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보는 세상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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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총량관리가 총체적인 난국에 빠졌다. 입주가 임박한 수원 매교역 팰루시드 잔금대출 대란이 대표적이다. 은행들은 당국의 연초 목표치(5대 은행 가계대출 순증액 전년 대비 1. 5%·4조3000억 원)를 지키려고 수백억원씩 나가는 잔금대출부터 조였다. KB국민은행은 소득도, 지역도 안 보고 대출 한도를 3억원으로 묶는 '극약처방'을 썼다. 은행들의 극단적인 대응에 금융당국도 당황했다. 국민은행은 한도가 여유 있는데도 선제적으로 대출문을 닫았다. CEO(최고경영자) 선임을 앞두고 눈치를 과도하게 살펴 "오버한 것"이란 해석도 곁들여졌다. 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을 조인 진짜 이유는 주담대 폭증 때문이 아니다. 주담대는 도리어 월별·분기별로 안정적으로 집행되고 있다. 진짜 문제는 예상치 못한 '마이너스통장 빚투(빚내서 투자)'에서 터졌다. 증시가 조정 받을 때마다 마통 대출이 폭증한다. 88조원(5대 은행) 나간 한도성 대출은 사후적으로 막을 길이 없으니, 만만한(?) 주담대를 조인 것이다. '빚투'는 되고 '빚내서 내집마련'은 안되는 총량규제의 역설이다.
모르는 게 생기면 인공지능(AI)부터 찾는 시대다. 코딩, 회의록 정리, 이미지 제작, 보고서 작성, 발표 자료 준비에 이르기까지 각종 업무를 AI에게 맡기는 풍경이 이제 낯설지 않다. AI는 업무 속도를 획기적으로 끌어올리며 직장인들의 가장 부지런한 동료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최근 세계 무대에서 벌어진 몇몇 사건들은 AI가 제공하는 편리함 뒤에 불편한 현실을 보여준다. AI도 틀릴 수 있다는 말을 하려는 게 아니다. 인간이 그 답을 너무 쉽게 믿고 있다는 게 문제다. 공적인 신뢰성과 전문성을 생명으로 하는 미 국무부, 글로벌 컨설팅 업계조차 AI를 맹신한 대가를 피하지 못했다. 지난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에이즈 콘퍼런스'의 사전 행사. 미 국무부 소속 보건 특사가 새로운 보건 협정에 관해 발표하면서 화면에 띄운 아프리카 지도는 그야말로 엉터리였다. 해안선만 800㎞가 넘는 서아프리카 국가 나이지리아는 사하라 사막 한가운데 있는 내륙국처럼 표시됐다. 아프리카 남부에 있는 모잠비크는 에티오피아가 있는 동부 지역으로 이동했고, 서아프리카 연안국 코트디부아르는 동남부에 배치됐다.
"피부질환 치료 안 해요. " 많은 국민이 의원을 찾았다가 피부질환 치료를 거부당하는 경험을 한다. 10여년 전에도 이런 현상이 있었는데, 소위 돈 되는 비급여 피부미용 시술만 하는 의원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피부과 전문의가 있는 일부 의원마저 예약해야만 진료가 가능하다 하거나 3~4시간 기다려야 한다고 한다. 사실상 '진료 거부'다. '의료법'상 진료 거부는 불법이다. 위반 시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의사도 자격정지 1개월의 처분이 가능하다. 그러나 실제 처벌은 드물다. '정당한 사유'가 있으면 진료 거부가 가능하다는 조항 때문이다. 피부질환 치료 공백이 커졌다. 대상포진, 피부염, 피부암, 아토피, 건선, 사마귀, 알레르기성 피부염, 티눈 등의 피부질환은 치료하지 않으면 삶의 질이 악화한다. 피부질환 치료도 '필수의료'다. 그런데 필수의료를 강화하겠다는 정부가 피부질환 치료 공백은 외면하는 모양새다. 의사들이 피부질환 치료 대신 미용시술에만 몰두한다는 지적은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2025년 2분기 삼성전자 반도체부문의 영업이익은 4000억원이었다. 불과 1년 만에 200배 이상 급증했다. 우리나라는 세계 메모리 반도체 투톱 회사를 보유한 덕분에 AI(인공지능) 대전환이라는 역사적 국면에서 그야말로 '단군이래 최대' 기회를 맞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도무지 믿기지 않는 이익 숫자만큼이나 낯선 풍경도 벌어지고 있다. 청와대 행사를 계기로 4800조원이라는 듣도보도 못한 초대형 투자 계획이 발표되고 총수들을 향한 대통령의 '90도 폴더' 인사가 신문 1면을 휩쓸었다. 지난 주말에는 미국 현지에서 우리 대통령이 내로라 하는 빅테크 기업 대표들과 맥주잔을 부딪혔다. 청와대가 삼성 등의 특정 빅테크에 대한 장기공급계약 금액까지 추정할 수 있는 수치를 직접 발표하기도 했다. "대체불가한 대한민국"의 화려한 장면과 별개로 재계에서는 우려도 나온다. 기업별로 철저히 전략적으로 운용·공개돼야 할 투자 협력 계획이 정치 이벤트로 소모되는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너무 뛰어 전 세계적으로 비상이 걸렸는데 우리나라 기업들의 존재감을 과시하는 건 오히려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이재명정부는 출범 후 1년간 5차례의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다. 백약이 무효했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5억8311만원으로,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한 지난해 6월(13억8174만원)보다 14. 6% 뛰었다. 6번째 부동산 대책 발표가 임박한 배경이다. 이번에는 이 대통령은 물론 정부 스스로 '최후의 카드'라고 했던 '세제 카드'까지 동원된다. 재정경제부는 자연스레 2년 연속 세제개편안을 발표하게 됐다. 정부는 매년 조세 제도를 정비하는데 단기적인 상황에 대응하는 조세 정책 변화는 세법개정안, 보다 근본적인 구조 개선 내용을 담으면 세제개편안으로 표현한다. 바뀌는 내용이 많을수록 세제개편안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부동산 세금은 사실상 '정치 세금'에 가깝다는 비판을 받는다. 정권 교체 때마다 180도 뒤바뀐 경우가 많아서다. 실제 노무현정부가 도입한 종합부동산세(종부세)를 이명박정부는 무력화 했고, 이후 문재인정부가 세 부담을 다시 크게 높이자 윤석열정부는 이를 되돌렸다. 그러는 사이 부동산 세제는 누더기가 됐다.
"대한민국이 이렇게 빠르게 변화하는 걸 본 적이 있었나 싶습니다. " 지난달 정부가 발표한 '3대 메가프로젝트'와 관련해 재계 한 고위 임원이 한 말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메가 프로젝트 발표 후 "제가 확실히 책임지겠다"고 강조하고 일주일 만에 반도체 호남팹(Fab·공장) 부지로 광주 군 공항을 낙점헸다. 말에 그치지 않는 실행력을 보여준 것이다. 군 공항 부지 선정도 토지 보상 논의에 드는 시간을 단축시켜 공기를 크게 앞당기려는 속도전의 일환이다. 이 대통령은 후속 회의에선 "행정 지연으로 투자 집행이 늦어지면 안 된다"며 비합리적이고 불필요한 행정절차를 간소화할 것을 주문했다. 용인 반도체 산업단지와 호남팹을 동시에 추진하고 호남팹을 포함한 지역 발전·지원 방안을 담은 메가특구 특별법 제정도 추진 중이다. 정부의 속도전에 재계도 대규모 투자 결단으로 화답했다. 삼성과 SK가 3대 메가 프로젝트에 쏟아붓는 4755조원의 현실감 없는 투자금액이 발표됐다. 인공지능(AI) 혁명의 개화기에 글로벌 첨단산업 경쟁에서 대한민국이 중심에 서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에 정부와 재계가 공감대를 이룬 결과다.
박용진 대통령 직속 규제합리화 위원회 부위원장(전 국회의원)이 최근 전국을 돌며 기업인들을 만날때마다 빠지지 않고 나오는 얘기가 있다고 한다. '노란봉투법'이 가진 모호함이다. 이 법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제2·3조)의 일부개정법률안을 일컫는 별칭으로, 사용자 범위 및 노동쟁의 대상 확대와 노동조합의 쟁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제한하는 걸 골자로 한다. 박 부위원장은 "기업인들은 절박하게 얘기하는데 법을 바꿔야만 풀리는 문제 앞에서 늘 마음이 무겁다"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이 문제를 짚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21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기업의 경영권 행사까지 쟁의 대상이 되면 끝이 없다"며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삼성전자 노조의 호남 반도체 공장 신설 반대 움직임과 대기업 노조의 '영업이익 N% 성과급' 요구를 겨냥해 "터무니없는 주장"이라며 노조를 질타했다. '소년공' 출신으로 누구보다 노동자의 삶을 잘 이해하는 이 대통령조차 노조의 도를 넘은 쟁의 활동엔 혀를 차며 일침을 가한 것이다.
"한국에서는 데이터센터로 인한 환경적 영향에 대한 우려가 어느 정도인가요?" 이번 달 인공지능(AI)이 경제·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다양한 국적의 인사들이 모여 대화하던 자리에서 한 국제 비영리 정책조직의 연구자가 물었다. 선뜻 답하기 어려웠다. 한국의 논의는 AI 데이터센터를 얼마나 빨리, 얼마나 많이 지을지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AI 데이터센터를 반도체, 피지컬 AI와 함께 '3대 메가프로젝트'로 묶었다. 2029년까지 전력 사용량 기준 8. 4기가와트(GW) 규모로 구축하고, 2035년까지 18. 4GW로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세계적인 AI 경쟁에서 연산 인프라를 확보하는 일은 중요하다. 다만 확충의 속도와 규모에 비해 데이터센터를 어떤 원칙 아래 지을 것인지에 대한 논의는 아직 선명하지 않다 데이터센터는 막대한 전력을 쓰고, 서버의 열을 식히기 위해 물과 냉각설비를 필요로 한다. 폐열도 남는다. 기업이 편익을 얻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인프라 비용은 지역사회와 다른 전력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
"학교의 적정 규모를 키우고 통합학교를 운영해야 하지 않나. " 지난 8일 이례적으로 기획예산처와 교육부 두 장관이 직접 나선 '교육교부금 개편 토론회'에서 기획예산처 측 패널은 소규모학교의 비효율성을 개선해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실제 소규모학교가 유지되고 있는 배경을 살펴보면 경제논리로만 따질 수 없다는 것을 금세 알 수 있다. 서울 A초등학교는 강남구에 있지만 전교생이 66명에 불과하다. A초등학교는 최장 50년까지 거주할 수 있는 임대주택가 앞에 있다. 임대주택 주민들이 오래 거주해 고령화되자 학교는 점차 소규모화됐다. 서울시교육청은 수년간 A초등학교를 인근 B초등학교와 통합을 시도했지만 학부모들의 반대에 부딪혀 무산됐다. 두 학교의 거리는 600m정도지만, 임대주택에서부터 B초등학교 거리는 1. 4km로 두배가 늘어난다. 이 구간을 지나는 버스는 없다. 경기도 C초등학교는 전교생의 절반 이상이 다문화출신이다. 전교생 수는 162명으로 소규모학교지만 학급 수(특수학급 제외)는 15학급이나 된다.
파산 수순을 밟던 홈플러스가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의 보증을 바탕으로 메리츠금융으로부터 2000억원 규모의 긴급운영자금(DIP)을 확보했다. 법원이 21일 홈플러스 회생절차폐지를 취소하고 회생계획안 가결기간 연장해 홈플러스는 회생절차를 이어가게 됐다. 일단 급한 불은 껐지만 이번 사태를 지켜보며 생각해볼 문제는 적지 않다. 우선 홈플러스 사태를 '메리츠도 문제, MBK도 문제'라는 식으로 바라보는 시각에는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만약 MBK의 홈플러스 인수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면 어땠을까. 투자에 성공했다면 그 과실은 운용사와 투자자가 대부분 가져갔을 것이다. 그러나 경영이 실패하자 그 부담이 임직원과 협력업체, 채권 금융사까지 번졌다. 성과는 사적으로 귀속되고 손실은 사회가 함께 떠안는 '이익의 사유화, 손실의 사회화'의 대표적인 사례가 하나 더 생긴 셈이다. 자금 지원 과정에서 메리츠금융의 MBK를 향한 책임 있는 참여 요구도 이러한 제한적 책임 구조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홈플러스 사태를 통해 사모펀드(PEF)의 역할이 무엇인지도 고민하게 한다.
민선9기 오세훈 서울시장이 '야간경제'를 새로운 화두로 제시했다. 문화·관광·상권·교통을 연계해 낮에 집중된 소비를 저녁과 심야까지 넓히고, 이를 골목상권과 일자리로 연결하겠다는 구상이다. 대규모 시설을 새로 짓기보다 기존 공간의 운영시간과 이용방식을 바꿔 경제적 효과를 내겠다는 접근법이 새롭다. '글로벌 야간경제 보고서'(NTER 2026)는 세계 야간경제 규모를 연간 3조~4조달러(약 4450조~5930조원),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약 3%로 추산한다. 고용도 전체의 10% 안팎을 차지하는 것으로 본다. 영국 런던의 야간문화·여가 중심 경제는 210억5000만파운드(약 42조원), 전체 야간경제는 1396억파운드(약 278조원)로 추산된다. 런던 경제의 약 4분의 1에 해당한다. 이를 위해 서울시는 야간경제총괄특보와 전담팀을 두고 오 시장이 최소 6개월간 추진 상황을 직접 점검하기로 했다. 도심 주요 야간 명소를 '야간경제 상생특구'로 지정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특구에는 야간영업 인센티브와 옥외영업 시간 연장, 심야교통 지원 등을 묶어 적용한다.
"전력이 흘러 넘치는 주(state·州)들에 AI(인공지능) 빅테크들이 줄을 서 있는 상황입니다. " 미국의 전력계통 시장 상황에 정통한 한 대기업 고위 관계자가 최근 전해준 말이다. 빅테크 기업들이 풍부한 발전 역량을 보유한 주들에 앞다퉈 "사업을 하게 해달라"고 매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 주정부들이 온갖 인센티브를 제시하며 빅테크들을 모셔가기에 바빴던 상황과는 사뭇 달라진 셈이다. 이 관계자는 "풍부한 일조량을 바탕으로 태양광 발전 역량 등을 보유한 미국의 선벨트(Sun Belt) 지역이 오히려 빅테크들을 줄세우는 상황"이라며 "AI 시대의 개화가 만들어낸 변화"라고 설명했다. 막대한 규모의 전력 없이는 AI 관련 인프라가 작동할 수 없기에 콧대높은 빅테크들이 을(乙)처럼 보이는 장면이 연출되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전력이 흘러넘치는 곳이라면 아무리 외진 곳이라도 AI 관련 기업들이 사업 기회를 모색하는 분위기다. 메타·xAI 등 유력 빅테크들이 AI 데이터센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루이지애나·미시시피·앨라배마·조지아·사우스캐롤라이나 등 딥사우스(Deep South)가 대표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