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금도 부족하다고 느끼지만 현재 교섭이 타결되지 못하는 핵심 이유는 제도 개선에 있다."
유영남 한화오션(55,300원 ▼1,900 -3.32%)지회 대외협력실장은 23일 서울 중구 금속노조 회의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성과급 산정 기준을 전혀 알 수 없는 '깜깜이'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어 제도를 바꿔달라는 게 핵심 요구"라며 이같이 밝혔다. 올해 29차례의 노사간 교섭에도 임단협의 합의점을 찾지 못한 이유를 설명한 것이다.
또 한화오션 노조는 산업재해 발생 시 노동자에게 책임을 묻는 것을 막기 위해 노사 동수로 구성된 사고 조사기구를 단체협약에 명문화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사측은 난색을 보이고 있다. 이에 한화오션 노조는 지난 6월 4일 첫 교섭 이후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매주 한 차례 이상 전 조합원이 참여하는 4시간 또는 7시간 부분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김유철 금속노조 한화오션지회장의 고공농성도 18일째다.
HD현대중공업(305,000원 ▼4,000 -1.29%) 노사는 이날 기본급 12만원 인상(호봉승급분 5만5000원 포함), 일시금 1150만원과 격려금 200% 지급 등을 담은 올해 임금·단체협약(임단협) 2차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지난 19일부터 크레인 고공농성을 벌여온 김종대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장도 농성을 해제했다. 쟁점이었던 옛 HD현대미포와의 퇴직금 산정 기준 차이는 퇴직 직전 4개월 중 근로자가 희망하는 연속 3개월을 선택하도록 하면서 접점을 찾았다.
HD현대중공업 임단협의 최종 타결까지는 오는 27일 조합원 찬반투표가 남아 있다. 앞서 1차 잠정합의안이 반대 52.14%로 부결된 만큼 가결 여부가 주목된다. 합의안이 통과되더라도 원·하청 교섭 정상화와 내달 재계약을 앞둔 이주노동자 차별 문제는 해결 과제로 남는다. 노조는 아직 지급 기준이 확정되지 않은 성과급에 대해서도 영업이익의 30%를 재원으로 활용해 생산에 참여한 모든 노동자에게 배분할 것을 요구한다는 계획이다.
조선업계에서 임금 인상과 성과급 배분, 제도 개선을 둘러싼 노사 간 갈등이 이어지는 배경에는 가파른 실적 개선세가 있다. 글로벌 조선업 슈퍼사이클에 한미 조선업 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MASGA)'에 대한 기대감까지 더해지면서 호황에 따른 성과 배분 요구가 커지고 있다. 한화오션의 경우 2024년 흑자전환한 이후 지난해 영업이익 규모를 1조1091억원까지 키웠다. HD현대중공업은 2023년 흑자로 돌아섰고, 지난해 영업이익 2조원 클럽에 가입했다.
조선업 호황을 지속적인 경쟁력 강화로 연결하기 위해서는 노사가 성과 배분과 근로조건 개선을 놓고 접점을 찾아 조속히 협상을 마무리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노사가 교섭을 통해 다시 한번 잠정합의안을 마련한 만큼 이번 합의가 원만한 타결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