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선수엔 "줄여라", 반도체 인재엔 "늘려라"…병역특례 엇갈린 목소리

운동선수엔 "줄여라", 반도체 인재엔 "늘려라"…병역특례 엇갈린 목소리

박종진 기자, 유선일 기자, 박한나 기자, 박상곤 기자
2026.10.07 07:00
구글 선호 매체 등록 구글에서 머니투데이 추가하기

[병역특례 53년 기준을 다시 묻다](下)

병역특례가 특혜? "늘려달라"…글로벌 전쟁 치르는 기업들 호소

(서울=뉴스1) = 홍소영 병무청장이 10일 병역지정업체인 경기 수원시 정우엔텍을 방문, 산업기능요원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병무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6.7.10/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서울=뉴스1) = 홍소영 병무청장이 10일 병역지정업체인 경기 수원시 정우엔텍을 방문, 산업기능요원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병무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6.7.10/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스포츠 분야에서 병역특례가 특혜 논란으로 번지는 것과 별개로 산업계에서는 관련 제도를 확대해 달라는 목소리가 많다. 반도체 등 첨단산업은 전문인력 확보가 곧 국가경쟁력으로 직결되는 만큼 과거와 다른 전향적 시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6일 재계에 따르면 대기업과 중견·중소기업 등은 모두 전문연구요원, 산업기능요원 등 병역특례 제도 확대를 원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우선 대기업들은 석·박사급 인력이 기업 연구기관 등에서 군복무를 대체하는 전문연구요원 제도를 국가첨단전략산업(반도체, 이차전지, 로봇 등) 분야에서만이라도 기업 규모에 관계없이 적용해달라는 입장이다.

현재 대기업은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병역법 등 관련 법령 개정으로 2013년부터 병무청이 대기업에 신규 인원 배정을 중단했다. 2021년부터는 중소·중견기업에 일정 기간 복무 후 대기업으로 옮기는 것도 금지됐다.

현실적으로 중소·중견기업 부설연구소는 연구조직이 실무·현장 지원 중심으로 꾸려지는 경우가 상당하다.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우리나라 중소기업 부설연구소 연구인력 19만4536명 중 박사는 5.7%, 중견기업은 6만3862명 중 4.6%에 그친다. 중소기업 연구소의 규모도 2~4인이 62.8%에 달한다. 학사 등 실무인력 위주로 공정 개선 등 보조적 역할을 맡는 연구소가 많다는 의미다.

사정이 이러니 정작 대규모 자본투자와 연구 인프라를 갖춘 국가첨단전략산업 대기업들이 우수 연구인력을 확보하기 어렵고 당사자인 이공계 인재도 병역 특례 제도를 활용할 필요성이 떨어진다.

재계 관계자는 "반도체, 이차전지 등 국가전략기술 분야는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는 최전선이고 결국 핵심 R&D(연구개발) 인재 확보 싸움"이라며 "낡은 기업 규모별 규제 칸막이를 허물고 첨단전략산업 분야만큼은 규모와 무관하게 전문연구요원을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복무기간 자체보다 복무 이후 우수 연구인력이 우리나라 산업에 계속 잔류할 수 있도록 하는데 제도 개선의 실익이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해외 대학 석·박사 인재의 경우 국내 중소·중견기업에서 복무 후 국내에 남지 않고 해외 경쟁국으로 취업하거나 병역 이행을 미루고 해외 기업에 취업해 인재 유출이 심화하는 문제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중견·중소기업은 마이스터고 출신 등 현장 인력으로 활용되는 산업기능요원 배정을 늘려달라고 건의해왔다. 고질적 인력 부족을 호소해온 업계에는 병역특례가 기업 운영에 실질적 도움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중소기업중앙회가 제도를 활용 중인 중소기업 303곳을 대상으로 '병역대체복무제도 축소에 대한 중소기업 의견조사'를 실시한 결과 산업기능요원의 운영 방향에 대해 83.8%가 '확대 또는 유지'를 원하고, 축소·폐지가 기업 인력 사정에 미칠 영향으로는 52.4%가 '인력이 부족해질 것'이라 응답하기도 했다.

한 중소 배터리 업체 관계자는 "지방에 생산거점을 둔 기업들은 필요한 인력을 확보하는 데 상대적으로 어려움이 있다"며 "산업기능요원 제도가 인력 확보에 도움이 되는 것은 분명하지만 기업별로 배정되는 인원이 많지 않아 현재 규모만으로 인력난을 해소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줄이자'는 예술·체육, '넓히자'는 연구·산업…병역특례 엇갈린 해법

[도요타(일본)=뉴시스] 황준선 기자 = 3일(현지 시간) 일본 아이치현 도요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결승 대한민국과 일본의 경기, 한국 박승수(왼쪽)와 양민혁이 1-0 승리를 거두며 금메달을 획득한 뒤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2026.10.03. hwang@newsis.com /사진=황준선
[도요타(일본)=뉴시스] 황준선 기자 = 3일(현지 시간) 일본 아이치현 도요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결승 대한민국과 일본의 경기, 한국 박승수(왼쪽)와 양민혁이 1-0 승리를 거두며 금메달을 획득한 뒤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2026.10.03. [email protected] /사진=황준선

22대 국회에는 현행 병역특례 관련 제도를 손질하기 위한 병역법 개정안이 잇따라 발의돼 계류 중이다.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을 계기로 병역특례 제도를 다시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대체복무 분야에 따라 해법이 갈린다. 요컨대, 예술·체육 분야에선 병역 혜택을 축소하거나 복무 책임을 강화하자는 주장이 나온다. 반면, 산업·연구 분야에선 비수도권 인력난과 국가 경쟁력을 이유로 제도를 확대해야 한다는 제안이 많다.

5일 정치권에 따르면, 병역특례를 둘러싼 형평성 논란의 대표적인 사례로 방탄소년단(BTS) 등 대중문화예술인의 예술·체육요원 편입 논쟁이 꼽힌다. 지난 21대 국회에서는 BTS 멤버들의 입대를 앞두고 큰 업적을 세운 대중문화예술인을 '예술요원'으로 편입해 대체복무를 허용하는 병역법 개정안 등이 발의됐다.

그러나 병역의 공정성과 기존 순수예술·체육 분야와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았다. 이후 2022년 BTS가 맏형 진(김석진)의 입대를 시작으로 병역의무를 이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제도화로 이어지지 않았다.

22대 국회에선 병역특례 혜택에 상응하는 책임을 강화하자는 법안이 나왔다.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은 예술·체육요원이 의무복무 기간 얻은 소득 일부를 기여금으로 내도록 하는 '예술·체육 병역특례 기여금 3법'을 대표발의했다. 월 소득 500만원을 초과하는 부분에 일정 비율의 기여금을 부과해 군인복지기금으로 활용하자는 내용이다. 제도를 폐지하기보다 본업을 이어가며 경제활동을 할 수 있다는 혜택에 걸맞은 책임을 부과하자는 취지다.

불붙은 병역특례 논란/그래픽=윤선정
불붙은 병역특례 논란/그래픽=윤선정

반면 산업·연구 분야에서는 병역특례 활용 범위를 넓히자는 입법안이 나왔다. 최은석 국민의힘 의원은 비수도권 대기업 사업장을 전문연구요원과 산업기능요원 인원 배정 제한 대상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병역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비수도권 기업의 전문인력 부족을 병역제도를 통해 완화하고 연구개발 인력의 수도권 집중을 막겠다는 것이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야구·축구 대표팀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자 정치권에선 여야를 가리지 않고 예술·체육요원 제도의 기준을 재설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병역특례 대상과 기준을 단계적으로 줄여가는 점진적 개편이 현실적인 해법"이라며 인구절벽으로 병력자원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특정 분야의 성과만으로 병역 부담을 달리하는 제도를 그대로 유지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정일영 민주당 의원은 "BTS도 전 세계에 대한민국과 우리 문화를 알렸지만 멤버 모두 병역의무를 이행했다"며 아시아 지역 축구대회에서 금메달을 땄다는 이유로 병역의무를 다르게 적용하는 것이 지금도 공정한 기준인지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병역특례 대상 대회와 종목을 재설정하고 단 한 번의 입상보다 국제대회 누적 성적을 반영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같은 당 박성훈 수석대변인도 종목별 경쟁 수준과 국제적 위상 등을 종합해 기준을 재설계하고, 제도를 유지한다면 그에 상응하는 복무와 공적 책임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혜택을 유지하더라도 복무 관리부터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이 문체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2년부터 올해 8월까지 체육요원의 복무규정 위반은 42건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무허가 광고·후원 활동 등 사전 승인 없는 겸직이 22건이었다.

국방부는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예술·체육 분야 병역특례 논란과 관련해 보충역 감면·폐지를 국방개혁 기본계획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병역자원 감소와 병역의무자 간 형평성 등을 고려해 제도 전반을 손질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박종진 기자

재계를 맡고 있습니다. 개인이 잘되고 기업이 잘되고 그래서 나라가 부강해지는 내일을 위해 밀알이 되는 기사를 쓰겠습니다.

유선일 기자

산업1부에서 자동차, 항공, 물류 등 담당하고 있습니다. 대학에서 일본어, 대학원에서 국가정책학을 공부했습니다. 2022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표창을 받았습니다. 제보는 [email protected]로 부탁드립니다.

박한나 기자

안녕하세요 산업1부 박한나입니다.

박상곤 기자

정치부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