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부양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이 국가적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덕분에 추경을 담당하고 있는 류성걸 기획재정부 신임 예산실장(1급) 요즘 매일같이 새벽에 퇴근한다. "직원들만 남겨 두고 갈 수 없다"는 생각이다. 류 실장의 성품을 아는 재정부 사람들은 "책임감이 강해서 그렇다"고 말한다.
운동 삼아 집 근처의 양재천을 산책하거나 대모산에 오르던 여유도 최근엔 누리지 못했다. 예산실장이 되면서 토일요일에 쉰다는 생각조차 못했다. 국가예산의 최고 관리자인 자신에게 지금 요구되는 임무가 얼마나 막중한지 잘 알기 때문이다.
26일 아침 과천정부청사 집무실에서 만났을 때 류 실장은 "경제위기를 극복하는데 예산실이 담당해야 할 소임을 다하겠다"고 단단하게 말했다. 상황이 상황인 만큼 "재정을 다루는 예산실의 어깨가 무겁다"고도 했다.
예산은 여러 가지 변수를 감안해 모델을 만들고 반복적인 시뮬레이션 과정을 거쳐 산출한다. 하지만 류 실장은 수치나 제도 이상으로 현실에 대한 감각을 중시한다. 특히 추경예산은 말 그대로 '피 같은 돈'이니 현장에서 얼마나 효과적으로 쓰일지 감안해야 한다.
이 때문에 류 실장은 추경예산을 짜는 바쁜 일정 중에서도 틈을 내 직접 현장을 찾고 예산실 다른 직원들에게도 현장을 한번 다녀 오라고 권한다. 류 실장은 "보고서상의 수치만 보고 예산을 다루다 보면 실제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오류를 범할 수 있다"며 "이 점을 늘 경계한다"고 말했다.
일례로 류 실장은 지난 23일 선릉역 근처의 고용지원센터를 찾아 '일자리 만들기'가 얼마나 절박한 과제인지 체감하고 왔다. 신분을 밝히지 않고 마치 실업자인 양 가서 하루에 실업급여를 신청하는 오는 실직자들이 얼마나 되는지, 정부가 해 줘야 하고 해 줄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 직접 살펴봤다.
류 실장은 "추경도 일자리 창출에 중심을 두고 편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자리가 있어야 소득이 있고 소비와 투자, 궁극적으로 경제 성장도 가능하기에 일자리를 얼마나 창출할 수 있는지 여부를 따져 추경 예산을 편성할 계획이다.
취약계층과 중소기업, 자영업자 관련 예산도 비중을 두고 있다. 류 실장은 "빨리 지원 대책이 마련돼 위기 극복에 매진해야 한다"며 "이번주말까지는 대략적인 추경 윤곽이 나올 것"이라고 귀띔했다.
유교적 전통이 강한 안동 출신의 '선비'인 류 실장은 '진인사 대천명'을 좌우명으로 삼고 있다. 돈이 필요한 곳으로 흘러들어가 일자리로 결실을 맺을 수 있는 추경 예산이 나올 수 있도록 류 실장은 오늘도 '진인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