는 의미가 있는 '디리스킹(de-riksing)' 움직임에서도 인도가 최대 수혜국이 될 전망입니다. 중국에 있는 서방의 공장을 다른 곳으로 이전하게 될텐데 이전 대상국으로는 최대 인구대국이자 미국의 글로벌 전략 '구애 대상'인 인도가 가장 유망합니다. 이러한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따라 인도의 경제성장이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번 방미와 관련해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미국이 전투기용 제트엔진을 인도와 공동생산하겠다는 약속입니다. 항공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 기술이 제트엔진 기술인데, 인도가 그 동안 사용해왔던 러시아 기술의 제트엔진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