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준환의 미국 스몰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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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산업 전반에 AI(인공지능) 활용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마케팅 분석 뿐 아니라 신제품 개발과 특허기술 시뮬레이션까지 이제는 AI를 쓰지 않는 분야를 찾기 어려울 정도다. 제약, 바이오 분야에서도 AI의 침투율이 가파르다. 신약 후보물질을 찾고, 효과검증을 설계하는 속도는 이미 사람을 크게 앞질렀다. 컴퓨터 안에서는 하루에도 수천 개의 항체와 단백질 설계도가 나온다. 하지만 인공지능으로 불가능한 영역도 있다. 항체, 단백질 설계도를 만들어도 이걸 실제 약물로 만들어보려면 현실의 실험실을 거치지 않으면 안된다. 인공지능이 만들어준 설계도대로 DNA를 합성하고, 세포에 넣어 단백질을 만든 뒤 치료표적에 달라붙는지 실험으로 확인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생각지 못했던 인공지능의 미비점과 오류도 검증된다. 제약, 바이오 신약개발은 수많은 돌발변수를 거쳐야 하는데, 인공지능에는 없는 것들이 많다. 때문에 최근 제약, 바이오 업체들은 인공지능의 신약 설계능력을 고도화하는 동시에 현장에서 추가로 발생하는 실제 변수들을 데이터화하는데 주력하는 중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9월 세계 최초로 HBM4 개발을 마치고 양산 체제에 들어갔다. 엔비디아 차세대 그래픽처리장치(GPU)에 들어가는 이 메모리는 D램 16장을 쌓아 하나로 만드는데, 16장 가운데 한 장만 불량이어도 완성품 전체를 버려야 하는 고난이도 작업을 거친다. 걸러내지 못한 불량 1%가 최종 수율을 10% 이상 깎기 때문에, 적층공정 전에 한 장 한 장 불량을 완벽하게 검사하는게 필수다. 미국 나스닥 상장기업 폼팩터(FormFactor·FORM)는 최근 SK하이닉스의 주요 파트너사 가운데 하나로 HBM 검사부문에서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올해 6월 캘리포니아주에서 열린 'SWTest(반도체 웨이퍼 테스트 컨퍼런스)'에서 SK하이닉스와 차세대 HBM용 테스트 기술을 공동 발표하기도 했다. 웨이퍼 위 반도체 칩에 머리카락보다 가는 바늘 수만 개를 동시에 대서 전기가 제대로 통하는지 확인하는 프로브카드라는 장비가 있는데, 폼팩터가 세계1위 업체다. 폼팩터는 바늘 6만개짜리 HBM 프로브카드가 고온과 저온을 오가는 시험에서도 정렬을 유지했다는 실증 결과를 내놨다.
미국 블랙스카이는 지구 저궤도에 초소형 관측위성을 띄워놓고 지상의 전략거점을 실시간 감시하는 회사다. 스페이스플라이트인더스트리스의 자회사로 2013년 설립됐다. 당시 위성사진 시장은 정부 예산으로 만든 대형 위성 몇 기가 독점하던 구조여서 사진 한 장 받으려면 수천 달러(수백만 원)를 내고도 며칠을 기다려야 했다. 우주 엔지니어 제이슨 앤드루스는 초소형 위성 수십 기로 사진가격과 촬영빈도를 통째로 바꾸겠다며 블랙스카이를 세웠다. 회사는 2021년 SPAC(기업인수목적회사)과 합병해 뉴욕증시에 상장했다. 당시 인정받은 기업가치는 약 15억달러(2조115억원). 팔란티어가 지분투자자로 참여해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상장 첫해인 2021년 순손실은 2억4564만달러(약 3294억원)였고 2023년 매출이 9449만달러로 상장 전 공약의 42%에 그쳤다. 2024년 주가는 상장 초기에 비해 90% 이상 빠졌고 회사는 그해 9월 주식 8주를 1주로 합치는 액면병합을 단행했다. 하지만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사건은 이 회사에 반등의 기회가 됐다.
지난 9월 9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국제우주정상회의에서 10억달러(1조3410억원) 규모 AI 위성군 프로젝트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 프로젝트는 프랑스를 포함한 유럽국가들과 UAE 등이 주도했다. 유럽은 우크라이나 전쟁 전에는 미국의 인공위성이 촬영한 영상을 받아서 활용해왔다. 그러나 전쟁 후에는 미국에 자국의 방위를 의존하는게 위험하다는 인식이 커지면서 실시간 위성영상으로 자신들의 영토를 모니터링하겠다는 수요가 늘어났고 중동도 마찬가지다. 지상에서 AI 데이터센터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다는 점도 프로젝트가 만들어진 배경이다. 지상이 아닌 우주에 데이터센터를 짓겠다는 구상이 한창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레이더·광학 등 서로 다른 센서를 실은 위성 50기가 한 시스템처럼 움직이면서 해양 감시, 산불 탐지, 항만·핵심 인프라 모니터링을 하는 구조다. 지금까지는 위성이 찍은 사진을 지상으로 내려받은 뒤 사람과 컴퓨터가 분석했다. 반면 위성군 프로젝트에서는 프랑스 AI 기업 미스트랄의 모델을 위성 안에 태워, 촬영 데이터를 궤도 위에서 곧바로 분석하고 수초 안에 경보만 내려보내는 방식을 택했다.
AI(인공지능) 영향으로 미국의 전력부족 상황이 계속 악화한다. 골드만삭스가 추산한 미국 데이터센터 전력수요는 지난해 31GW(기가와트)에서 올해 41GW, 내년 66GW로 뛴다. 올해 늘어나는 10GW는 원전 10기 분량이다. 이런 가운데 지열에너지로 전기를 생산하는 기술을 가진 퍼보에너지가 최근 월가에서 주목받는다. ◇구글이 반한 땅속전력 생산업체 퍼보에너지는 유전에서 시추공을 뚫던 젊은 엔지니어 팀 래티머가 설립한 회사다. 그는 2012년 호주 광산기업 BHP에서 시추엔지니어로 일했다. 시추구간이 길어질수록 땅속 열이 높아지는데 이를 잘 처리하지 못하면 새어 들어온 물이 순간 증발하며 폭발사고가 나기도 한다. 이를 고민하던 래티머는 지열을 에너지로 활용하는 방안을 생각했다. 발전을 하려면 물이 새는 틈이 있는 땅을 찾아야 했다. 래티머는 시추경험을 살려 시추공에 물을 주입하는 기술을 연구하기 위해 회사를 그만두고 스탠퍼드대학원에 입학했다. 이후 그는 지열저류층을 연구하던 잭 노벡을 만났다. 두 사람은 2017년 5월 휴스턴에서 퍼보에너지를 세웠다.
미국의 전력부족은 새로운 이슈가 아니지만 상황은 계속 악화되고 있다. 특히 문제는 AI 인공지능 서비스를 가동하는 데이터센터의 전력수요가 당초 예상을 훨씬 상회하는 수준으로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골드만삭스가 추산한 미국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는 지난해 31GW에서 올해 41GW, 내년 66GW로 뛴다. 올해 늘어나는 10GW는 원전 10기, 내년 25GW는 원전 25기 분량이다. 미국 에너지부는 2030년까지 새 전력 100GW가 없으면 정전 시간이 연 8시간에서 800시간으로 100배 늘어난다고 경고했다. 100GW는 한국 전체가 한여름에 쓰는 전기와 맞먹는다. 원전 뿐 아니라 사막 태양광발전, 해상풍력발전 등 전기만 만들 수 있다면 가리지 않는게 지금 현실이다. 문제는 대부분의 발전설비가 들어서고 가동되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데다 단점도 적지 않다는 점이다. 태양광은 흐린 날씨나 밤에는 가동하지 못하고 풍력도 바람에 철저히 의존한다. 가스발전은 탄소를 뿜고, 소형원자로(SMR)는 빨라야 2030년이다.
미국의 백화점 1층은 오랫동안 에스티로더와 랑콤, 샤넬 같은 고가 화장품의 주 무대였다. 이곳에서 이들은 고가 마케팅으로 100년 동안 큰 수익을 거뒀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180도 바뀌었다. 에스티로더는 수요 부진 속에 감원과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다. 에스티로더는 구조조정에 따른 누적 비용이 최대 17억 5000만달러(약 2조 6573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기존 전망치인 약 15억 5000만 달러(약 2조 3536억원)보다 2억 달러(약 3037억원) 늘어난 규모다. 값비싼 포스트 지역의 사무실 임대계약을 해지하고 있다. 에스티로더는 앞서 최대 1만명을 감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그렇지만 미국 화장품 산업 전체가 불황은 아니다. 10~20대 소비자로 북새통을 이루는 업체도 많다. 합리적인 소비를 중시하는 MZ 세대는 듀프(dupe·명품 대체품)에 민감하다는 특성이 있는데, 명품과 같은 품질에 가격이 싼 제품일수록 이들에게 인기를 얻는다.
글로벌 경제가 동반 성장하면서 각국의 의식주는 빠르게 평준화되고 있다. 과거에는 옷차림만 봐도 선진국과 신흥국 사람이 구분됐지만 이제는 그 차이가 크지 않다. 아직 격차가 남은 곳들이 있지만, 분포의 양 극단을 제외하면 소비 수준은 어디나 엇비슷해졌다. 그런데 소비는 닮아가도 사는 방식은 여전히 다르다. 한 사회가 오래 쌓아온 기반문화 때문이다. 그 차이가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는 곳이 직장이다. 한국 직장인은 볼펜 한 자루부터 유니폼까지 회사가 주고 관리해주는 데 익숙하다. 병원 간호사복도 병원이 지급하고 세탁까지 해준다. 개인주의가 커졌다지만, 조직이 구성원을 채비시켜 내보내는 문화가 아직 몸에 배어 있다. 미국은 결이 다르다. 사무실 볼펜이야 회사가 주지만 먹고사는 데 쓰는 연장은 본인이 장만하는 나라다. 자동차 정비공은 공구함까지 제 돈으로 사 모으는 경우가 많다. 일터는 회사 것이어도 연장은 내 것, 그래서 실력도 내 것이라는 사고방식 때문이다. 미국 정비공 채용공고에는 본인 공구지참 필수(must have own tools)가 자격 요건으로 명시되곤 한다.
최근 미국에서 소비자 체감물가 지표로 활용될 만큼 대중적인 음식인 햄버거 프랜차이즈들의 주가가 약세를 면치 못한다. 가파른 식자재 가격상승으로 원가가 급등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업계 1위 맥도날드는 1분기 3. 8%였던 매출성장률(미국 내)이 2분기 0. 8%로 급락했다. 객단가를 올려 매출은 소폭 성장했으나 방문객수가 줄어든 것으로 추산된다. 저소득층 소비자가 지갑을 닫는다는 진단에 맥도날드 주가는 급락했다. ◇미국 외식의 4분의1 햄버거 프랜차이즈의 위기 업계의 하반기 상황도 좋지 않다. 버거는 패티가 원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데 소고기 기근이 길어질 조짐이다. 미국 농무부(USDA)에 따르면 올해 1월1일 기준 미국의 소 사육두수는 8620만마리로 75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수년간 이어진 가뭄과 사료비 급등에 목장주들이 사육을 줄이다 보니 발생한 현상이다. 소고기 가격은 고공행진 중이다. 분쇄육 평균소매가는 지난 7월 ㎏당 15. 2달러(약 2만1300원)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2017년과 비교하면 79% 올랐다.
나스닥 상장기업인 크록스는 올 들어 주가가 85달러에서 136달러로 급등했다. 연중 저점과 비교하면 두 배 가까이 뛰었다. 미국증시를 달궜던 AI(인공지능), 우주항공, 방산업종을 제외하고 소비재 시장에서 이처럼 주가가 오른 것은 드문 현상이다. 월스트리트에서 주목하는 강세 원인은 성장세다. 내수시장인 미국이 아니라 중국, 인도, 일본 등 아시아 시장에서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크록스의 인기가 주가 고공행진의 배경이라는 평가다. 중국과 인도, 일본은 크록스 점유율이 1% 미만인 초기시장이다. 하지만 이들 아시아를 앞세운 해외 매출이 올해 사상 처음 미국을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성장 기대감이 확산되는 중이다. 신중론도 있지만 월가에서는 추가적인 주가상승에 보다 많은 표를 주는 분위기다. ━기능성으로 세계시장 뒤흔든 신발━크록스의 스토리는 2002년 여름 카리브해의 요트 한니발호에서 시간을 보내던 콜로라도 출신 40대 친구 셋에서 시작된다. 배 주인 스콧 시먼스는 은퇴한 발명가였고 조지 보데커 주니어는 도미노피자 매장 100여개를 굴리던 사업가였으며, 린든 듀크 핸슨은 전직 컴퓨터 영업사원이었다.
장기기증과 이식을 위해 병원으로 이동하는 과정은 무척이나 긴박하다. 응급차뿐 아니라 시간단축을 위해 헬기가 동원되고 양쪽 의료진은 초긴장 상태다. 한건의 이식수술을 위해 수혜자 쪽에서는 여러 의료진으로 구성된 프로젝트팀을 구성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생각보다 장기이식 성공률은 낮은 편이다. 기증자의 장기상태가 예상보다 좋지 않은 경우가 있고, 이식 후에도 거부반응이 일어나는 경우가 상당하다. 더 큰 문제는 이송 여건 탓에 아예 쓰이지 못하고 폐기되는 장기가 더 많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심장은 4~6시간이 골든타임이고 폐는 6~8시간, 간은 12시간, 신장은 24시간이다. 시간만 중요한 게 아니다. 장기운반은 얼음을 가득 채운 멸균 아이스박스를 이용하는데 기증자에서 아이스박스로, 다시 수혜자로 옮겨지면서 급격한 체온변화를 겪는 장기조직이 손상돼 이식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경우도 허다하다. 실제로 장기기증 과정에서 폐기되는 장기가 상당하다는 게 의료현장의 목소리다. 아이러니한 것은 1960년대에 도입된 아이스박스 냉장운송 방식이 아직도 주를 이룬다는 점이다.
2010년 중국이 센카쿠 열도 분쟁을 계기로 희토류 수출을 조이면서 세계는 첫 희토류 자원전쟁을 겪었다. 일본으로 가는 물량이 끊기고 전 세계 수출 쿼터가 40%가량 줄자 국제 희토류 가격은 품목에 따라 10배, 많게는 20배 넘게 치솟았다. 이런 추세가 장기화될 것으로 본 기업들이 너도나도 광산 개발에 뛰어들었다. 당시 미국 유일의 희토류 광산인 마운틴패스를 되살리겠다며 뉴욕증시에 상장한 몰리코프의 주가가 1년도 안 돼 5배가 된 것이 이 광풍의 상징이었다. 그러나 희토류 광산 전성시대는 불과 2~3년 만에 허무하게 끝났다. 중국이 공급을 다시 풀었기 때문이다. 가격 폭등이 이어지면 스마트폰, 전기차, 풍력 같은 전방 산업이 희토류 사용량을 줄이고 대체 기술을 찾아 나서게 되는데, 이는 시장을 통째로 쥔 중국에도 남는 장사가 아니었다. 여기에 2014년 세계무역기구(WTO) 제소전에서 중국이 패소하며 수출 쿼터마저 폐지 수순을 밟자 희토류 가격은 폭등하던 속도만큼 빠르게 주저앉았다. 뒤늦게 뛰어든 광산 개발 기업들은 대부분 부도를 맞거나 헐값에 팔려나갔다.