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30일 서울시내 한 치킨집에서 '치맥회동'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5.10.30. photo@newsis.com /사진=](https://thumb.mt.co.kr/cdn-cgi/image/f=avif/21/2026/10/2026100108333111320_1.jpg)
지난 2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열린 코리아소사이어티 연례 갈라(Gala)는 '찐친(진짜 친한 친구)'을 의미하는 '깐부'들의 동맹을 재확인하는 자리였다. 이날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한미 우호 증진에 힘쓴 인사에게 수여하는 밴플리트상을 받는 현장에 이재용 삼성그룹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함께 하면서다. 이 회장은 "무엇보다 오랫동안 함께해온 친구로서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친분을 과시했고, 최 회장은 "당신의 파트너가 될 수 있어 기쁘다"고 축사를 건넸다. 황 CEO도 "엔비디아 성장의 핵심 요소 생산을 누군가에게 의존해야 한다면 SK, 삼성, 그리고 한국보다 더 나은 선택이 없다"고 화답했다.
사실 깐부는 지난해(2025년) 10월30일, 15년만에 한국을 찾은 황 CEO가 서울 강남구 '깐부치킨' 삼성점에서 이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만나 '치맥(치킨+맥주)'을 나누면서 강력한 연대감을 보여준게 계기가 됐다. 이후 최 회장을 비롯해 구광모 LG그룹 회장, 이해진 네이버 의장과 마포구 홍대입구 인근에서 삼겹살과 소맥(소주+맥주)을 즐긴 이른바 '삼쏘 회동' 등으로 이어지면서 엔비디아와 K기업의 밀월은 더욱 깊어졌다. 그러면서 '깐부동맹'은 전세계를 흔들고 있는 AI(인공지능)발 산업 빅뱅의 서막을 열고, 글로벌 성장을 선도하는 상징이 됐다.
되돌아보면 깐부의 데자뷔 같은 장면이 2021년에도 연출된 바 있다. 그해 6월 정 회장과 최 회장을 비롯해 당시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까지 나서 수소기업 CEO협의체인 '한국판 수소위원회'를 설립키로 하면서 'K수소동맹' 구축 본격화를 선언했던 행사 얘기다. 수소경제 활성화와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4대 그룹의 총수들이 뜻을 모은 것을 두고 'K수소 4대천왕'의 의기투합이라며 수소산업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하지만 '깐부동맹'으로 불붙은 AI 산업과 달리 4대천왕의 '수소동맹'은 정부의 정책 혼선과 무관심이 이어지면서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세계 최초로 2020년 2월에 수소법을 제정하고, 2024년 5월에 청정수소발전 입찰시장을 개설하는 등 제도적으로 가장 앞선 국가로 평가받았지만 최근 들어선 이렇다할 진척이 없는게 사실이다. 수소산업 핵심 정책을 결정하는 정부 컨트롤타워(수소경제위원회)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인게 대표적이다. 그러다보니 수소전기차와 충전소 보조금도 계속 줄어들고 있고, 각종 세제 혜택도 연쇄 일몰(종료)을 앞두고 있다. 무엇보다 수소산업의 제도적 기반이 될 수소사업법·수소도시법도 여전히 국회 논의 단계에 머물러 있다. 반면 경쟁국인 중국과 일본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우리와 경쟁력 격차를 벌리고 있다.
이런 와중에 수소는 중동 전쟁 등 지정학 리스크가 장기화되면서 에너지 안보와 산업 성장성 측면에서 중요한 전략적 자산으로 부상하고 있다. 국가적 수소전략 보유국이 2021년 23개국에서 2026년 66개국으로 3배 가까이 늘어난게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도 '글로벌 하이드로젠 리뷰 2026'을 통해 에너지의 70% 이상을 해외에서 조달하고 특정국 비중이 25%를 넘는 국가로 한국·독일·일본을 지목하며, 자국 내 생산이 가능한 수소를 공급망 다변화 대안으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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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한국공학한림원 수소경제 대토론회에서 나온 이관영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청정수소 저장·활용 전략연구단장의 진단은 그래서 뼈아프다. 그는 "지난 7년간 목표는 컸지만 시장은 작았고 제도의 이행 속도는 늦었다"고 직격한 뒤 "수소사업에 있어 정부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민간이 멀리 내다보고 투자할 수 있는 시장과 신뢰를 만드는 것"이라고 제언했다. 이제 '수소발(發)' 산업 빅뱅의 서막을 우리 기업들이 열 수 있느냐는 정부의 관심과 의지에 달린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